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생업을 유지하는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누구는 갑의 위치에서 을들을 대하고 또 누구는
수많은 을들 속에 섞여서 하루 하루 살아간다
갑이나 을이나 모양만 다르지 결국에는 만만치
않은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갑은 어떻게 해서 갑의 위치에 올라 있는
것일까?
을은 어떻게 갑을 대해야 할까?
이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체험을
하나 떠올려 본다
나는 직장인이다
직장인이긴한데 좀 특수한 업종에 종사한다
약 21년전 그러니까 내가 이 업종에 막 들어선
시기의 일이다
이 분야에 먼저 들어와 활동하던 대학 선배로
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곧 대학동문선배 또 다른 한 분이 연락을 할테니
상담 좀 잘 해주라는 부탁이었다
이름을 보니 대학시절 같은 방에서 잠깐 함께
공부했던 1년 선배였다
그런데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어도 이 양반은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 있던 터라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부탁이라서 일단 만나
보기로 했다
만나 보니 이 분은 국내유수의 S그룹에서 차장급
으로 재직중이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이 너무 고되고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아 모든 것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니 내가 근무하는 분야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이제 까지의 경력이 너무 아까우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유를 해줌과 동시에
밖에서 보는 것처럼 이 곳이 그렇게 좋은 분야도
아니고 매력적이지도 못하다'고 말해줬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먹고 살기 어렵기는 마찬
가지라는 말로 설득도 해봤다
하지만 본인의 입장이 너무 완강하길래 며칠 후
내가 가지고 있던 입사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넘겨주니 사뭇 고마워했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나 역시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나서 일년쯤 지났을까?
또 다시 연락이 와서 회사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내 의견을 타진하러
온 것이었다
입사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려면 상당기간 수입
을 포기해야 하는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달리 해 줄 말이 없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정말로 직업을 바꿀 마음이
있다면 지금처럼 갈팡질팡해서는 안 되고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을 해줬다
사람은 참 착하고 양반성품인데 좀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주려고 한 말
이었다
아울러 나로서는 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직언
이었다
그랬더니 내 말이 좀 서운했는지 잠시후
상기된 얼굴로 일어나더니 커피값도 안 내고
휙 나가버리는 통에 내가 얼떨결에 커피값을
지불하게 됐다
의도적인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뭔가 내 말에 자존심을 상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황당했던게
처음부터 자기가 아쉬워서 내가 만나줬고,
더군다나 귀하디 귀한 자료도 그냥 넘겨줬고.
오늘도 자기가 원해서 만나 도움이 되라는
의미로 조언을 해줬는데......
그야말로 '줄 거 다 주고 뺨 맞은 격'이었다
순간
"아~ 내가 사람을 잘 못 봤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결국 서로가 굳은 얼굴로 헤어지며
끝이 안 좋은 결말을 맺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약 7년전쯤에 또 연락이 왔다
찾아올테니 한 번 만나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예의로 그를 맞았다
얘긴 즉슨, 자기가 드디어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됐으니 조언좀 해 달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였지만 속이 뻔히 보이는 태도였다
우리회사에 입사할 자리가 있는지 넌지시 알아
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직접적으로는 말을
못하고 빙빙 돌려서 고민만 털어 놓았다
내 입장은 확고했다
세월이 그 때의 앙금을 지우기에는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서운함이 너무 컸다
그래도 본인이 언짢게 느끼지 못하도록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여기 업계도 어려운
시장상황이고, 아울러 선뜻 받아줄 수 없는
회사의 입장도 피력했으며, 나이도 너무 많아서
어려울 것 같다는 암시도 해줬다
그리고 회사 현관앞에서 간단히 배웅하고
끝을 맺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갑이 될 수도 있고 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을이 되었을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을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좀 체면이 깎이더라도 머리를 숙여야 할 땐
숙여야 한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경우에 어긋난 행동이 아니라면 말이다
세상은 자존심을 모두 지키며 살기에는 너무나
냉혹하고 척박하다
대부분의 수 많은 갑들도 세상의 온갖 수모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만약에 그 때 그 커피값 5천원을 그 선배가
지불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분명히 상황은 지금보다는 나아졌을거라고
믿는다.
