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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의 인기 명산 팀의 계획에 따라 '부곡2리 마을회관 → 부곡 탐방지원센터 → 큰무레골 입구 → 천사봉 → 비로봉 → 사다리병창 → 세렴폭포 → 구룡사 → 구룡 탐방지원센터 → 대형 주차장'의 13.4km 코스를 6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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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稚岳山]
높이: 1,282m
위치: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치악산은 동악명산, 적악산으로 불렸으나, 상원사의 꿩(또는 까치)의 보은 전설에 연유하여 꿩 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치악산은 단일 산봉이 아니고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장장 14㎞나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치악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요 봉우리는 주봉인 비로봉(1,288m), 남대봉(1,181m), 향로봉(1,043m), 매화산(1,085) 등이다
"치악산에 왔다 치를 떨고 간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험하다. 주봉 비로봉에서 남대봉까지 남북 14km에 걸쳐 주는 능선걸쳐 주 능선 양쪽으로는 깊은 계곡들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주봉인 비로봉은 치악산의 최고봉으로 이곳 정상에서는 원주, 횡성, 영월지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를 중심으로 남대봉(1,181m), 향로봉(1,043m), 매화산(1,085) 등의 고봉들이 솟구쳐 있고 4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여 많은 산악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악산 곳곳에는 산성과 수많은 사찰 사적지들이 있다. 남대봉을 중심으로 꿩의 보은지라는 상원사를 비롯한 서쪽으로 세존대, 만경대, 문바위, 아들바위 등 유래 깃든 경관이 있다.
그 외 영원산성, 해미산성, 금두산성, 천연동굴과 북원적 양길이 궁예를 맞아들여 병마를 정돈했다는 성남사가 또한 이곳에 있다.
치악산은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우뚝우뚝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림과 어우러져 자아내는 치악산 단풍빛은 신비하리만치 오묘하다. 구룡사 입구의 우거진 단풍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상시킨다
하얀 폭포 물줄기와 어우러진 울긋불긋한 단풍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치악산은 가을 단풍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본래 적악산이란 이름으로 불려왔다.
10월 중순께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치악산은 또 다른 운치를 자랑한다. 특히 구룡사 계곡은 설악산, 오대산 못지않게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곳. 폭포와 바위가 멋진 조화를 이뤄 쾌적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의 치악산 정상 일대는 온통 만발한 설화와 상고대가 또한 장관이다. 가지에 눈 내린 것이 두툼하게 감싸인 것이 눈꽃, 눈가루와 서리가 내려, 녹다가 다시, 얼어서 투명하게 된 것이 상고대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 중에서 특히 눈꽃과 상고대로 이름난 산은 소백산, 덕유산, 치악산이다.
구룡사에서 출발하는 코스 중 사다리 병창 코스와 쥐너미 코스, 배너미 코스로 해서 비로봉에 이르는 등산로가 눈에 쌓이면 나뭇가지에 쌓이고 얼어붙은 눈은 "환상의 세계"이다.
치악산 주 능선의 허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둔치 고개는 가족 산행이 가능하다. 늦가을이면 넓은 억새밭이 펼쳐지는 고둔치는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수만 자루의 촛불을 연상케 한다. 고둔치 코스는 원주시 행구동을 기점으로 고개를 넘어 향로봉과 남대봉을 오른 뒤 상원사로 내려온다
인기 명산 [17위]
산세가 험하지만 수려한 치악산은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단풍이 절정인 10월에 많이 찾지만, 구룡사 주변의 울창한 숲과 구룡사에서 세렴폭포에 이르는 계곡 나들이 산행으로 봄과 여름에도 인기가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1,181m)과 매화산(1,085m) 등 1천여 미터의 고봉들이 연이어 있어 경관이 아름다우며 곳곳에 산성과 사찰, 사적지들이 널리 산재해 있고 국립공원으로 지정(1984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구룡계곡, 부곡계곡, 금대계곡 등과 신선대, 구룡소, 세렴폭포, 상원사 등이 있음. 사계절별로 봄 진달래와 철쭉, 여름 구룡사의 울창한 숲과 깨끗한 물, 가을의 단풍, 겨울 설경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완주하겠다는 목표로 정한 천고지, 백두대간, 인기 명산 중 천고지를 제외한, 인기 명산 100은 2023년 마산 무학산을 끝으로 다 올랐고, 백두대간은 7월 2일 토요 무박으로 신선봉에 오르는 거로 마감할 예정이다. 고로 남은 목표는 한국의 산하 높이별 분류를 기준으로 계획한, 천고지 산행으로, 처음 시작할 때는 149개에 불과했으나, 산행 중 또는 각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하나둘 추가하기 시작해 2023년 5월 5일 현재 173개로 늘었다. 그중 161개 봉우리나, 산에 올랐다. 말인즉 미처 모르고 있던 천고지가 계속 추가되고 있어, 살아생전 그 모든 봉우리에 오를 수 있을까 의문이나, 어쨌든 열심히 오르는 중이다. 다만, 남은 천고지가 교통이 불편한 오지라, 안내산악회가 아니면 접근이 힘들어, 산악회의 산행 계획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천고지는 한 달에 한 번 오를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코로나가 끝나고,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제자리를 찾은 덕이다. 와중에 봉화 '달바위봉'과 정선 '상정바위산'은 '가고 싶은 산행지 추천하기'라는 게시판에 내가 추천한 산행으로 5월 중으로 오를 예정이다. 별 기대 없이 글을 올렸는데, 의외로 산꾼의 반응이 좋아, 남은 천고지도 그 게시판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게시판에 매주 추천 산을 올릴 수는 없어, 한국에 있는 산은 다 오르고 싶은 욕망으로, 한번 올랐던 산은 다시 오르지 않겠다는 원칙에 따라, 초면의 오지나, 인기 명산 200, 300 등의 안내산악회 산행에 따라나서는 중이다. 물론 과거 계획을 세워뒀던, 서울에서 2시간 내외로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산도 가성비는 좋지 않으나, 오르고 있다.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고, 한번 오른 산에 다시 오르지 않겠다는 원칙의 예외가 국립공원과 몇 개의 산이 있다.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등 서울 근교와 지방의 몇 개 산이다. 물론 예외의 산도, 올랐던 코스가 아니라, 초면의 코스를 선택하기 위해 산행 전 고민을 많이 한다. 와중에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생소한 코스도 있다. 예를 들면, 무등산 백마능선, 덕유산 칠연계곡, 치악산 큰무레골 등이다. 해서 안내산악회에서 이 세 구간 산행을 발견하면, 일정이 중복되지 않는 한 신청했으나, 공지가 좀 늦는 중소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에 밀려, 매번 취소했다. 그런데, 이번 수요일 치악산 큰무레골 코스는 다른 산행과 중복되지 않아 오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중소 안내산악회는 특별한 때가 아니면 평일 산행이 없는 덕이다.
