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량에서
여느 항구에서는
바다가 발아래까지 밀려오지만
마량에서는 바다가
가슴께까지 올라온다
거친 바람이 불어와서
바다를 뒤집을 듯 흔들어대도
이곳에 닿으면 몸을 뒤척이듯
작게 흔들리다 만다
종종 비바람 불어오고
단풍 들고 눈 내리기도 하지만
맑게 갠 날이 더 많다
달은 차올랐다가 기울고
다시 차오른다
그러면 포구는 어부들을 바다로 내보냈다가
뭍으로 불러들인다
사이사이 수수꽃다리가 피고 수수가 여문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나지막한 언덕 위
슬레이트 지붕 밑 조그만 방에는
신비한 안갯속 풍경 같은 이야기들이 산다
이야기들은 날마다 기둥에 기대기도 하고
옷이 걸린 벽으로 서 있기도 한다
비스듬히 누워 연속극을 보고
낮은 베개를 베고 잠든다
오늘이라는 그만그만한 이불을 덮고
그래도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 내일을 꿈꾼다
햇살이 처마 아래 창문의 어둠을
밀어낼 때쯤이면
노을을 선홍빛으로 엎질러놓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꿈속을 빠져나와
바다로 걸어 나간다
지난 일들을 입안에 굴리며
떠났던 사람들의 근황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마량에서는 들고 나는 것들이
꽃 피고 지듯 한다
카페 게시글
▷ 박수호 시 감상
마량에서
박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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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2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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