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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마음공부>
인도로 요가 유학을 떠나다
글 | 스텔라 박
요가에 빠지다
존 뮤어 트레일이라는 등산로에 이름 붙여진 존 뮤어라는 자연주의자가 한 말이다. 시에라 네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에 대해 이처럼 잘 묘사한 표현이 또 있을까.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가 먹는 것, 그밖의 모든 계획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만들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변화무쌍한 자연에 대한 그의 표현은 명상과 요가를 접한 나의 고백과 유사하다.
그저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 명상을 시작했고 몸이 편안해져서 요가를 시작했다. 명상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에서 운영하는 명상 지도자 과정을 공부하고 나니, 우리가 몸을 갖고 있는 한, 마음이란 게 몸과 떠나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다가 나의 명상 클래스 학생들에게 몸이 편안해지고 명상할 때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요가를 ‘선무당 사람잡듯’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좀더 깊게 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인도행 비행기를 타고 명상과 요가의 메카라는 도시, 리시케시에 와서 요가 학교에 등록을 했다. 이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후회한다. 왜 요가를 시작했을까? 그저 강물에 발만 담그려고 했었는데 강물이 나를 끌어들인다. 이제 다시 요가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다. 요가는 그만큼 매혹적이다.
“그저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가 결국 석양 때까지 머물렀다. 그것은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I only went out for a walk and finally concludde to stay
out till sundown, for going out, I found, was really going in.)"― 존뮤어(oJhn Muir)
갠지스 강변에서 불 의식을 치르고 있는 이들
물론 미국에서도 요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증 과정이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비용이 비쌌다. 그리고 한 달 내내 진행하는 인텐시브 코스는 그닥 많이 없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하루 종일 가서 교육을 받는 식으로 6개월 정도에 마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장 일반적이다.
인도의 경우, 비행기 티켓과 숙소, 음식, 그리고 교육과정까지 포함해도 미국에서 교육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 무엇보다 나는 요가가 탄생한 본고장에서 요가를 수행하고 싶었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유능한 미국인 셰프가 김치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한다 한들, 한국 주부가 알고 있는 김치 담그기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요가와 명상의 메카, 인도 리시케시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요가 학교가 있는 곳은 인도의 리시케시라는 곳으로, 1960년대 이후 비틀즈가 이곳에 오면서 전 세계의 히피와 자연주의자, 영성가들의 관심을 끌은 곳이다. 리시케시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틀즈를 그린 벽화가 있다. 또한 비틀즈 카페라는 곳도 갠지스 강가를 바라보는 좋은 위치에 있다. 강을 내려다볼 수 있고 음식도 괜찮은데다 또래의 영성 구도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비틀즈가 수행하던 아슈람도 이 지역에 있는데 지금은 그저 잡초와 돌이 뒹구는 곳이다. 그래서 입장료를 받는다. 다음 달 정도에 한 번 가봐야지, 생각 중이다.
요가 스쿨에서 제공하는 인도 채식 식사
채식주의에 대한 재고
이곳은 영적인 도시답게 육류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고 이곳의 모든 식당과 카페들은 채식만 제공하고 있다. 리시케시에서는 유제품은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채식주의자들 가운데 가장 철저한 비건(Vegan)은 아닌 셈이다. 학교의 식당에서 매일 제공하는 식사들 역시 요거트, 파니르 치즈 등 가끔씩 유제품이 나온다.
한 달 넘도록 채식만 하면서 나는 천천히 몸이 변화됨을 느꼈다. 우선 무엇보다 배설이 너무 시원하고 배설물의 냄새가 말, 소와 비슷해졌다는 것. 몸이 무겁고 피곤한 느낌도 사라졌다. 시야도 더 맑아졌다. 존 레논의 노래, “내 사랑(Oh! My love)”의 가사처럼 “난 바람을 볼 수 있고 하늘도 볼수 있어요. (I see the wind, oh! I see the sky)”란 상태를 몸으로 체험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암소와 송아지들이 너무 예쁘다. 내가 앞으로 그들을 또 먹을 수 있을까. 그들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사랑과 평화가 느껴진다. 크리슈나가 타고 다녔다는 동물인 그들은 신들의 땅, 인도에서 아무런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존재하고 있다. (물론 무슬림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서는 예외이다. 그들은 소를 잡아 해외로 수출하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한다.) 좀전에 언급한 비틀즈 카페의 메뉴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적혀 있다. 돼지, 소, 양의 얼굴을 그려 놓고 “단순히 당신들 인간들이 두 다리로 걷는다는 사실 때문에 4개의 다리로 걷는 우리들보다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존재이지 식재료가 아닙니다.”라는 구절을 보고 깊게 공감했다.