주말 폭우와 달리 주중에는 날씨는 맑으나, 기온이 12도 내외라, 약간 춥지 않을까 생각된다. 해서, 다른 건 같으나, 윗도리만 약간 두꺼운 간절기용으로 입는다. 그리고 점심용 김밥은, 양재역에서 김밥을 팔던 청과물 가게가 빵집으로 바뀌어, 과거 북한산이나 사패산, 도봉산에 갈 때 김밥을 샀던, 지난 화요일 아직도 영업 중인 걸 확인한, 24시간 김밥집에서 사 갈 예정이다. 이번 산행도 매번 치악산행 때의 날머리인 '구룡사지구’ 식당가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까?' 생각 중이다. 물론 금주가 아니라 절주라, 하산주를 마실 수도 있고!
2 – 1
7시 10분, 양재역 12번 출구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국립외교원 앞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5시 10분경 기상해, 일과를 시작하는 의식을 진행하며, 오늘의 산악날씨를 확인했다. 어제 예보와 다름이 없다. 이후 냉장고에서 오이, 얼린 것과 안 얼린 차 각각 500mL씩이 든 생수병을 챙겼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김밥을 사기 위해 6시경 집을 나서, 걸어서 불광역까지 갔다. 그런데, 분명 일요일은 영업 중이었던, 24시간 김밥집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돌아버리는 순간이다. 그나마, 좀 이른 6시경 집을 나서, 21분발 열차 시간까지는 7분가량 남아, 재빨리 신호대기를 교묘히 피하며, 두 번의 길을 건너, 일요일 김밥을 샀던 가게로 갔다. 그 가게에서 김밥 한 줄을 사 급하게 힙색에 넣고, 시간에 쫓겨 역 구내로 뛰어내려갔다.
다행히 6시 21분 열차를 탈 수 있었으나,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만원이라, 두 번째 환승역인 종로3가에서 간신히 자리에 앉아, 7시 1분쯤 양재역에 도착했다. 산악회 버스는 7시에 사당을 출발해 양재로 오는 중이라, 서둘러 개찰구로 나가며, 과거 청과물 가게, 현재 빵집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 내부 공사 중인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나마 저 빵집이라도 문을 열어야, 점심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데, 언제쯤 내부 공사가 끝나고, 정상 영업을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12번 출구로 나가, 국립외교원으로 향해, 7시 6분경 도착했다. 내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자리에서 서서 평일 수요일 임에도, 외교원 앞에서 20여 명의 등산객이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리는 걸 구경했다.
그렇게 속속 도착하는 등산객을 관찰하고 있는데, 예정 출발 시각인 7시가 넘었음에도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가, 2분이 지난 7시 2분에 광주 무등산 백마능선으로 향하는 버스를 선두로 치악산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올해는 틀렸고, 내년 봄에는 저 앞에 있는 백마능선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애초 올해 갈 예정이었으나, 다른 산행에 밀려, 철쭉 시기를 놓쳤다. 무등산으로 가는 선두 차 바로 뒤에 있는 치악산행 버스로 다가가자, 초면의 인솔 대장이 목적지를 외치며, 승객을 찾고 있는데,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의외였다. 별명이야 본인이 정하는 거니, 뭐! 힙색을 멘 그대로 버스에 타, 자리를 잡고 앉아, 그걸 앞자리 손잡이에 매달았다. 선반에 올려도 되나, 그 안에서 필요한 게 있어, 조금 불편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보던 책을 다 읽어,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패드에 책을 내려받아 와, 그걸 보며 가는 동안,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영동고속도를 타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동네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지, 정체가 심하다. 그래봐야 치악산이면, 수도권이나 다름없어, 늦을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새롭게 시작한 책이 몇 장을 지나자, 제대로 된 인간이 볼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접었다. 그리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안 온다. 해서 창밖을 구경하자, 8시 40분경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간다. 초면인 거 같은 문막이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여기는 뭐가 있나, 휴게소 건물 끝으로 가보니, '별빛 소공원'이라고 있다. 그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이 휴게소의 주제 공원이 법적 의무 사항인가? 정말 성의 없이, 만들라니까 만들었다는 티가 팍팍 난다. 어쨌든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로 돌아가며 대형 주차장에 서 있는 관광버스를 살펴봤다.
