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축구의 양대 산맥인 대한민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서로 탈아시아와 아시아 최고의 경기력을 자부하고 있던 상황에서 4강전은 전부터 팽팽한 한판이 될거라 예상되었었다. 특히 경기 외적으로 언론이나 축구팬들은 이번 경기를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한 박지성에 대한 혼다,카가와 신지의 도전으로도 표현했다.
그렇지만 이번 경기는 경기 내적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우선 전통적으로 패스플레이를 강조한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에 조광래호 축구가 자리잡은 후부터 두 팀은 전술의 줄기를 포제션 축구, 즉 일차적으로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볼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데에 두었기 때문에 양팀의 팀컬러는 상당히 비슷한 색깔이 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포제션 축구를 실현하기 위한 양 팀의 전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먼저 대한민국의 공격은 중앙에 집중되어있지만 일본의 공격은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측면을 필두로 시작된다. 이런 차이는 양팀의 공간 창출의 방식 또한 다르게 한다. 대한민국이 밀집된 중앙의 좁은 공간에서 선수들간의 스위칭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낸다면 일본은 측면 공격을 통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면서 벌어진 상대팀의 수비 공간 사이로 선수가 뛰어드는 형태이다. 이렇듯이 양 팀 모두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지만, 그 방법은 정반대를 보이기 때문에 이번 한일전은 전술적으로도 볼것이 많았다.
전반전은 스코어는 1:1이였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대한민국의 완패라 봐도 무방했다. 특히 조광래와 자케로니 사이의 사령탑 싸움에서 전반전은 자케로니의 완승이였다. 공격을 포백 바로 앞에 배치한 기성용부터로 시작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려던 대한민국의 의도와는 달리 일본은 수비라인을 당기면서 우리쪽 진영에서부터 조직적이고 빠른 압박 축구를 구사하면서 중원을 손쉽게 가져갔고, 예상했던 대로 공간이 없는 중원보다는 윙백을 이용한 측면에서의 위협적인 공격을 지속적으로 구사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무링요 감독이 첼시나 인터밀란에서 구사하던 측면 공격에 이은 공간 창출을 일본에서 구사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은 이란전에서의 연장승부 때문인지 주고 바로 움직이는 패스워크가 둔화되면서 오히려 일본의 빠른 패스워크에 중원을 완전히 잠식당했다. 우리나라는 짧고 빠른 패스로 측면을 이용해 일본의 압박 지역 뒷편으로 돌아들어갔엇어야했다. 결국 전반전은 측면에서의 정면 승부가 필요했었다. 이미 이란전 전반 초반에 측면 문제는 살짝 드러났었다. 측면공격이란것은 단순히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헤딩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측면에서부터 공격 작업을 시작할 줄 알고 측면의 공격을 확보하는 것 그것 또한 측면 공격이다. 포제션축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주로 이니에스타가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패스플레이의 필수요소는 공간인만큼 측면에서의 공간 확보 없이는 우리의 패스 플레이도 불가능했다. 10의 공간을 이용한 패스플레이로는 30의 공간을 지닌 상대를 이길수가 없다. 차두리-이청용,이영표-박지성으로 이어지는 측면 요원들의 실력은 정상급에 가깝다. 다만 조광래호의 공격은 지나치게 중앙에 의존하고 있다.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 작업을 해내는데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한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도 20분까지는 사실 일본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 25분 정도의 상당히 빠른 교체가 이뤄졌다. 이 교체로 후반전의 모든것을 말할 수 있을만큼 조광래 감독의 훌륭한 교체였다. 공격수 지동원이 나가고 홍정호가 들어왔다. 이 교체는 홍정호를 전방 리베로로 배치하면서 중원에서의 숫적 우세를 앞세워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의도였는데 이 교체는 정말 묘책이었다. 