요가와 명상 수행자들은 결국 채식주의자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이 있다. 채식을 하면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몸도 가벼워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체가 바뀌어서 현존을 몸으로 예민하게 느끼게 된다. 한국의 고승들 가운데 채식과 생식만 하던 분들은 가끔씩 인간 세상에 내려와 화식하는 인간들로부터 나는 체취를 강하게 느꼈다고 하던데, 이해가 간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셰프는 똑같은 인디언 음식인데도 어찌나 맛있게 만들어내는지, 난 평소 LA에 있을 때보다 2배 이상의 양을 매끼니 먹고 있다. 식사 전과 식사 후에는 그에게 합장을 하며 감사함을 표현한다. 먼 땅에서 아프지 않게 건강해지는 음식을 만들어준 그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요가 스쿨의 수업 과정
인도에서는 인도 방식으로…
식당 한쪽에는 원할 경우, 더 첨가할 수 있는 조미료, 레몬 등이 놓여 있는 장소가 있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서 차를 만들어 마시고 있었다. 옆에 가서 어떻게 만드나 봤더니, 생강, 강황, 계피가루, 꿀, 레몬을 넣은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리시케시의 카페들은 여기에 사과 식초를 더한 음료를 디톡스 티(Detox Tea)라는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다들 건강에 깨어있는 사람들이라, 많은 건강 팁을 교환할 수 있었다.
숙소는 개인 방과 나눠쓰는 방 두 가지로 나뉜다. 나는 몇 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2달 넘는 시간 동안, 쾌적하게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서 개인 방을 선택했다. 방에는 트윈 사이즈 침대 하나와 옷장, 책상, 그리고 작은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욕실은 변기, 샤워 꼭지, 그리고 세수를 할 수 있는 싱크가 있다. 샤워 꼭지 아래에는 플라스틱 양동이(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께쓰)가 놓여 있다. 인도의 샤워실은 대부분 온수의 용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마냥 몸을 씻다 보면 중간쯤, 뜨거운 물이 다 떨어지고 차가운 말이 나오게 된다. 나는 이미 네팔에서 이런 경험을 했던 터라 처음부터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작은 바가지로 몸에 물을 끼얹는 방식으로 목욕을 했다. 불평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열려 있는 마음으로 지켜보곤 했던 마음챙김 명상 수행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특히 1월에는 산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갠지스 강물이 만나 보통 추운 게 아니었다.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퍼서 몸에 끼얹는 옹색한 목욕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나는 첫 한 달을 불면으로 고생했다. 하루 종일 요가 실습에 수업들로 곤히 잠들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2시 경부터 태풍이 불어올 때처럼 큰 바람 소리 때문이었다.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열린 마음으로 들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캐나다에서 온 로버트가 준 귀막이에다 소음 차단되는 헤드폰까지 뒤집어쓰고도 몇 시간 잠을 잘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사랑도 병이고 너무 민감한 것도 병이다.
요가 지도자 과정은 200시간 과정과 300시간 과정으로 나뉘어져 있다. 200시간을 마친 사람들만이 300시간을 이수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총 500시간의 트레이닝을 마친 요가 지도자가 된다.
요가 지도자 과정은 불의 의식(Fire ceremony)을 치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요기 구루들과 함께 하얀 옷을 입은 신입생들이 모여 앉아 불 앞에서 향을 피우고, 성수를 뿌리는 등의 제의를 마치면 구루가 학생들 목에 꽃으로 만든 화환을 걸어주며 환영을 하고 이마에는 빈디를 찍어준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의식들이다. 의식에 의해서 세상 모든 것들은 의미를 더하게 되고 그와 상호 작용하는 우리들마저 변화시킨다.
“약초와 향을 태우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코스 시작 전의 불 의식
하지만 무언가를 태우면 고체나 액체였던 것이 기체로 변화(Transformation)합니다. 그리고 가장 가벼운 형태가 된 기체는 그 공간을 정화해주죠.”
전 세계 인류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적 의식들을 보존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행하는 것은 폭력적 종교와 정치 체제로 인해 잊혀졌던 고대의 지혜를 되살리는 일이라 생각된다. 의식(Ritual)은 바로 김춘수 시인이 썼던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마음을 다해 매 순간, 삶이라는 의식을 행할 때, 인간의 고통스럽던 삶은 신의 거룩한 삶으로 변화한다.
