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일 (나해)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오늘은 교황주일로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특별헌금을 하는 날입니다. 교황님은 우리 믿음의 스승이시고 교사이며 믿음의 궁극적 목표를 제시하는 분이십니다. 마리아를 통해서 예수님께로 가듯이 우리는 교황님의 가르침을 통해 믿음을 키우고 더 성숙한 하느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우리 믿음의 중재자이시고 다리인 셈이지요. 이 교황님을 통해서 우리는 참된 믿음의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이 믿음이 참으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두 가지 이적사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되살리신 소생 이적사화(마르 5,21-24. 35-43)입니다.
어느 날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을 뵙고 그분의 발아래 엎드려 자기의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으니 살려달라고 간청합니다. 예수께서 회당장의 집으로 가시던 중 회당장의 딸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회당장에게 겁내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시면서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마르 5,39)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아이가 있는 곳에 가셔서 아이의 손을 붙잡고는 “탈리다 쿰!(마르 5,4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즉시 일어나서 걸어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을 보고 몹시 놀라 넋을 잃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신 치유 이적사화(마르 5,25-43)입니다.
열두 해 동안 하혈을 해 고생하면서 의료비로 전 재산을 다 써도 아무런 효험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병세가 더욱 심해진 부인이 예수님의 옷만 만져도 구원되리라고 믿고서 예수님 뒤에서 그분의 옷을 만졌습니다. 그러자 곧 그 부인의 병이 나았습니다. 이 때 예수께서는 그 부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마르 5,3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되살리신 소생 이적사화에서 우리는 먼저 회당장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 죽게 된 자신의 딸만을 살리기 위해서 체면 불구하고 예수님께 간청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성경은 회당장의 이름을 야이로라고 설명하고 딸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열두 살 된 딸의 나이만 알려줍니다. 우리가 오직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부성에 가득 찬 모습을 바라보게 합니다. 죽음 앞에서 더 이상 그의 사회적 지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딸을 살려줄 수 있는 예수님께 대한 신앙만이 소중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직 그의 딸이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그를 따라나서십니다. 죽음의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존재야말로 오늘날 병자들의 소식을 듣고 찾아나서는 예수님의 대리자인 사제들을 생각케 합니다. 그 딸에게로 가는 도중 사람들은 그녀가 이미 죽었다고 알려주며 더 이상 폐를 끼칠 필요가 없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라고 하십니다. 그의 이런 말씀은 단순히 위로의 차원에서 하신 것이 아니고 믿음이야말로 기적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이 됨을 밝혀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기적은 일어납니다. “탈리다 쿰!”하고 말하자 소녀는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여기서 우리는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은 잠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듯이 죽은 사람을 되살리시는 주님이심을 알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오직 말씀 한 마디로 죽은 이를 되살리셨습니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있었지만 예수님만이 홀로 메시아요 그리스도이시라는 의미가 이 소생 이적사화에는 담겨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적사화인 하혈하는 여인을 낫게 하신 사건은 예수님이야말로 우리가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구원자이시고 해방자이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갈 수 있는 사랑스런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자입니다. 12년 동안 하혈증을 앓고 있었던 그 여인에겐 이제 더 이상 기대하거나 희망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순간에 그녀에게 생각났던 사람은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던 예수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었던 그녀에게 이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아갔고 그것도 군중 속에 섞여서 옷자락이라도 만지면 낫는다는 실오라기 같은 기대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그녀의 마음이 예수님께 전달되어 기적은 일어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치유의 기적이 그녀에게 일어난 것을 아시고 누가 내 옷에 손을 댔느냐고 물으십니다. 이 질문은 어찌 보면 어리석어 보입니다. 옷을 댄 분이 어찌 한 두 사람이었겠습니까? 마침내 그 여인이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고 그녀의 치유 사건이 밝혀집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그녀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보인 믿음이야말로 치유의 원천이 되었음을 밝히고 그녀를 통해 믿음만이 치유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하신 것입니다. 두려움에 가득 찬 그 부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마르 5,3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두 기적을 바라보며 우리의 질병이 낫기 위해서는 물론 의사에게 우리의 병을 내보이고 의학적으로 치유를 받도록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근원적인 치유자이시고 구원자이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의 소중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참된 믿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어떤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진정한 해방과 구원을 발견하며 평화를 간직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