홍정호의 투입으로 인한 중원에서의 수비력,패스워크 강화로 자연스레 미드필더진에서의 승리가 따라왔고 포지션상 톱의 부재는 박지성과 손흥민의 오버래핑을 바탕으로한 빠른 공격으로 스팔레티 시절의 로마와 비슷한 스타일의 제로톱을 구사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우리것으로 가져왔다. 특히 이 시스템에서 박지성은 정말 대단했다. 프리롤의 역할을 달고 제로톱 시스템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을 창출해내기도, 주어진 공간에 뛰어들기도 하면서 제로톱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맨유가 제로톱을 구현할때마다 그가 왜 중심에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후반전과 연장전에서는 중원과 측면을 한국이 완벽히 가져가게 되고 일본이 체력마저 떨어지자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그렇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일본이 역전에 성공하자 일본은 잠그기에 들어갔는데 경기의 분위기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이 잠그기는 자케로니의 실수였다. 만약 더 안정적인 플레이가 하고 싶었더라면 자케로니는 전원수비보다는 중원을 더 강화하는 교체를 했어야 했다. 일본이 전원수비를 한것은 스스로의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택했던것과 다름없다. 본인들의 장점인 중원을 완전히 포기하고 체력소모에 따른 낮은 집중력을 가지고 페널티 박스에서의 방어를 일관한 모습은 일본이 결국 자기들 스스로의 경기력을 일본이 아닌 인도 정도의 팀으로 만들었다. 결국 일본은 연장전 내내 김신욱에게 고전하다가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승부차기가 아쉬웠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승부차기는 운이 팔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본다. 또한 이미 그 전 연습에서 페널티킥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을 투입했다고 한 조광래 감독의 말에 별 다른 토를 달 수도 없다. 비록 졌지만 그 전 아시안컵에서의 네 경기보다 많은 것을 배운 경기였다. 포제션 축구에서의 미드필더 장악이 얼마나 중요한것인가, 또한 현대 축구에서의 필수요소인 공간 확보를 위한 측면에서의 공격작업의 필요성, 모두 기본적이지만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함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위해 필요할것이다. 그렇지만 정말 잘 싸워줬다. 대한민국에 부끄럽지 않은 국가대표팀이였다.
첫댓글 마지막 지키기는 그상황이면 어느 감독이라도 선택할듯...오히려 잠그기 안하고 골이라도 허용하는것 보다 지키기 하는게 100번 나았지만 운이 없어서
동점골 먹혔을뿐 감독싸움에서는 이미 자케로니가 한수위, 앞으로 일본이 한수위라는것(선수측면이 아니라 감독측면에서)은 인정 해야될듯..
선수들 경기력도 시망인 부분도 있었지만 전술적인 측면에서 너무 많이 밀렸음.... 먼저 선제골 넣은 게 신기할 정도였죠. 후반 전에 골 안 먹힌것도 신기하고.... 거기다 일본은 반칙으로 우리 흐름을 끊는 게 너무 좋았음. 일단 패스 플레이는 상대팀으로 하여금 틈을 만드는 게 목적인데 그게 압박과 적절한 반칙으로 흐름이 깨지니 패스가 먹히지 않았던 것 같네요. 거기다 차두리의 오버래핑으로 인한 빈공간이 너무 불안했음....ㅠ 이번에는 윙백보다는 풀백으로서의 역할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함.
그러게요 일본 패스플레이를 너무 의식한듯 체력적 문제로 몸도 무거운 상황에서 너무 공격적인 압박으로 경기장 넓게 쓰는 전술에 패싱력도 받쳐주는 일본에게 탈탈 털렸죠.. 전 10분까지 경기보고 크게 지겠구나 운좋아서 선취골 넣지 못하는 한 게임 끝났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PK로 한골 넣었고.. 후반전에서 일본애들도 체력이 후달렸는지 페이스 뚝 떨어지던데.. 해설자들은 홍정호 넣으면서 전술을 바꿔서 효과적으로 막고 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일본이 체력 or 정신적 문제로 자멸한거 같던데... 물론 미천한 사견입니다^^
정말 공격에서 저돌적인 선수가 없더라구요, 머리 먼저 어깨먼저 집어넣고 부딪치면서 하는 그런축구
다 양반축구하고 있음
아시안컵 내내 보엿던 전방 프레싱은 체력적인 문제로 인해서 인지 완전히 사라졌고, 전술적으로도 밀렸다고 보고, 얘들이좀 쫄리듯해보였음... 밀린경기... 막판 동점골은 운이 좋았다고 볼수있고, 어쩌면 동점골이 안들어갔따면 PK굴욕도 안보고 깔끔하게 끝났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