산악회 버스다. 앞창의 LED를 보니, 서울의 안내산악회는 아니고, 그럼, 동호회라는 건데, 승객 서로가 아는 사이인 거 같지도 않아, 지방의 안내산악회로 보인다. 하긴 평일에 산에 가는 게 서울만 있을 리는 없지.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하는데, 먼저, 본인도 이 코스는 처음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치악산이 처음인 승객은 손을 들어보라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다섯 명이다. 28명 중 다섯이면, 치악산의 명성을 고려했을 때 꽤 많은 숫자다. 이어, 이번 코스에 관한 얘기를 시작해, 꼽고 있던 이어폰을 뺐다. 뭐 특별한 얘기는 없고, 2016년 개방한 코스로 정상인 비로봉에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응? 내가 기대한 건 이게 아닌데?!'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건 들머리의 고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궁금한 걸 들었으니,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물론 인솔 대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게 이번 산행 최대의 실수다!
문막을 출발한 버스는 9시 50분경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부곡 2리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버스 도착 10분 전 인솔 대장이 10분가량 후, 들머리에 도착하니, 준비하라는 말과 함께 마감은 3시 50분이라고 발표했다. 산행 소요에 6시간을 책정했으니, 정확하다. 대개 다른 대장은 자투리를 버리고, 4시로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대장은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마감 시각을 듣고, 목표 마감 시각을 2시 30분으로 잡았다. 문막을 떠날 때 이번 산행에 관한 대장의 설명을 듣고, 4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 - 2
부곡2리 경로당이자 버스 종점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전,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정상인 비로봉에 오르는 가장 쉬운 코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게 '들머리의 고도가 700m 가까이 되지 않을까?'라는 거였다. 그런데, 종점까지 오는 동안 급경사를 오르는 기미가 전혀 없어, 오판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산행보다 특히 들머리의 고도가 궁금했다. 513m! 등산 앱의 오차를 고려하면, 500m가 안 된다. 정상인 비로봉의 높이가 1,288m, 최소 788m의 표고차다. 이 표고차로 초보자도 비로봉에 오를 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면, 다른 들머리의 고도는 한참 낮다는 얘기다. 물론, 이 코스는 오르기 전이라, 등산로 상태를 모르나, 사다리병창은 아예 암릉이고, 다른 코스도 암릉 구간이 많은 게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9시 54분 부곡2리 경로당을 떠나, 진정한 들머리인 탐방센터로 향했다. 부곡천을 따라 난 길 주변에는 쉴 수 있는 소공원도 있는 게 여름에 피서객이 계곡을 많이 찾는 거 같다. 그 임도? 농로를 따라, 900m가량 가자, 부곡천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고, 그 입구에서 선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있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리를 건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두 그룹은 당연히 그를 따라 다리를 건너고, 20여 미터 뒤에서 다리를 향해 가며 그 모습을 지켜본 우리야 말할 것도 없다. 다리를 건너, 200여 미터를 가자, 저 멀리 작은 건물과 그 앞 10여 대의 주차된 자가용이 보인다. 탐방센터와 주차장이다. 경로당에서 대략 1.3km가량 된다. 자가용이라면, 그 거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다시 돌아오는 환 종주를 해야 하지만.
먼저 도착한 일행 중 몇은 탐방센터에 있는 스탬프를 찍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실행 중인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다. 이 글을 쓰며, 국립공원 사이트, 스탬프 투어 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살펴보다가, 투어 완료 후 주는 기념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걸 준다는데 내가 왜 몰랐을까? 기념품이 목적이 아니라, 어차피 산행을 위해 가는 국립공원인데, 간단히 탐방센터 앞에 놓인 스탬프만 찍으면 되는 건데, 이제라도 찍어볼까? 그러려면 전부 다시 가야 하고, 목표를 세우면 그걸 달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일도 해야 해 포기! 탐방센터를 바라보며, 주변에서 화장실을 찾으며 왔는데, 안 보였다. 해서 뒤로 돌아가자, 예상대로 쉼터와 화장실이 있어, 볼일을 본 후, 바람막이와 넥워머를 벗어 힙색에 넣고, 옆의 코스 난이도 지도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했다.
등산로 입구의 호스에서 쏟아지는 물맛을 볼까 했으나, '음용수가 아니니, 마시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에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큰무레골 탐험에 나선 시각이 10시 11분으로, 경로당에서 여기까지 20분가량 걸렸다. 그 수도 건너편에는 이정표가 있는데,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4.5km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길목에 부곡폭포가 있다. 큰무레골이라는 이름을 보고, 계곡에 작은 폭포 정도는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폭포라 기쁜 마음으로 산림욕장 산책로가 떠오는 등산로를 따라 400m 정도 가자 ‘부곡 삼거리’다. 직진은 ‘곧은재길’, 우회전이 큰무레골 탐방로다. 그리고 폭포는 직진으로 0.25km를 가야 한다. 그럼 그렇지, 큰무레골 코스에 있는 폭포가 아니다. 폭포를 감상하려면, 계획한 코스에 왕복 500m를 더해야 한다. 앞선 일행은 폭포 방향은 쳐다도 안 보고, 바로 우회전이나, 어차피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왕복 500m에 불과해, 다녀오기로 했다. 다만 힙색을 두고 갈까 하다가, 혹시 폭포에서 큰무레골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갔다.
