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2.
법관 시절 집회 자유를 신장하는 판결을 했던 판사가 변호사가 된 다음 만났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사무실 앞 소음 시위 공해를 직접 겪고 실상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와 30~40분쯤 앉아 있는데 확성기를 찢고 나오는 듯한 고함과 노동 가요 소리 때문에 대화가 힘들 정도였다.
▶ 소음 시위 최악은 장송곡 시위다. 심지어 군부대나 결혼식장 앞에서도 시위대가 상복 입고 장송곡 틀며 제사상에 절을 해댄다. 기업 사옥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직원들은 "아이들이 장송곡을 흥얼거린다"고 하소연하고, 건설 현장 주변 주민들은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군인들은 난청에 이명(耳鳴) 진단을 받았다. '장송곡 시위는 상해죄' 판결까지 나왔지만 검찰청, 법원 앞에서도 장송곡을 틀어댄다.
▶ 요즘 시위는 주택가 골목길 시위가 대세다. 100인 미만 시위가 90%를 넘어 일상화한 탓이다. 열 명도 안 되는 시위대가 구호 외치며 골목을 활보하거나 확성기만 틀어놓고 가버리는 일이 잦다. 골목 시위에 지친 주민들 피해 신고서엔 고사리손이 쓴 내용도 있다.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하겠어요" "이상한 물건들 보기 싫어요"…. 기업인 집 앞은 노조 시위대의 표적이다. 전봇대에 시뻘건 페인트 칠갑을 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사옥에선 철거민들이 10년 넘게 농성 중인데 이제는 왜 그러는지도 알 수가 없다.
▶ 막가파식 시위는 민노총을 따라갈 수 없다. 시청 현관 앞에서 바지 내리고 대변을 본 조합원을 "거사를 치르신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극장에 "뱀을 풀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다. 국립의료원 병실 앞에서 꽹과리를 쳐대고, 기업 출입문에 인분을 칠하기도 했다. 닷새 전엔 어린이집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건물 앞에서 민노총이 "문을 부수겠다"며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어린이집 측이 커튼을 내렸지만 아이들이 놀라고 두려움에 떨었다. 제 자식들이라면 그랬겠나. 시위대가 아니라 아동 학대 범죄 집단이다.
▶ 현 정권 들어 민노총 집회·시위는 1만8867건, 과거보다 2배 넘게 늘었다. 매일 20건꼴로 했다. 그에 따른 불법과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외국에서 불법 시위는 현장 연행이 원칙이고 확성기는 허가받거나 사용료를 내야 한다. 과격 시위자는 3년간 시위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은 민노총 시위대가 경찰을 두들겨 패고 온갖 패악을 부려도 풀어주기 일쑤다. 민노총이 정권의 '무력(武力)'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폭력 시위 하기 좋은 나라가 돼가고 있다.
이명진 논설위원 mjle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