나와 유사한 부족(Tribe)와의 만남
200시간 지도자 과정 첫 날, 약 50명의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했다. 많은 웃음과 공감이 오갔던 시간이었다. 어쩜 우주가 이렇게도 비슷한 종족들을 이 한 곳에 모아주었는지 웃음이 났다. 학생들은 루마니아, 스웨덴, 독일, 프랑스, 이태리,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세르비아, 체코 공화국, 러
시아, 중국, 홍콩, 타이완, 타일랜드, 베트남, 몽골, 캐나다,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 등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왔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살고 있는 이들은 무척 드물었다. 이태리에서 태어난 알레시오는 베를린에서 산다고 하고, 스페인에서 태어난 타말은 캐나다에서 살고 있단다. 또 이들 가운데 다수는 최근 자신이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경험해보기 위해 리시케시에 와 있다고들 했다. 그들 모두가 명상과 에너지 힐링, 마사지 테라피 등 기존 체제에서 비주류로 폄하했던 정신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한 달 동안 함께 먹고 함께 차를 마시고 함께 공부하고 요가를 하면서 학생들은 무척 가까워졌다. 나는 네덜란드에서 온 재키(Jakie), 그리고 말레이지아에서 온 재닛(Janet), 몽골에서 온 루비(Ruby)와 무척 가까워졌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같은 관심사와 같은 에너지 레벨 덕에 우리 모두는 우리들이 같은 부족(Tribe)임을 알아보고 축하했다.
200시간 지도자 과정은 아침 7시에 수업이 시작된다. 한 달 후 300시간 지도자 과정은 6시 30분부터 하루가 시작됐다.
200시간이 됐든, 300시간이 됐든 하루 종일 거의 쉬는 시간없이 꽉 짜여진 커리큘럼이었다.
3시간의 요가 포즈 연습 외에도 코스는 요가 철학, 프라나 야마와 명상, 해부학, 요가 테라피, 요가 수업 연습, 산스크 리트어와 만트라 챈팅 등의 수업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요가 철학 시간을 아주 좋아했다.
요가 철학은 베다 시대로부터 전해져오는 고대인들의 지혜와 만나는 시간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잉여물이 생기면서, 권력이 생기면서, 남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인간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궁극의 존재와 연결되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서구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대항해시대에 다른 나라를 식민지화하여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조금 후진한 나라라고 해서 정신 문화까지 열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에 대한 존중만큼 남들을 존중하는 그들 삶의 방식과 철학은 선진국보다 훨씬 더 진화된 것이다.
해부학은 뼈 이름과 근육 이름을 잘 몰라 다른 학생들보다 고생을 좀 했다. 하지만 300시간 트레이닝 때는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나 우리들의 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가슴을 펴주는 것만으로도 심장에 무리가 덜 가게 되고 피가 더 잘 통하게 되어 고혈압 증세가 좋아지고 우울증에도 좋은 효과가 있단다. 나비 효과는 날씨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세 하나만 바꾸어도 삶이 변화한다.
만트라 클래스도 특별했다. 만트라를 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었던 정말 큰 오만이었다. 한 번은 클래스에서 실험을 했었는데 체중이 많이 나가는 남성을 한 명 선정해 여성 4명이 손가락으로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물론 안간힘을 써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클래스 전체가 “옴” 만트라를 마음을 다해 10번 정도 함께 챈팅하고 “소처럼 강하게, 깃털처럼 가볍게 (Strong as a cow, light as a feather)”라는 만트라를 10번 챈팅했다. 그 후에 그 남성을 들어올리니 너무나도 가볍게 부상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끼약”하고 경악을 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진동이고 파장임을 두 눈으로 확인하던 순간이었다.
그 후 난 오후 수업 시간,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낄 때면 “옴” 만트라를 혼자 챈팅한다. 신, 우주 등 수많은 의미가 담긴 “옴” 만트라는 그만큼 강력한 음절이다. 또 하나, “나는 -이다. (that I am)”의 의미를 지닌 “소함”이라는 만트라의 파장도 엄청났다. 아주 느린 속도로부터 시작해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소함”을 챈팅하고 난 후,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함과 확장감을 느꼈다.
아틀란타에서 온 멜로디는 여사제 트레이닝 코스를 마친 아주 특별한 여성이다. 그녀는 우리가 코스를 함께 하는 동안, 초승달과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정원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달 의식(Moon Ceremony)을 집전했다.
지구 어머니의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 맨발로 땅을 밟기도 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도 하면서 우리들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해, 달, 별에 의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이 세상이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고 받음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스텔라의 마음공부, 인도 요가 유학 편은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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