대부분 갑판 산책로 수준인 부곡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자 어느 순간부터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고, 계속 오르자, 경사진 바위를 따라 내려오는 물이 보인다. 그런데, 이걸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경사가…? 감상하라고 전망대가 있고, 거리상 폭포가 맞아, 소개 글 또는 명패가 있나, 전망대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물놀이 금지 경고문만 있을 뿐이다. 그럼 이게 부곡폭포가 아니고, 위로 더,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를 떠나, 부곡을 따라 위로 10여 미터를 가자, 산책 중으로 보이는 주민이 내려와, 그에게 폭포는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더 가라는 게 그의 답이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계속 올라가는데, 뒤에서 그가 부른다. 위로 더 가봐야 다리 외에는 없고, 폭포 비슷한 거는 이거밖에 없다는 거다. 주민도 헷갈리는 ‘부곡폭포’다! 만약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디까지 올라갔을지 모른다.
그에게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삼거리로 돌아가기 위해 뒤로 돌아가는데, 갑판 등산로 위에 과거의 임도? 등산로가 있다. 해서 혹시 큰무레골로 올라가는 지름길이 있나, 왼쪽을 주시하며, 이번에는 그 길을 따라가, 10시 26분에 삼거리로 돌아왔다. 10시 17분에 떠났으니, 부곡폭포 왕복에 9분이 걸렸다. 그 사이 일행은 모든 큰무레골로 올라갔는지 인기척이 전혀 없다. 좌회전해 계단으로 큰무레골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부곡에 비하면 급경사의 계곡답게, 지금까지와는 달리 중간중간 너덜 내지는 돌길이라, 약간 험하기는 하나, 치악산의 다른 등산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만 "큰"무레골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계곡이 작아 물도 간신히 흐르는 정도다. 약간은 경사가 급한 등산로를 따라, 계속 오르자, 일행으로 생각되는 여성이 야생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올라가는 게 보인다. 그렇다고 나도 천천히 올라갈 게 아니라, 추월하는데, 그가 인사를 한다.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뒷모습만 봐서는 여자와 남자의 구별이 안 되는 세상이다. 앞도 마찬가진가?
10시 26분 삼거리에서 큰무레골 탐방로로 들어와, 34분가량 올라오니, 저 위로 능선과 능선으로 올라가는 갑판 계단이 보인다. 말인즉 이름답지 않게 작은, 큰무레골의 시작점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해서 실망과 아쉬움이 복합적으로 얽히 기분에 큰무레골의 시작 지역을 기록으로 남기고, 갑판 계단으로 올라, 11시 2분에 능선에 올라섰다. 계단 정상에서 10여 미터 거리의 쉼터에는 일행 두 명이 쉬고, 그 부근의 이정표에 따르면, 높이는 877m, 비로봉까지 거리는 3.1km다. 그걸 확인하고 뒤로 돌아, 능선 반대편을 봤다. 예상대로 그 위로 등산로가 있으나, 국립공원공단에서 금줄을 치고, 출입금지 경고문을 매달아 놨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그 능선의 정체가 궁긍해 공단에서 만든 지도로 어디로 이어지는지 확인한 결과, 버스 종점인 부곡2리에서 시작한다. 보호구역이라 폐쇄했나?
쉼터에서 쉬고 있는 일행을 지나쳐, 다시 비로봉으로 향하는데, 갈증도 나고 배도 고프다. 해서 이런 때를 대비해 아침에, 차게 유지하기 위해 힙색 옆 주머니에 얼린 차와 함께 넣은 오이를 꺼내, 그중 하나를 먹으며 위로 갔다. 그렇게 허기와 갈증을 달래며 위로 가자, 경사가 급해지더니, 갑판 계단이 나타난다. 이 코스의 주 능선에 합류하는 계단이다. 다시 몇 명의 일행을 추월해 계단을 오르자, 어느 순간부터, 다수의 사람 목소리가 섞여서 들린다. 그리고 계단 정상인 능선에 도착해 보니, 전망대 겸 쉼터로 일행 엳아홉 명이 쉬거나, 무언가를 먹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에서 뭘 조망할 수 있나 궁금해, 끝으로 갔다. 비로봉과 주 능선이다. 그리고 한쪽 구석의 이정표에 의하면 여기는 '천사봉 전망대'다! 천사봉? 천사와 얽힌 전설이 있나? 어디에도 그와 관련된 글은 안 보인다. 천사봉의 명칭의 출처에 관해서는 미련을 버리고, 전망대를 떠나는데, 등산로 바로 옆 이정표에 표기된 높이를 보고, 출처를 알았다. 해발 1,004m다!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 2.6km, 표고차 284m, 현재 시각 11시 18분! 공식 마감까지 4시간 32분, 목표 마감까지 3시간 12분이 남았다. 그리고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다. 11시 23분 비로봉에서 2.1km 거리의 이정표를 지나자, 슬슬 배가 고프다. 평소라면,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지만,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많아, 오랜만에 별거 없으나, 앉아서 먹기로 하고, 적당한 식당을 찾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비로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치악산 능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로도, 주변에 앉을 만한 바위가 보이지 않아, 계속 전진해야 했다. 그러다 11시 31분경 비로봉에서 1.6km 거리의 이정표 부근에 바위군락이 보여,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바위로 갔다. 그렇다고 너럭바위는 아니라, 뭘 펼쳐놓을 환경은 아니고, 그저 궁둥이만 흙바닥에 붙이지 않고, 오가는 등산객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일 뿐이다. 그 바위에 간신히 궁둥이를 붙이고, 등 뒤로 비로봉으로 향하는 일행의 인기척을 들으며, 두 조각 넣어준 단무지를 반찬으로 13분 동안 김밥을 먹었다.
