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부산본점에서는 극락과 같은 인간세계를 벗어나 시각적 아름다움과 조형의 극치를 표현한 김경경 작가의 「아니뮬라(animula)의 노래」展을 개최한다. 아니뮬라는 영혼, 마음을 뜻하는 라틴어로 아니뮬라의 노래는 다가 올 육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삶 가운데 무의식 속 영혼에 대한 기억이자 영혼이 갈망하는 낙원에 대한 그리움을 희망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 카이로스 파라다이스 |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 97x162.1cm
우리는 왜 ‘낙원’에 열광 하는가.
작가의 화면이 푸른빛 보랏빛으로 깊고 아득한 세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믿음과, 삶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그 순간의 시간을 뛰어넘는 영원한 시간으로의 여행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경경의 낙원은 이상향을 넘어서는, 멈춰버린 시간의 영원함이 들어있는 성서적인 천국과의 친밀성을 보여준다. (미술평론 박옥생 글 中)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골무가 꼭 등장한다. 작가에게 골무는 기호이다. 골무를 뒤집어쓰고 있는 작은아이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나 현재의 자화상을 대변한 것이다. 손가락에 끼는 기능적인 것에서 작가는 자신의 회화적 상상력을 발휘 시키는 계기가 되어 골무는 현실의 나를 영원히 사는 세계와 현실을 뛰어넘는 시간이 멈춰버린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세계로 이끌고 간다. 골무를 뒤집어 쓴 아이의 쓸쓸한 뒷모습은 작가의 자화상이자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영혼의 울음이며, 곧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자 힘든 현실에 당면한 애환 어린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 나이팅게일의 노래|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 130x130cm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후에 대한 영혼에 초점을 맞추어 죽음 이라는 자체를 어두운 생각이 아닌 영혼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화 속에 살아 숨쉬는 상상의 동물들이나 꽃과 풍성한 과일들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생명나무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서양의 공간 이미지와 동양의 낙원에 대한 산수 이미지들을 함께 재구성 하여 표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신비한 우주의 비밀을 품고 은밀하게 강화된 색의 변주들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느껴왔던 잃어버린 세계나 이상향들을 향한 아득한 그리움을 보여주고 현실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동심의 기억들을 이미지화 하였다.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 우리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더해줄 김경경 작가의 작품들이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같이 영원을 꿈꾸는 낙원(Paradise)이 되시길 기대하며, 이번 김경경 초대전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