그랬다면 어쩌면 나도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얼버무리고
싶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찾아오지 않았어야 했다.
아니 찾아왔으면 그 때의 일을 깨끗이 사과
하고 사정을 얘기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마디로 계산착오였다
오히려 본인 자존심만 깎인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한 번 끝난 인연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진리를
절감했다
첫댓글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그럴 때가 있어유.
난 별게 아닌 직장이지만
한 곳에서 경비원을 10년
을 했는데 먼저 들어온 5
년 정도 연하 남자가 있었
지유.
성장 시기 같으면 대학생
과 국민학교나 중1정도 차
이겠지유.
10년도 전에 경비원으로
들어갔는데 같은 경비원
처지에 5살 연하의 남자
는 갑질을 해서 힘들었지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너무 구질구질하고 딱 한
가지 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10년 전쯤 손아래 동생인
58년 개띠 동생이 죽었는
데 염을 하는 날 근무였지
유.
한나절 만 자리를 봐 주면
동생 염을 하는 시간에 경
비원 자리를 지켰지유.
그땐 정말 큰 자괴감과 실망을 했습니다.
정말 죽을 만큼 허전함과
섭섭함을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일에 좀 너그럽지 못해요 ^^
@붕어생각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나는 장소를 옮겨서 근무(같은 회사 다른 지점)
했고 그분은 퇴직을 했지유.
그분(나보다 5살 정도 연하)는 퇴직 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근무
하는 곳에 전화가 왔어요.
한꺼번에 괘씸한 마음이 밀
려오더라구요.
그분: 저 a인데 그 곳에 공
석이 있다고 해서 전화했는
데 ...
하고 말끝을 흐리더라구요.
나 : 그래서요?
나 선생님 모르는 분인데
전화 끊을 게유.
그리고 똑!
전화를 끊었지유.
높은 자리가 아닌 경비원도
조금 먼저 왔다고 그런 갑질이 있더라구요.
지금도 동생 염할 때 자리를 지킨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갑질은 꼭 댓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법도리 참 잘하셨어요
맺고 끊을 땐 분명한게 좋지유 ^^
그래야 상대방이 깨달아요
될성싶은 싹은 처음부터 다르다 하더군요
싹수가 노란 사람이라 느껴지내요 ~
이 사람은
처음 만나보면
아주 호인입니다 점잖고 부드럽고...
근데 그 때는 제가 엄청 황당하더라구요
처음이나 끝이나
깍듯한 태도로 임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때론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사업 경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ㆍ
뭐 그냥 넘어 갈수도 있겠지만
다시는 알고 지내고 싶지 않더군요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가려 받자
저의 평소 생각입니다 ^^
@붕어생각
아항
오는 사람 가려 받자
평범한 진리네요
@윤슬하여
모든 사람
다 받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협소해서요^^
세상은 돌고 돈다고 하는데
갑이든 을이든 인간됨이
우선이라 봅니다
자기 이익만 생각 하는 사람들은 남을 배려 할줄도
모릅니다
어떻게 찾아올 생각은 했는지
제가 다 당황스러웠어요
저 같으면 못 찾아올텐데요
세상은 약육강식이냐 공생원리냐하는 측면에서 생각이 다를수 있지만 인간사야 때와 장소에 따라 갑도되고 을도되는것이니 공생원리측면에서 저는 이해하는 편이지요 ㅡ
즉 갑과을은 상부상조해야한다 ㅎ
괜한 기운빼지말고 ^)
이 글의 내용입니다
맞습니다. 한번 인연 끊어지면 다시 잇기가 안되더군요. 남남간에는 더욱 더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 만난 인연은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은 처신을 잘해야 되는데
그 분은 그걸 잘 못하셨네요~
참~
사람은 점잖은데
좀 근시안적인 판단이었죠
그래서 처세술이라는 책이 팔리는 가 봅니다
굳이 책을 통해 배우지 않아도 사람의 도리만 해도 살아가기가 수훨할 텐데
쥐어 박고 손에 쥐어줘도 모르는 인간은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살다 흙으로 가더라구요