11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등산로로 나와, 울창한 숲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비로봉을 감상하며, 그걸 향해 전진했다. 그리고 급경사를 올라, 11시 54분에 비로봉 1.1km 거리의 쉼터를 통과해, 11시 59분에 주변에 철쭉이 만개한 갑판 계단에 도착했다. 그런데, 계단에서 일행 셋이 철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올라가는 걸 멈추고 끝나기를 기다렸는데, 다양한 자세에 사람까지 바꿔 찍는 게 언제 끝날지 예측이 안 돼, 무시하고 올라갔다. 그렇게 다시 정상으로 행해, 12시 9분에 정상에서 0.6km 거리에 있는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12시 12분에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에 도착했는데, 아래에서 보이는 비로봉에는 사각지대라 그런지 실제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등산객이 전혀 안 보인다. 평일이라 그렇겠지, 생각하며, 정상으로 향하다가,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어딘가 익숙해,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21년 2월 매화산에서 시작해 비로봉으로 향했을 때 정규 등산로와 합류했던 갈림길이다[산행기]. 말인즉 음지에서 양지로 탈출한 지점이다. 공단 홈페이지를 보면 천지봉 방향은 여전히 금지 구역인데, 금줄과 경고문은 없다! 있든 없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 갈림길부터 비로봉까지 지옥을 맛본 기억은 있다. 해서 단단히 각오하고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비로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갈지 자를 쓰고 있는 등산로를 올라가자, 갑판 계단이다. 다 왔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는 등산객을 뒤에서 따라가다가 어쩔 수 없이, 추월해 아래 헬기장에서 본 것과는 달린 등산객으로 붐비는 두 개의 돌탑이 버티고 있는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25분이다. 당시는 지옥인데, 현재는 평범한 등산로에 불과하다. 어디서 그 차이가 나오나 기억을 더듬었다. 코스와 등산로의 차이다. 물론 계절적인 차이도 있고. 한 마디로 음지와 양지의 차이다!
분명 아래 헬기장에서 봤을 때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는데, 14분이 걸려 도착한 비로봉은 과장을 보태, 오늘이 수요일 평일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시장 바닥이다. 물론 우리 일행도 있으나, 소수다. 어쨌든 비로봉을 배경으로 인증은커녕 정상석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쉽지 않아, 다 포기하고, 돌탑 앞에 서서 남서쪽 능선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파노라마를 찍는 게 쉽지 않아, 동영상도. 첫 번째 사진의 능선이 큰무레골 코스의 주 능선인 천사봉 능선이다. 두 번째가 남대봉에서 이어지는 치악산의 주 능선이다. 세 번째 고개는 계곡길 정상이고, 뒤에서 오른쪽으로 뻗어나가는 건 2020년 2월 혼자 달렸던, 역시 음지(비법정) 구역인 토끼봉 능선이다. 그렇게 필요한 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니, 도착했을 때와 달리, 한가하다. 해서 서로의 인증 찍어 주고 있는 일행에게 부탁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물론 정상석과 그 뒤의 돌탑의 기록도.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돌탑으로 가, 그걸 먼저 기록으로 남기고, 이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까 하고 삼각대를 찾았으나, 없다. 지난 대간 연결 산행인 지리산 성삼재에서 주촌마을까지 달릴 때 메고 있었던 배낭에 넣어둔 걸 깜빡했다. 주변에 누가 있으면 부탁이라도 하겠지만, 외로운 돌탑은 등산객도 찾지 않아,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카메라를 거치하고 기록을 남겼다. 그렇게 칠성 탑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다시 정상석과 용왕 탑, 산신 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계곡길로 하산하기 위해 올라온 방향인 천사봉 능선의 반대편인 상원사, 입석사 방향에 설치된 갑판 계단으로 150여 미터를 내려가자, 정상에 누군가 돌탑을 세운 우뚝 선 바위가 앞을 막고 있다. 그걸 보고 지나칠 수 없어, 힙색을 안전 가드에 걸어두고, 돌 네 개를 주워 바위 정상으로 기어 올라가, 들고 간 돌 4개를 올려놓았다.
돌탑을 위로 더 올린 후 이왕 높은 곳에 올라온 김에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려고 둘러보았으나, 계곡길 정상 외에는 보이는 게 없다. 그거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바위에서 내려가려고 아래를 보니, 정상에서 본 등산객이 내려가는 게 보인다. 거북이걸음 정도가 아니라, 거의 2초에 한 걸음씩 내디딘다. 정상에서 처음 그를 만나고 걷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당연히 짧고 그나마 길 상태가 좋은 사다리병창으로 하산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 방향으로 내려온다. 그럼, 황골? 거기는 거의 너덜인데!? 탑바위에서 내려와, 걸어둔 힙색을 다시 둘러메고, 계곡길 정상으로 향하는데, 왼쪽으로 철망이 보인다. 저 철망은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는데, 앞선 등산객이 열심히 사진 찍는 게 이상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자생하는 금강초롱을 보호하는 거다. 금강초롱을 볼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철망으로 다가가 내부를 둘러봤으나, 없다. 실망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기록으로 남긴 설명을 읽어 보니, 8~9월에 꽃이 피어, 지금 볼 수 없는 건 당연해 실망할 것도 없었다.
