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전문제조업체의 Paper Power, 용호산업
- 세계를 품은 종이컵 -
□ 가장 잘하는 일
사람들은 ‘종이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대부분은 생각이라는 말조차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당연하게 사용하고, 한 번 쓰면 버리는 1회용 소모품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나, 지민규에게 있어 ‘종이컵’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그래서 종이컵 생산업체에서 10년간 근무했던 나는 2000년, 종이컵 전문 제조업체 ‘용호산업’을 설립했다.
□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종이컵
“저는 종이컵 만드는 일을 제일 잘 합니다.”
이렇게 소개를 하면 사람들은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시시하게 종이컵이에요?” 되묻는다.
그러면 나는 종이컵의 무한한 가능성을 설명한다.
1907년, 미국인 휴그 무어가 발명한 ‘종이컵’은 세상을 놀라게 한 위대한 발명품으로 불린다. 이 무렵, 미국은 생수 자동판매기를 개발해서 쓰고 있었는데, 당시 자판기에 사용하던 컵은 자기나 유리로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탓에 위생적이지 않다는 비난도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무어는 물에 잘 젖지 않는 ‘태블릿 종이’로 컵을 만들었고, 종이컵 탄생 이후, 사람들은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자판기를 이용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135억 개, 연간 사용량 7만215톤에 달하는 종이컵은 시장성도 충분하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제품이 종이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고, 요즘은 종이컵에 디자인을 입혀서 크리스마스 같은 시기에는 특별함을 더하는 시즌용 제품으로 사용된다. 종이컵 자체만 해도 컵을 만드는 방법부터 보온 및 단열을 위한 이중컵, 접이식 종이컵!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고, 다양한 특허가 출원되고 있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도 수많은 가능성이 열리기에 ‘용호산업’은 시음용, 가글용, 음료용, 식품용, 의료용 등 다양한 종이컵을 생산하고 있다. 많은 종류의 종이컵을 만들면서도 ‘용호산업’ 제품은 미관과 제품의 강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양부터 두께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비결은 특별한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종이컵
“안녕하세요? 지민규 대표님! 혜원 사회복지관에서 왔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부탁 좀 드리려고 왔습니다.
요즘 ‘용호산업’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원 채용 공고도 났던데, 우리 아이들을 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2003년 6월, 청주 혜원사회복지관에서 뜻밖의 방문을 다녀간 후 나는 고심했다.
‘청각장애인 2명의 채용을 부탁하시는데, 어떻게 하지?
듣지도, 말하지도 못 하는 청각장애인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됐지만, 복지관에서 특별히 소개한 친구들이니, 한 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여성 청각장애인 2명을 채용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려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장애인 직원들은 일처리가 꼼꼼하고 부지런한데다 집중력이 강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성실했다. 실제로 장애인 직원들은 불량이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출고를 보류하고 문제점을 해결한 뒤에야 기계를 재가동시켰다.
이처럼 관리가 확실하다보니 점차적으로 예전보다 품질과 생산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 결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 전국 자동판매기 협회, 롯데그룹, 코레일, 육·해·공군 등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했다. 2004년, 73억 원이던 매출액도 2008년 123억 원으로 늘어나며 ‘용호산업’은 국내 최대의 종이컵 생산업체가 됐다.
□ 위기, 수출로 돌파구 찾는다
2008년 국내 정상에 오른 ‘용호산업’은 생산현장, 영업, 품질관리, 연구개발. 여러 분야에 장애인을 채용하며 모두가 행복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행복은 혼자 오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종이컵 제품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펄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는데 경제 상황은 바닥을 치면서 국내 종이컵 생산업체들은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위기의 순간, 나는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 대신 수출을 택했다. 2008년 해외 시장은 금융위기로 충격을 받았지만 선진국이 공격적으로 펼치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내수가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신흥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7% 이상 성장하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해외로 나갈 때’라고 결심한 나는 해외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출의 문을 두드렸다.
□ 자신감은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
수출 초보인 내가 거침없이 해외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전품질과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용호산업’의 종이컵 원지는 FDA 검사에 합격한 안전한 재료로 ‘화학시험연구원’도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종이컵에 사용되는 PE(폴리에틸렌)도 저밀도 폴리에틸렌으로 선진국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기술 면에서도 ‘용호산업’은 계단식 3단 주름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제품과 골격의 형태를 지탱하는 컬링부위! 즉, 종이컵 상단에 있는 입이 닿는 부위를 더 많이 감아 말아넣고 제품 몸체에 계단식 주름으로 견고한 느낌이 들게 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축적된 기술로 그 어떤 종이컵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한다.
확신을 갖고 자신감 넘치게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에 ‘용호산업’을 낯설어하던 바이어들은 하나, 둘 호감을 보였고 해외 시장 도전 1년 만인 2009년 우리 회사는 1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 KOTRA 지사화사업, 열릴 때까지 두드린다
현재 ‘용호산업’은 일본,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 다양한 종이컵과 종이용기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수출 목표를 1000만 달러로 정한 나는 KOTRA 지사화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용호산업’은 2012년 KOTRA 오사카무역관에 지사화사업을 신청했다.