붕어님 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데도 까먹고 있던 걸 일깨워 주네요
감솨 합니다 ~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들이 의외로 망각의 폭이 넓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어요
가장 평범한 도리 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세상엔 공짜가 없는데 말이죠 ^^
좋은사람 만나 는 것인데
좋은사람인지 아닌사람인지
어느 정도 같이시간을 보내면
알게 되지요ᆢ
내입장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입장도 배려해주면서~~
그렇다고 상대위주로 맞추러
하지않고 때로는 내주장도하고
.거절할때는 저는 거절하네요ᆢ
옳은 사람은 만나기쉽지 않네요 ㅎ
그런분은 만나지 마세요 ᆢ
붕어생각님^^
도와주려고 자료도 주고
조언도 해주었는데
상대는 자존심만 내세우네요
자신이 을일때는 왠만한 자존심 정도는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해요
그게 결국은 자존감을 높이는 거에요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더욱 더 그래야해요
왜냐하면 세상은 결과만 인정해주니까요
과정은 본인만 알 뿐이에요
감사합니다
올커니 ㅎㅎ
옳으신말씀
순간의 실수가 평생이어진다는 진리도 ㅎㅎ
이 분은 참 아쉬운게
사람은 서글서글하고 점잖아요
그런데 맺고 끊는게 분명치 않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저와 친하지
못했어요
그러더니 사회에 나와서도 결국
그런 사이가 되버렸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래서
딱~
잘랐습니다 ^^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실인 것같습니다.
네~
천성은 못 고치는 것 같아요
저라도 어처구니 없는 그분의 처사에 분통터졌을거에요
갑보다 을의 입장을 배려하는것도 훗날 성공의 비결 이라고 평소에 생각해요
공감백배의 글 입니다
붕어생각님
이 글 읽는 분들 중에는
저에게 속 좁다고 하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리즈향님 같으면 몇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을
선뜻 내주겠어요?
고마움을 모르고...
그깟 커피값 오천원 안 내고
다시는 안 볼듯이 갔다가
자기가 궁하니까 다시 찾아오다니요
도무지 용서가 안돼요
@붕어생각 저얼대 속좁지 않아요
금액이 5천원 이라 더 용서가 안되욧ㅎㅎ
@리즈향
S그룹 차장급이 오천원이 아까워서 그랬겠어요?
이 양반 일부러 그런거지요
아니 일부러 그래놓고 찾아오긴 왜 찾아오나 ?
결국 자기 발등 찍은거지요 ㅎㅎ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해서 알만한분이 프로는 아니었어요.
정확한 지침을 어느누가 이리 잘해줄까요.
진실한 마음 결여된사람 저라도 싫겠어요.
감사한 마음을 갖고 다시 찾아왔다면 앞날이 빛났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굿이여요..^^
반갑소 ^^
어디 잠수 탔는줄 알았어요
이 분이
좀 우유부단해서 그런겁니다
점잖고 머리도 좋은 분이
왜 그렇게 사리판단을 그르치는지
아니면 나타나질 말던가...
뿅가는 오후 보내세요^^
@붕어생각 뻐끔뻐끔 누구한테 배워서 잠수 몬해요..
잠시 열이올라 병원가요.
샘이 우유부단한지 한번에 팍 열을 안내려주네용..
뿅가는 오후 되세요..2^^
@윤윤아
에궁~
몸이 편찮으시군요
속히 완쾌되시길 바랄께요 ^^
갑과 을의 관계가 주고받는 공생의 관계가 된다면...
바램일뿐 갑과 을의 관계는 성립되어야만 하는 관계
붕어생각님의 " 진리 "
모든 사람들의 같은 생각일겁니다
어차피 갑을관계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을은 현명하게 처신해야 하겠죠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근시안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손해는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인간관계
참 정답이 없어요
그냥 이게 해답이려니 하고 살아가야죠 ㅎㅎ
감사합니다
@붕어생각 날씨가 화창해요
즐하루되세요
@랑콤 네~~~
뿅가는 오후 보내세요 ^^
이기적인 사람이 귀천의식이 상당했나
봅니다..타인이 볼때는 그냥 범부일
뿐인걸.. 마지막에도 만나주지 말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