왼쪽 아래로 보이는 건물의 용도를 궁금해하며 고개로 내려가, 12시 51분에 도착했다. 사거리로 직진은 주 능선이고, 왼쪽은 아래로 보였던 건물인 안전쉼터로 향한다. 그리고 오른쪽이 초행이자, 코스 소개를 보면 사다리병창보다 거리가 짧고, 코스 난도가 낮은 계곡길이다. 아직 계곡길로 내려가지 않아 강력하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사다리병창이 암릉이기는 하나, 안전시설과 곳곳이 갑판 계단이라, 힘든 구간이 없다. 반면 여기는 초행이나, 지금까지 산을 불문하고 계곡 등산로는 급경사 너덜에 가끔 계곡도 건너, 절대 쉽지 않다. 코스 소개에 문제가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계곡길 하산 후 내 주장을 끝까지 유지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우회전하자, 급경사 갑판 계단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게, 사다리병창의 안전시설이나, 갑판 계단보다 훨씬 늙었다. 그럼, 이해된다. 사다리병창에 안전시설이 없을 때 계곡길에는 갑판 계단과 등산로가 있었다!
계단이 끝나자, 예상대로 급경사 너덜이다. 그리고 그 등산객이 난간에 의지해 내려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가며 다시 관찰했다. 속도는 아까와 다름없다. 처음 그를 발견하고, 관찰했던 건 아주 느린 걸음임에도 대단히 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힘들거나, 후회하는 표정이 조금도 없이,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나, 산행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마냥 그 뒤를 따라갈 수는 없어, 그 모습에 감탄하며, 방해되지 않게, 추월해 내려가, 1시 2분에 세렴폭포 2.0km 거리의 쉼터에 도착했다. 쉼터에는 일행 셋이 점심을 먹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자, 놀란 표정으로 점심 먹었는지 묻는다. 먹었다고 얘기하고,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들이 놀란 건 계곡길로 내려오는 일행은 생각지 못해서일 거다. 아이러니는 이정표에 음주금지 경고문이 매달려 있는데,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거. 어쨌든 다른 산의 계곡에 못지않게 험하나, 국립공원답게 안전시설은 훌륭하다. 물론 가끔 너덜이 나오기는 하나, 그것도 조금만 신경 쓰면 문젯거리가 아니다.
1시 12분에 고도 900m, 비로봉 1.2km, 세렴폭포 1.6km 거리의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아래는 급경사로 당연히 갑판 계단이다. 그 계단을 내려가자,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애초 계곡길을 선택했을 때, 지리산 칠선계곡이나, 유명계곡과 같은 규모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형태의 계곡을 기대했으나, 전혀 아니어서 내려오는 내내 실망이 컸다. 하긴 그랬으면, 명성이 자자한 계곡길이었을 테지만. 바위와 돌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는 들리나, 세족할 정도의 소도 보이는 않는 계곡이라, 세렴폭포에서 웃통을 벗어부치고, 세수와 세족을 하기로 하고, 삼각대 없이, 그 모습을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까 고민하며 서둘러 내려갔다. 1시 36분 세렴폭포 0.7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했다. 아무리 계곡이 작아도, 하류로 갈수록 수량이 풍부한 건 만고의 진리라, 이 계곡도 다르지 않으나, 감탄할 만한 건 아니다. 그나마 볼만한 게 있으며, 기록으로 남기며 가는데, 아래쪽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폭포다. 지도에서 폭포를 본 기억이 없어, 일단 무명폭포라 부르기로 하고,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서둘러 갔다.
등산로에서 20여 미터 왼쪽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폭포다. 계곡을 내려오는 내내 쌓였던 실망이 폭포수와 같이 사라지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는 장관이다. 계곡길 갈림길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6명을 추월하고, 5명과 교행할 정도로 등산객이 잘 찾지 않는 등산로라, 망설임 없이 무명폭포로 갔다. 그런데, 산행 후 폭포의 규모나, 모든 걸 고려했을 때 이름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지도를 다시 확인했다. 그럼 그렇지 '칠석폭포'다! 어쨌든 당시는 무명폭포다. 그 무명폭포를 보자, 씻기 위해 등산객, 관광객으로 붐비는 세렴폭포까지 갈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았다. 바로 폭포로 가, 주위의 돌을 주워 핸드폰을 적당히 거치하고, 폭포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떨어지는 물을 맞을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깊다. 아주 깊다. 해서 그건 포기하고, 무를 깊이에서 땀을 씻는 거로 만족했다.
