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68>
“음양대하 · 음낭습진” - 사상자(蛇床子)
음양대하(陰痒帶下)는 여성의 외음부 및 질에 지속적인 가려움증과 함께 음도에서 병리적인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증상으로 서양의학의 외음부소양증에 해당한다. 서양의학적 원인은 다양하여 알아내기가 어려운데 칸디다균, 트리코모나스균, 진균, 세균, 접촉성, 과민성 같은 국소적 원인 외에 항생제 장기복용에 의한 알레르기, 비타민 A B군의 결핍, 간질환, 당뇨병, 빈혈증, 과로, 면역결핍, 스트레스 등의 전신적 원인도 많다. 치료는 화학세정제나 높은 강도의 외용 스테로이드 그리고 대증요법의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되지만 길게 써서는 안 되며 이런 처치를 계속하면 호르몬 부족증, 냉대하, 생리불순, 자궁내막염, 자궁근종 같은 2차적 질환이나 피부색소침착, 피부위축증, 피부괴사가 나타날 수 있다.
음부소양증은 한의학에서 주로 심간의 화울(火鬱)로 인한 정서적 요인, 간신의 음허로 인한 음부 건조, 세균(細蟲) 감염, 쌓인 습열이 하주(下注)하여 대하와 함께 나타나는 것 등으로 본다. 마음이 불안하고 억울하면 심과 간의 기가 울체하게 되고 이것이 오래가면 모두 화로 변하는데, 화가 간경의 맥락이 분포되어 있는 음호에 내려와 포말상의 대하가 흐르면서 가렵고 열나는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대하(냉은 질 분비물을 의미하며 그 양이 많을 때 대하라 한다)는 임맥(任脈, 포에서 시작되어, 자궁과 관련된 모든 정, 혈, 진액을 조절하는 경맥)과 허리띠(腰帶) 부위에 있는 대맥(帶脈, 허리와 배를 두르는 고리와 같은 개념의 경맥으로 위아래 몸통을 지나는 다른 경맥을 띠처럼 묶어 기혈이 아래로 빠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함)의 결속이 느슨해져서 습사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병이다. 백대(白帶)는 묽어서 한습성(寒濕性)이고, 황대(黃帶)는 끈적끈적하여 습열(濕熱)성이며, 심해지면 혈액이 섞여 나오는 적대(赤帶)가 된다. 백대하는 약해진 중하초의 간비신을 보하고 따뜻한 성질로 습을 제거하며 가려움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치법으로 오적산가감방(창출 산수유 구기자 사상자 각 3, 진피 후박 산약 작약 당귀 천궁 오약 각 2, 반하 지각 백지 오미자 각 1, 감초 건강 각 0.5)을 쓰면 되고, 황대하 적대하 같은 실증성 습열대하는 심간신을 사하고 찬 성질로 습을 제거하는 치법의 용담사간탕변방(용담초 3, 백지 목통 복령 생지황 진피 당귀 차전자 황금 사상자 각 2, 시호 지모 황백 감초 각 1)으로 치료된다.
음낭습진(陰囊濕疹)이란 남성의 고환을 싸고 있는 음낭의 피부가 가려우면서 좁쌀 같은 작은 구진이 생겨 긁으면 헐고 따갑다. 누런 진물이나 피가 나고 딱지가 생겨 벗겨지는 등의 피부염을 말한다. 오래 진행되면 음낭과 사타구니 주변이 검게 변하고 그 범위도 넓어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신장풍(腎藏風), 신낭풍(腎囊風) 등으로 부른다. 신의 양기가 부족하여 습이 고이고 음낭이 차져서 발생하는 병증으로, 폐의 통조수도(수액대사)기능과 비장의 운화기능(소화흡수)을 도와 습담의 발생을 막고 간기를 길러 습열의 하주를 방지하는 치법을 써야한다. 음낭습진은 사상자 당귀 백출 구기자 산수유 각 3에, 토사자 자근 백지 각 2, 계지 포부자 산초 차전자 감초 각 1, 생강 0.5로 하여 치료한다. 한편 음낭이 건조하면서 가려운 증상은 습, 한, 허가 아닌 풍열이 침습했거나 진액과 혈액이 점조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이때는 생지황 3, 우방자 목통 작약 지모 연교 각 2, 치자 지부자 사상자 각 1, 감초 0.5로 조성한다. 음양대하, 음낭소양 등 모든 외음 병증은 외치법을 겸하는 것이 좋다. 사상자와 고삼(또는 지부자, 황백, 백반, 오수유, 석류피, 백선피, 자근, 화초, 어성초, 삼백초 등)을 끓여서 따뜻하게 좌욕하거나 세척한다.
약초 사상자(蛇床子)는 산형과에 속한 해넘이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인 사상자의 성숙한 과실을 약재로 쓴다. 한자명 ‘蛇床’이란 ‘뱀이 똬리를 튼 자리’의 뜻이 담겨 있어 뱀이 이 식물 가까이 서식한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사상자의 서식처는 물이 잘 빠지는 초지나 휴경지, 숲 가장자리 같은 양지~반음지라서 뱀이 살기 적합한 곳이다. 향명 ‘뱀도랏’은 한자를 차자해 민간에서 예전부터 널리 불러 온 이름으로, 17세기 『향약집성방』에 ‘사도라질(蛇都羅叱)’로 기재되어 있는바 ‘뱀(蛇)이 채지(采地, 都)를 돌아다니는(羅) 것을 경계하라(꾸짖을 叱)’는 의미로 읽힌다. 성미는 맵고 쓰고 향기가 있으며 따뜻하다. 주로 신과 비경으로 들어가 온신장양(溫腎壯陽, 신의 양기를 북돋움), 산한거풍(散寒祛風, 풍증을 없애고 한사를 흩음), 조습살충(燥濕殺蟲, 습사를 말리고 세균을 죽임)하고, 피부소양(皮膚瘙痒, 부스럼으로 가려운 증상)을 다스린다. 사상자의 주성분인 오스톨(osthol)은 트리코모나스질염균에 대한 강한 살충작용이 있고 다양한 알러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세로토닌으로 유도된 소양증 모델 쥐에서 고삼과 사상자 추출물의 활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있다. 7~8월 열매가 노랗게 익으면 베어서 말린 다음 열매만 털어 다시 그늘에 말려 쓴다. 음양대하나 음낭습진에 사용할 때는 종자의 겉껍질이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며, 보하는 용도로 사용할 때는 고무장갑을 끼고 껍질을 비벼서 취한다. 사상자는 성호르몬 유사작용이 있어 자궁, 전립선, 정낭, 항문거근의 중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으로 남자의 양위(陽萎), 여자의 궁냉(宮冷)을 치료하며, 토사자와 함께 남녀 불임증을 고치는 효력으로도 유명하다.*
꽃
군락
잎
잎 꽃 열매
열매
사상자(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