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는 꽃 납매(臘梅)
거제도 공곶이에 가면 나무와 꽃을 사랑하는 강명식 할아버지와 지상학 할머니가 살고 있다. 60년 가까이 산지를 개간하고 수목을 가꾸어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의 하나이다. 9경 중 7경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이나 공곶이와 외도보타니아는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일 년에 여 일곱번 찾아가는 곳인데 말이 없는 할아버지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할머니, 언제보아도 정겹기만하다. 10월에 방문했을 때는 마당 한 켠에 서 있는 단감나무에서 단감을 맛보게 하시드만 오늘은 납매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동지섣달에 들어서면 산천초목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을씨넌스럽기도 한다. 이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으니 납매(臘梅)이다. 이름이 특이한데 납(臘)은 중국에서 섣달을 의한다. 고로 섣달에 매화를 닮은 꽃이란 뜻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납매(蠟梅)인데 이는 매화와 같은 때에 피고 향기도 비슷하며 색깔은 밀납(蜜蠟)과 비슷하여서 그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학명은 Chimonanthus praecox (L.)인데 Chimon은 ‘겨울’이란 뜻이고 anthus는 ‘꽃’이란 뜻이다. 즉 꽃이 일찍 피는 것을 특징지어 이름 지은 것입니다.
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삽목을 몇 번 하였는데도 새싻이 잘나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납매는 삽목은 잘되지 않아 2~3월에 포기나누기 하거나 3월에 종자를 파종해서 번식시킨다. 올 봄에는 다시 방문하여 분주를 해야하겠다.
납매의 종류는 꽃술이 황색인 소심납매(素心臘梅) 꽃술이 적색인 구심납매(狗心臘梅), 꽃술이 자갈색인 만월납매滿月臘梅)가 있는데 공곶이에 있는 납매는 꽃술이 붉은 것으로 보아 구심납매(狗心臘梅)인 것 같다.
납매는 분류학적으로 매화나무와 거리가 멉니다. 매화나무는 장미과의 식물이고 납매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받침꽃과(Calycanthaceae)라는 특이한 식물에 속합니다. 납매는 우리나라에 자생지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관상용으로 들여왔기 때문에 당매(唐梅)라는 이명이 있기도 합니다. 받침꽃과의 종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2속 7종만이 존재하고 자생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나무이기도 합니다.
공곶이 겨울은 그냥 겨울이다. 아직 미역은 많이 자라지 않아 보기도 힘들며 김도 많지가 않다. 일반 매화는 필 준비도 하지 않고, 백서향은 이제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제주도 수선화는 한두 송이 피어 있다. 집 뒤에는 후박나무 군락지가 예나 다름없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할머님이 사생까 라고 하는 애기동백은 무리 지어 피고 있다. 근데 애기동백은 10월부터 1월까지 개화하나 꽃이 질 때 지저분하여 나는 별로 좋아하는 꽃은 아니다.
아드님과 공곶이 발전에 대해 몇 마디 주고받다가 예구 고개로 올라간다. 할머니는 못내 아쉬웠는지 따라오면서 농장에 사용하는 카트기로 나를 태워 주신다. 그 마음에 감동이 되어 조금 무섭기는 해도 저 위 언덕빼기까지 타고 올라왔다.
할머니, 우리 인연 오래오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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