차가운 물 속에 오랜 시간 있을 수는 없으나, 꾹 참고, 제대로 씻고 난 후 밖으로 나와 씻은 부위가 마르는 동안, 폭포의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겼다. 이후 복장을 갖추고 있는데, 이정표에서 점심 먹었는지 묻던, 세 명이 폭포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오다가, 이물질이 폭포 경관을 방해하고 있자,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분위기라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개운한 기분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칠석폭포에서 4분가량 가자, 저 앞에 이정표와 갑판 계단이 보인다. 사다리병창 시점이자 종점이다. 세렴폭포가 멀지 않았다. 이정표와 사다리병창 갈림길 갑판 계단을 기록으로 남기고, 세렴폭포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힙색을 이정표에 걸어두고, 우회전해 세렴폭포로 갔다. 예상대로 등산객과 관광객 예닐곱이 폭포를 감상하거나, 무언가를 먹고 있어, 위에서와 같이 씻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리고 칠석폭포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동영상으로 남기고 폭포를 떠나 임도를 따라 구룡사로 향했다.
현재 시각 2시 13분, 구룡사까지 2.2km, 물론 상가까지는 구룡사에서 1km 가까이 더 내려가야 한다. 고로 목표 마감 시각인 2시 30분은 틀렸다. 해서 최대한 일찍 도착하는 걸로 목표를 바꿔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과거 멸종 위기종 구렁이를 보호하고 부화시키는 장소를 봤는데, 그게 치악산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그게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 치악산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치악이 까치와 구렁이 전설로 유명하고, 비록 꿩 치(雉)를 쓰나, 그래서 치악이니, 치악산이 맞는 거 같다. 그 전설을 떠올리며 과연 그 선비가 까치를 살려서 얻은 게 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 고로 그 전설은 까치의 보은이 핵심이 아니라, 자연 사에 인간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세렴폭포를 떠나, 14분가량 내려가니, 자연관찰로 갈림길이다. 임도를 따라가는 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한 때라, 마침 잘 됐다며, 왼쪽의 자연 관찰로를 따라, 구룡사로 향해, 2시 30분에 숲에 가려 뭔지는 모르나, 인기척으로 소란스러운 곳에 도착했다.
숲을 뚫고 밖으로 나가자, 유리 온실 몇 동이 보인다. 구렁이 사육장이다. 내 기억이 맞다. 그런데, 2018년 예수 생일날 처음 봤을 때는 대대적으로 구렁이 사육장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만 그대로 일뿐 구렁이 사육장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다 없다. 사육장을 폐쇄했나? 구글링하면, 코로나 이전 데이터만 있고, 최신 데이터가 없는데, 멸종위기를 넘겨, 끝냈나?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서둘러 구룡사로 향했으나, 할 건 해야 해, 구룡계곡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그리고 본존불에게 신고할 시간은 없어, 사천왕문만 기록으로 남기고, 서둘러 상가로 향했다. 물로 아홉 구(九)가 아니라, 거북 구(龜)를 쓰는 구룡교도 기록으로 남겼다. 상가까지는 다리를 건너 고개만 돌면 된다. 다 왔다. 현재 시각 2시 50분으로 마감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은 상가 앞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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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52분에 왼쪽으로는 식당가, 오른쪽은 주차장이자, 시내버스 종점인 날머리에 도착했다.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50분이 채 안 된다. 비록 부곡폭포를 다녀오고, 도시에서 묵은 때를 칠석폭포에서 씻어내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시간이 들었으나, 그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쨌든 산행이 끝나, 버스 종점 방향에서 산악회 버스를 찾았는데, 안 보이는 게 도착 전인 거 같다. 그런데, 당연히 식당가의 한 집으로 들어가 하산주를 마실 거로 생각했던,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일행 3명은 버스정류장에 잠깐 앉더니, 아래로 내려간다. 아래에 다른 유명한 식당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여러 식당 중 2020년 2월 치악산의 비법정 구간인 투구봉 능선 산행 후, 하산주를 위해 갔던[산행기], 원일상회로 들어갔다.
울창한 숲에 가려 계곡이 보이지는 않으나, 물소리는 들을 수 있는 창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차림표를 살폈다. 절주 중이기는 하나, 하산주가 당긴다. 해서 독한 소주보다는 막걸리를 마실 생각으로 먼저, 안주를 찾았는데, 그나마 혼술 막걸리, 안주로 괜찮아 보이는 게 묵무침이라 일단 그걸 주문했다. 그러자, 여사장이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반도 주문이 되니 반만 주문하라고 해, 기쁜 마음으로 반을 주문했다. 2020년 2월 더덕구이도 반만 주문했었다. 사실 그 기억 때문에 식당가를 지나오는 동안, 여러 주인장의 호객을 뿌리치고 여기까지 온 거다. 그리고, 더덕, 옥수수, 좁쌀 동동주 중 뭐가 괜찮은지, 묻자, 단 걸 좋아하면 좁쌀, 향은 더덕이 좋다고 해 더덕 동동주를 주문했다. 주문이 끝나자, 주인장이 김치와 동동주를 들고 와, 식탁에 놓으며, 직접 담은 김치니 먹어보란다.
먼저 김치를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동동주를 마셨다. 그러고 있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등산객이 들어와 건너편 식탁에 자리를 잡고, 무언가를 주문하자, 주인장이 김치와 막걸리를 가져다준다. 그 사이 묵무침이 나와 그걸 안주로 더덕 동동주를 마시고 있는데, 건너편에도 주문한 안주가 나왔다. 사발에 담긴 무언가다. 뭔지 궁금해 메뉴를 보니, 묵사발이다. 아니, 난 왜 차람표에서 그걸 못 봤을까 궁금해, 다시 확인했다. 묵사발은 식사 카테고리, 묵무침은 안주 카테고리다. 애초 식사 카테고리는 보지도 않은 결과다. 뭐 어쨌든 1.5L 동동주를 마시는데 죽을 맛이다. 해서 가능한 한 천천히 술을 마시다가, 3시 20분경 김치 맛에 반해 라면을 주문했다. 그 사이 앞에 앉아 있던, 등산객은 자리를 정리하고 나갔다. 마감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는데, 벌써 나가는 게 이해가 안 됐다.
