늘처럼 서귀포의 첫 아침이 밝기도 전에 눈을 떴다.
8시에 다이브샵으로 가면 되는데
시간이 많이 여유롭다.
아내는 피정 떠났으니 걱정할 일 없고
다이빙 체비를 모두 마치고
컴을 들여다 본다.
문자, 메일, 카톡을 살펴보고
지난 번 다이빙하면서 관심도 없었던 이스타그램도 가입하고
주로 다이빙 샘들이 올린 영상을 즐겨본다.
아울러 페북
해외여행 시절부터 이용하던 것인데 작년엔 이상한 한국계 여성 미군들?이
친구하자면서, 아빠라면서 달려들더니 그여 이상한 일 터지고 말았다.
소위 세관통관을 빙자해 통관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상한 전화에 놀라고
이것이 신종사기수법이란 걸 알게 되었다.
500만원을 보내달라고 했었지
그래서 이상한 친구들 몽땅 정리하고
지금은 주로 둘째 소식에만 매달린다.
사실 6년간 칠레에 머물렀을 때에도
페북에 사목하는 성당의 계정을 만들어 놓고
특히나 코로나 시국이라 매주 미사 동영상을 올려 놓았다.
사진 말고도 직접 미사드리는 모습을 보고 들으니 아주 좋았다.
팬대믹 시국이었지만 페북이 염려를 덜어주는 매체가 되었다고나 할까?
6년을 마치고
아내와 이모들의 세미배낭여행을 동행해서 한달간 남미여행 가이드도 해주었고
올해 귀국했다가 다시 3년 더 지원해서
과테말라 안티구아 교외의 성당 주임신부로 다시 부임했다.
여기도 페북에 계정이 있고 성당 전담사진사가 있어서
종종 사진과 글들이 올라오면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칠레에서 사목할 때
밝은 얼굴
웃는 얼굴 본 기억이 없다.
지금 과테말라에서는 분위기나 신자들의 믿음이 달라보인다.
한 눈에 봐도 여유와 흐뭇함 속에 온화함이 은은히 풍긴다.
얼굴도 밝아지고 환해 보인다.
덩달아 내 마음도 훈훈해지고 하루 하루 가볍고 즐겁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자식 걱정하는 애비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의지하고 기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늙어가니 어쩔 수 없나보다.
지금도 둘째가 남미로 떠나면서 줬던
손가방을 열심히 챙겨 다닌다.
가방 안에는 폴란드 다녀오면서 선물로 준 묵주도 넣고서
이제 자식들에게
가족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면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 뿐이다.
이미 지난 세월 10년을 부모님에게서 겪어봤기에
더 더욱 건강을 챙기는지 모른다.
어째듯 “걷지 못하면 다 산 것이다.”
기왕 건강도 챙기고
기쁨도 더하고
내 하고픈 취미도 즐기는
여행에 덤으로 풍덩~~~
근데 쩐이 좀 들어간다.
서귀포 앞바다
다이빙 포인트로 가는 그리 멀지 않은 바닷길이 요란스럽다.
파고가 1미터도 넘는 듯
가며 가며 배가 요동친다.
여기는 필리핀이 아니다.
내 손으로 공기탱크부터 BCD도 조립하고 웨이트도 챙기고
스스로 모든 준비를 해야한다.
울렁 울렁 대는 배위에서 젊은 다이버에게 배워가면서
조립을 마치고 입수 준비를 마쳤다.
웨이트가 4개 8kg
보통보다 많이 무겁게 몸에 달고 입수한다.
한마디로 몸의 부피에 비해 내용물이 빈약해져서
입수를 위해 뼈나 근육이 부실해진 양 만큼
물에 가라앉기 위해 많은 납덩어리를 매달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절
매일같이 율동공원과 영장산 태재고개까지 열심히 걸었지만
이 신체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지지 않은 걸로 감사해야할 듯...
그렇게 세월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씩씩하게 입수하였지만
오늘은 묽이 맑다고 청수라고 하는데
나 자신의 침침한 시력탓도 있지만 우리 바닷속은 역시 어둡다.
우선 첫째로 내게는 좀 차가웠고
시야가 짧으니 제대로 볼 수가 없어 불안감이 스며든다.
바닷속에서 무서워 한 적은 없지만
즐기는 다이빙이 아니라
리더 강사의 뒤만 바싹 졸졸 따라다니다 30여분 첫 다이빙을 마쳤다.
배에 올라와서 보니
바닷속은 조용한데
여전히 성난 모습 그대로이다.
여성 다이버들은 아예 누워버렸다.
언제부터인가 멀미를 안 하는지라
패딩 걸치고 쉬는데
역시 몸이 추워진다.
30여분 쉬고
그 사이 나 홀로
다시 다이빙 장비를 챙기고
공기탱크도 갈아끼우면서
속으로 다짐해본다.
이번에는 좀 즐겨봐야지
눈호강 몸호강 해보자!
두번째로 제주바다속으로
풍덩
처음보다 여유도 생겼고
이번엔 물도 맑아서 시야도 열렸고
산호랑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눈을 호강시켜 준다.
제주바다도 아름답구나!
영상이나 사진으로 본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한동안 열심히 따라가며 눈에 담고
허지만 방심은 금물
즐기고 사색할 여유가 부족한 나는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 장비를 살피고
남은 공기량도 확인하고
가능한 다시 강사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다.
특히나 급한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지라
장갑도 안 끼고
머리엔 후드도 안 하고
공기조절기를 손에서 놓질 못하고 다이빙하고 있다.
많이 부자연스럽지만
몸이 완전히 풀리고
물에 적응이 되면 그 때부터 즐겨도 된다.
무사히 두차례의 다이빙을 마치고
해빛다이브 샵으로 돌아왔다.
젊은 다이버들은 오후에도 나서지만
나에게는 권하지도 안는다.
흡족한 마음으로
내가 사용한 다이빙 장비들을 세척해서 걸어놓고
샵을 나서기 전
내일도 다이빙하러 옵니다.
결제를 마치고 가쁜한 마음으로 서복전시관으로 발길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