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 비구니, 사리, 사바, 삼매, 열반, 탑…
범어로부터 기원해 한자를 통해
우리말에 유입된 불교용어들이다.
한자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범어(梵語)’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말한다.
인도의 전통 신분 체계 및 종교 체계를 가리키는
‘브라만’의 음역에서 유래한 것이 범어로
“‘브라만’ 계층이 사용하는 말” 혹은 “브라만교의 말”의 의미이다.
현대 사회 수많은 인도 제어의 고급 어휘의 근간을 구성하는 인도의 고전어로,
현대 사회에도 인도의 공용어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브라만에게는 모어로 사용되고 있다.
원어명 산스크리트어(Sanskrit)는
‘같이’를 뜻하는 '삼', ‘두다’를 뜻하는 ‘크르타’의 합성어로
‘같이 두어진 말’ 즉 ‘잘 정돈된 말’, ‘세련된 말’이라는 뜻이다.
고대 인도의 경전인 『리그 베다』에 쓰인 언어인 ‘베다 산스크리트어’의 발전형으로,
베다 산스크리트어와 구분해 ‘고전 산스크리트어’라고도 한다.
삼국시대 한반도에 유입된 범어는
주로 범자(梵字, 즉 데바나가리 문자)에 의해 기록됐는데
동아시아에 전래된 대표적인 범자는
실담문자로 알려진 실담범자(悉曇梵字)이다.
이 문자, 즉 실담범자에 대한 지식은 훈민정음의 창제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현의 『용재총화』(1525), 이수광의 『지봉유설』(1614)등에
이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전자에는 ‘범어의 음율 원리에 영향을 받았다’,
후자에는 ‘한글은 정말 인도 글자를 모방했을까’라는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는 훈민정음으로 『진언집』의 범어가
불번어의 전통에 따라 음차돼서 불교의 포교에 널리 활용됐다.
현재 범어가 범자로 남겨진 조선시대의 『진언집』으로는
안심사본(1569년), 신흥사본(1658년), 보현사본(1688년),
금산사본(1694년), 만연사본(1777년), 망월사본(1800년) 등이 존재한다.
특히 범어를 적기 위해 사용된 범자는
훈민정음의 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멀리 인도로부터 기원해
동북아시아의 끝자락, 한반도에 이르는 문화 전파의 양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민족사적, 인류사적 의의를 지닌다.
2014년에 나온 정찬주의 소설 <천강에 비친 달>(작가정신)은
세종대왕이 총애한 한 스님이 한글 창제의 주역이었다고 그린다.
그가 바로 범어음운학승 신미대사이다.
7월 24일 개봉되는 <나랏말싸미>(감독 조현철)는
세종대왕과 신미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현철)<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모든 신하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
나라의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과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나라의 글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가
이 영화의 내용이다.
송강호가 세종대왕 역을,
박해일이 신미대사 역을 맡는다.
세종이 운명하기 직전에 신미에게 내린 시호이다.
禪敎宗 都摠攝 密傳正法 悲智雙運 祐國利世 圓融無礙 慧覺尊者
선교종 도총섭 밀전정법 비지쌍운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
무려 26자이고 그 시호 안에 특히
‘나라를 도왔고 세상을 이롭게 했다’는 뜻인 ‘우국이세’가 들어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훈민정음 창제 시기(1443)보다 8년 앞선 정통 3년(1435)에
한글과 한자로 된 『원각선종석보』라는 불교 고서가 신미대사에 의해
출간됐다는 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신미대사(信眉, 1403~1480)는
세종 때 속리산 복천암의 주지로
범어에 능통했던 학승으로 알려져 있다.
복천암의 사적비에는
“세종대왕은 복천암에 주석하던 신미대사로부터
한글 창제 중인 집현전 학자들에게
범어의 자음과 모음을 설명하게 했다”고
기록돼 있다
ⓒ신충우, 2019
그의 부도(浮屠)는 속리산 법주사에 있다.
고향은 속리산 인근의 충북 영동군 용산이고
본명은 김수성이며 본관은 영산(永山)이다.
아내와 시간을 조절,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이 영화 <나랏말싸미>를 함께 관람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