3시 23분에 주문한 라면이 나와 그것도 안주 삼아, 더덕 동동주 1.5L와 라면, 묵무침을 깨끗이 비우고, 마감 5분 전인 3시 45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그리고 산악회 버스를 찾아, 종점 방향을 봤다. 없다. 구룡사 방향에는 주차장이 없으니, 밑에 있다는 얘기다. 해서 서둘러 밑으로 내려가며, 인솔 대장에게 전화했다. 그러자, 한참 아래 대형주차장에 있다고 했다. 산악회 산행 코스에서 봤다. 난 당연히, 그게 버스 종점을 얘기하는 거로 생각해, 그렇게 얘기하자, 코스 설명 때 분명 얘기했다는 거다. 물론 나야 안 듣고, 딴짓하고 있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2018년 12월 치악산 종주 산행을 같이한 안내산악회는 버스 종점에 주차했었다[산행기]. 그리고 그 이후 산행은 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이라, 주차장이 바뀐 걸 몰랐다. 어쨌든 내가 잘 못한 일이라, 대장에게 내 짐을 정리해 주차장 한쪽에 두고 출발하라고 했다.
그러자, 기다릴 테니 일단 내려오란다. 해서 뛰어내려갔다. 물론 중간중간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속보로 내려가기도 하며, 그렇게 1.3km가량 내려가자, 주차장이 보여 들어갔는데, 버스는 안 보인다. 소형차량 주차장이다. 거기서 나와 대형주차장을 찾아 내려가는데, 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다 보면 주차장이 있는데, 소형주차장이니, 들어가지 말고 계속 내려오라고. 여러 말 해봐야 서로 피곤하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알았다고 하자, 뛰어오지 않아도 된단다. 그렇다고 안 뛸 수 없다. 다시 뛰다가 속보로 걷다가 하며, 4시 3분경 대형주차장으로 들어서자, 버스가 보인다. 그 앞에는 대장을 비롯해 서너 명의 등산객이 서 있다가 나를 보더니, 버스에 탔다. 버스로 뛰어가 대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자, 다른 승객에게 인사하란다. 당연한 얘기다. 바로 버스에 타자마자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고 자리에 앉았다. 1.6km의 거리를 15분 만에 주파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4시 4분에 버스가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더덕 동동주 1.5L 마신 후 뛰었으니, 상태야 말해 뭐하겠나? 바로 잠이 들어 마이크 소리에 놀라 깨자, 다시 문막이다. 버스에서 내려, 급한 불을 끄고 자리로 돌아와 출발을 기다리며, 혹시 예정대로 3시 50분에 출발했으면,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과 겹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이대로 가면 정확하게 퇴근 시간과 겹쳐 귀가가 쉽지 않다. 예장대로 출발했으면 20분 정도 일찍 도착해, 퇴근 시간의 혼잡은 피했을 거 같다. 어쨌든 1차로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준 버스는 6시 8분에 아침에 출발한 양재역 12번 출구 아래 국립외교원이 아닌, 마을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2차로 승객을 내려줬다. 물론 나도 양재에서 내려, 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내려가며 보니, 내부에 조리시설 공사 중으로 생각했던 빵집이 장사 중이다. 그 모습을 보니, 즉석에서 조리해서는 파는 게 아니라, 기성품을 가져다 싸게 파는 거다. 고로 공사고 뭐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른 아침에 영업하지 않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양재에서 출발하는 산행의 김밥은 연신내나 불광역에서 사 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퇴근 시간과 겹쳐 만원인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해 7시경 도착하는 거로, 큰무레골로 올라, 계곡길로 내려온 치악산행을 마감했다.
산악회의 계획과는 달리 '부곡2리 경로당 → 부곡 탐방지원센터 → 큰무레골 입구 → 부곡폭포 → 큰무레골 입구 → 천사봉 → 비로봉 → 계곡길 → 폭포 갈림길 → 세렴폭포 → 폭포 갈림길 → 구룡사 → 구룡 탐방지원센터 → 버스 종점'의 13.8km(트랭글) 코스를 5시간 7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4시간 52분, 휴식 15분! 하산주를 마신 이후, 대형 주차장까지 1.6km를 15분 만에 달려 내려간 건 덤이다.
큰무레골 코스에 기대가 컸었는지, 실망을 많이 했다. 초보자가 정상인 비로봉에 오르기에는 최적의 코스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실망이지만!
비로봉에서 발원하는 계곡이라, 작은 규모의 지리산 칠선계곡이나 유명계곡을 기대했느데, 전혀 아니어서 계곡길 또한 실망했다. 하긴, 그랬다면, 계곡길이 유명했겠지. 다만, 칠석폭포가 계곡길의 실망감을 많이 감쇄할 정도로 장관이었다. 기대없이 내려오다 발견한 이유가 클 거다.
이번 산행으로 법정이든 비법정이든 치악산 국립공원의 주요 봉우리와 능선은 다 오르고 달렸다. 물론 계곡도. 해서 당분간 치악산을 찾는 일은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