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
나이아가라폭포 외 1편
차영한
어쩌다 삶은 타조알이 막 이빨에 닿는 순간 현기증을 일으키고 있어 순간 공룡알로 꿈틀거리다 지옥 탕으로 굴러떨어지고 있어 울부짖는 공룡 울음소리…들려오고 있어 마치 지구가 최초로 빅뱅 하던 천지개벽 소리와 뒤섞이고 있어
천둥소리에 연방 번쩍번쩍 빛나는 번개에 배때기가 뒤집혀지고 있어 한걸음 물러서도 수많은 공룡알들을 쏟아붓고 있어 무서운 공포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네발로 땅덩어리 쪽으로 기어 도망치고 있어 뒤돌아보았을 땐 창백한 나의 흰 핏방울들은 연방 폭발하면서 떨어지고 있어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간을 탄생시키고 있어-
줄타기 너머 비약을 위해 여태껏 도도한 반복들을 쏟아내고 있어 아름다운 이전의 반복된 힘으로 무너뜨리고 있어 은백색 창날을 무수히 내던질 때 하얀 기둥들을 세우고 있어
내가 아껴 마시는 미국 산 나파밸리 와인 마실수록 저 원시적인 결핍들이 죽음과 결탁하고 있어 황홀한 아이스 와인 속에 떠다니는 블루마운틴 봉우리 같은 유혹에 이끌리고 있어
괴물 같은 유람선 ‘숙녀 호’에 승선토록 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입은 비닐 옷은 스노슈잉 하는 것처럼 물안개 속으로, 어쩌면 아이스 와인의 술안주 머시멜로우 베어 먹듯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달콤함도 입안에서 하얗게 구르고 있어 구릉의 안개 휘감고 자라는 포도밭 넝쿨 속으로 걷는 눈망울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이고 있어
마치 거대한 피아노가 연주하는 쇼팽의 전주곡<빗방울>들은 백비탕으로 들끓어대고 있어 저 하얀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숙녀 호의 배 속에서 여태껏 찾던 내 배꼽이 뼛가루 세례를 받고 있어
북극의 백곰끼리 격렬한 입 다툼을 벌리고 있어 잉카의 마추픽추 구름 층계에서 페루의 하얀 도시 ‘아레키파’로 끝없이 미끄러지고 있어 광기들끼리 충돌하면서 무지개 속살을 거슬러 날아오르고 있어
내 조국 코리아의 강강술래 춤 같은 콘도르 날갯짓은 끝나는 주라기 때의 모든 뼈들마저 탈구시키고 있어 빙하기를 동시에 해체 시키고 있어 ‘염소 섬’들 사이를 계속 치켜드는 머리 솟구치다 서로 뒤엉켜 붙잡으려다 곤두박질하고 있어 겉모양은 양탄자로 휘감아 되깔아 놓는 벼랑 너머로 장대 높이 뛰기하고 있어
계속 미끄러지는 욕망들이 격렬한 분노를 내뿜어대고 있어 46억 년 전의 광포한 힘 그대로 질투해온 여신들끼리 옷자락을 서로 붙잡다 찢어대는, 안개꽃 속치마 폭 폭을 흩날리고 있어 애원하듯 천년 묵은 흰 이무기들로 돌변하여 번뜩거리는 눈빛으로 덤벼들고 있어
열렬한 사랑 애태우다 거대한 이빨로 서로 물어 뜯어대는 끝없는 증오의 불꽃놀이로 부추기는 갈등, 저런! 저런…광란으로 뒹굴고 있어 뿌리째 뽑힌 통나무들이 옥빛 기둥으로 깎일 때마다 경악하는 원시인들의 동공들이 터져버리고 있어 골수 속으로 굽이쳐 파고들고 있어 이제는 775피트 스카이론 타워 Skylon Tower 내 디지털 3D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체험관마저 나의 목덜미를 놓아주지 않고 있어
무섭게 윽박지르는 매머드 몸짓들이 섬뜩하게 충동질하고 있어 오히려 벗어나려는 나를 묶어버리는 피학적인 초긴장을 만끽하고 있어 눈시울을 줄줄 뽑아대고 있어 스파게티 국수 가락들에다 흡흡! 통밀냄새 같으면서 전혀 다른 거대한 아이스크림 공장들이 폭발하고 있어 원시 동굴들을 불러놓고 감미롭게 휘감고 있어 불안들이 마비되는 쪽으로 짓눌러 함몰되는 몽롱한 현기증이 우와! 우와! 와우! 자꾸 시장기만 부추기고 있어
거식증으로 하여 착란을 일으키는 물기둥 길이 55m에 몸피 671m의 거대한 혀로 핥아대는 아메리칸 매머드의 입질 그걸 미리 알고 이 지구에서 가장 작은 교회에서 기도하다 온 얌체족 똥파리들끼리 집적거리는 차림표 ‘Fall for the food!’에 빈자리의 로망스를 겸허하도록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있어 멀지 않은 마이애미 휴양지가 우주의 거대한 애벌레들을 유혹하는 우주의 별별 불을 켜고 있어 나의 블랙홀 식탁으로 꿈틀꿈틀 기어 오고 있어
행운의 무지개가 설 때마다 온타리오 호수와 이리호수의 검푸른 머리카락들이 휘발하는 멜라닌 색소를 내뿜고 있어 오로라 빛살 같은 수천수만 인디언 흰말들의 뜀박질을 더 가속 시키고 있어 하얀 불길 위로 비상하면서 천년 설로 굳어진 빙하를 짓밟다 녹아내리는 말발굽소리들이 전광석화처럼 계곡 아래로 내달리고 있어
오! 한곳으로 휘몰아오는 신神들의 발걸음소리마저 눈 감긴 채 내 심장까지 꺼내고 있어 무수한 백혈구 문을 거대한 북소리로 두드려대고 있어 장중한 인과율에 순응하도록 곤두박질하는 구름들이 매트릭스 세계를 압도하면서 담금질하고 있어
대표작
드레싱 하는 바다
바다 한복판에서 미래도시 U시티가 센스 하나로 너울거리고 있어 덩달아 트이터도 응축된 사물 크기를 줄이고 있어 거대한 효과 노리는 네트워크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주상복합 건물 내부로 새벽같이 아마존의 킨들이 달려와 나를 신속히 보여주는 세상을 열고 있어 이 시각 내 집 앞에 비대해진 창고의 붉은 양철지붕에 머무는 태양은 자귀나무를 더 푸르게 색칠하고 있어 몰라도 더딘 걸음에 숨넘어가는 선풍기는 바람속도를 계산하고 있어 시원하게 바다를 드레싱하고 있어 한여름이 탈수脫水되지 않도록 달구지 신세타령 워낭소리는 저녁 어스름을 반추하고 있어 빠르게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더 멀리서 빛나는 별을 의심하고 있어 사실상 풀벌레 소리는 별들로 날아다니지만 생동감에도 캄캄한 이면이 있어 바다의 동공은 초콜릿 색깔로 너무 확대되고 있어
1979년 7월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