일본 시장은 우리 회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수출 도전 첫해, ‘용호산업’에 기회를 준 바이어가 바로 일본이었다. 더구나 당시 우리 회사는 일본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메인 바이어와 거래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바이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행여라도, 거래가 중단되면, 일본 시장 자체가 닫힌다는 점이다. 리스크 관리가 절실했던 나는 정부지원사업인 수출기업화 사업에 참여하게 됐고 해외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사카무역관에 거래선 다변화와 공급지역 분산을 위한 추가 거래처 발굴을 요청했다.
“우리 회사가 계속해서 일본에 수출하려면 다양한 거래처가 필요한데
종이컵 시장은 쓰는 컵만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서,
지사화사업을 신청하면서도 성과가 있을지, 걱정입니다.”
“지민규 대표님, 종이컵 시장이 보수적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곳이 가능성이 있는지, 바이어 분석을 밀도 있게 해보겠습니다.”
이때부터 KOTRA 오사카무역관은 잠재 바이어들을 찾아서, 그 회사가 어떤 곳이고, ‘용호산업’과 어떤 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 데이터를 모아서 부지런히 전해줬다. 그러면 나는 이 바이어들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전시회에 참가하면 미팅 약속을 잡고, 일본 출장길에는 회사로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여러 경로로 거래 의사를 묻고, 견적을 내서 보내주고, 상담을 진행했지만 기존 업체들과 오랫동안 거래한 잠재 바이어들은 우리 회사에 호의를 보이면서도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자료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이번에도 성사가 안 되네요.”
“대표님, 제가 다른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아무리 성문이 견고해도 계속 두드리면 결국에는 열리지 않겠습니까?
열 번 찍어서 안 되면 백 번, 백 번도 안 되면 천 번,
천 번도 안 되면 만 번쯤 도끼질 해보죠.”
□ 든든한 뚝배기
서두르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두드려온 뚝심은 2014년, 신규 바이어 3곳과 거래하는 결실을 가져 왔다. 뿐만 아니라 10여 개가 넘는 바이어가 수시로 용호산업 제품과 시장 정보에 대해 꾸준하게 견적 의뢰를 주고 있으며 교류 중이다. 꾸준하게 잠재 바이어들과 연락하며, 미래 거래를 대비하는 노력은 일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토대가 되고 있고 지사화사업을 하며 쌓은 경험과 도전은 ‘용호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KOTRA 지사화사업을 뚝배기라고 말한다. 급히 끓진 않지만 뜨거움이 오래가고, 끈기 있게 잘 식지 않는 뚝배기처럼 길게 계속되는 수출길을 열기 위해 묵묵히, 꾸준하게 기업을 보조하는 지사화사업.
‘용호산업’에는 든든한 뚝배기가 있으니, 최고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인 종이컵을 정성을 다해 만든다.
“작은 종이컵 하나에도 특허기술을 적용하고 세밀한 가공기술을 적용한 것이 해외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입니다.”
국내 종이컵·종이용기 업계 대표기업인 용호산업을 이끌고 있는 지민규(53)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눈을 해외로 돌렸다.
“회사를 설립한 1996년 이후 곧바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해외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느꼈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20%까지 확보한 후 2008년부터 발빠르게 수출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일찌감치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한 덕에 용호산업은 수출 1년 만인 2009년에 100만 달러(약 11억 원)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5배나 늘어난 500만 달러(약 55억 원)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현재는 일본,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 다양한 종류의 종이컵과 종이용기 등을 수출하면서 2016년 수출 1000만 달러(110억 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는 일본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KOTRA 지사화사업에 참여했다. KOTRA는 일본 내 종이컵과 종이용기 등을 유통하는 업체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용호산업과의 가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사화사업 첫해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구체적인 사업성과는 없었지만 KOTRA 지사화사업 참여를 통해 일본이 원하는 가격과 품질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당장 수천만 달러의 제품 수출보다 훨씬 더 큰 소득이었다. 기존에 거래하던 대형 유통회사와 거래 단절이 우려돼 새로운 거래처를 늘리는 것에 주저한 점도 지사화사업 이후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했던 원인”
용호산업은 이후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지난해 일본에서 5개의 신규 거래처를 확보했다. 현재도 잠재적 거래처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 거래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70억 원대에 머물렀던 매출도 수출액이 늘어나면서 올해 200억 원을 돌파(220억 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KOTRA 지사화사업과 연계해 해외 매출이 더 늘어나는 2017년에는 300억 원을, 2018년에는 5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용호산업의 종이컵 제품 등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품질에 있다. 용호산업 종이컵이 경쟁제품보다 튼튼하게 느껴지는 것은 3단 주름의 특허기술을 적용하고 제품과 골격의 형태를 지탱하는 컬링 부위(종이컵 상단에 있는 입이 닿는 부위)를 경쟁제품보다 더 많이 감는 가공기술에 있다. 사내에 불량품 유출방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자체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도 꾸준히 개발하는 등 일회용 제품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첫 거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많은 거래처를 만나면서 거래처의 요구사항과 자사 경쟁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규 거래처 확보에 실패한 원인을 알았다면 이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모든 수출 추진 과정에서 실패 사례를 수집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향후 시장개척에 활용할 수 있을 것” _ 지민규 대표
#출처: 지사화 우수 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