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씨./© News1위험 인지하는 몸속 교감신경 고장…약물·인지행동 치료 병행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최근 인기 방송인 김구라씨가 공황장애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을 넘나들며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구라씨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공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공황장애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응급실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해 심전도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는 40대 남성',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죽을 것 같다고 해서 응급실을 찾아온 여성 환자'. 이처럼 공황장애 증세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30~40대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공황장애는 20대에 주로 발병하지만 신체적 질병으로 오인해 병원을 늦게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층은 직장이나 가정생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
공황장애란 죽음이 임박할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과 현기증,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저림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인체는 불안을 인지하면 위험요인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고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예컨대 호랑이를 만나면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수가 빨라지면서 최대의 에너지를 내기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된다.
공황장애는 정말 위험할 때에만 우리 몸에 사이렌이 울려 교감신경계가 흥분돼야 하는데 이 경보가 고장이 나 위험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울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질환이다.
공황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인 증상은 모두 교감신경의 흥분 반응으로 나타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순간적으로 팔다리 등 말초기관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 어깨나 목덜미가 뻣뻣해지고 팔다리에 차가운 느낌이 들거나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 등이 생긴다.
심장과 폐 기능은 과도하게 활성화돼 과호흡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적당한 주기로 심장박동과 폐가 움직여야 적절한 산소 공급과 배출이 가능한데 이것이 너무 빨리 수축과 이완을 하다 보니 오히려 호흡이 더 힘들어져서 숨쉬기가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위험까지 느끼게 된다.
몸속 장기인 위나 대·소장 등에는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서 속이 거북하거나 메슥거리며 토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손바닥에서 땀이 순간 빠르게 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교감신경이 지배하는 모든 영역에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공황장애 증상은 신체, 사고, 행동 증상으로 나뉜다. 교감신경 흥분 반응은 신체 증상이고 사고 증상은 공황 발작 때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미치는 것은 아닐까' 등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재앙화 사고와 과도한 불안을 일컫는다.
사고 증상은 행동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행동 증상이란 공황장애로 인해 평상시 생활패턴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지하철, 터널 등 공황발작이 일어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과 장소를 피하는 광장공포증이 대표적이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술을 끊고 커피를 안 마시는 등 미묘한 회피 행동들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약물과 함께 인지행동 치료를 받는 것이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주로 처방한다. 항우울제는 렉사프로(lexapro), 팍실(paxil), 프로작(prozac) 등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주로 처방된다.
항불안제는 자낙스(xanax), 리보트릴(rivotril) 등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이 주로 쓰인다. 인지행동 치료는 사소한 신체감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확대해석해 파국적 사고로 발전시키는 공황장애의 인지왜곡을 교정하는 치료다. 호흡 재훈련법과 근육 이완 훈련, 노출요법 등이 있다.
예방·관리 요령은 무엇보다 공황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 증상은 교감신경이 과도히 활성화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몸의 반응이다. 이런 증상으로 죽지 않고 건강상의 큰 위험이 되지도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아는 것이 공포를 줄인다.
또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과도한 호흡은 가슴 답답함과 가슴통증, 두통을 유발한다. 공황 증상이 있으면 천천히 깊이 숨을 쉬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상시 호흡을 조절하는 연습을 해보자.
요가나 명상, 점진적 근육 이완 같은 활동들을 꾸준히 연습하면 몸의 이완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 이것은 공황 증상이 올 때 교감신경이 자극되는 신체반응을 상쇄할 수 있는 반대의 반응이다. 공황발작이 생기면 호흡을 천천히 깊게 하고 신체를 이완시키면 증상을 완화해준다.
술과 담배 같은 교감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은 멀리하고 중추신경흥분제를 포함한 다이어트 약물도 피한다. 공황장애는 증상을 실제로 겪을 때에는 무척 괴롭지만 다행히 치료에 반응이 좋은 질환이다. 6~8개월간 꾸준히 치료받으면 80% 이상에서 완치 또는 약한 증상만이 남을 정도로 호전된다.
반복되는 공황 증상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신과 젼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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