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들. 왼쪽부터 아이리버 ‘스토리’, 삼성 ‘삼성ebook’, 소니 ‘리더터치’, 아마존 ‘킨들’.
오랜 잠에 빠져 있던 국내 전자책(e-book)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초부터 관련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자책이란 도서(圖書)나 신문 등을 디지털화(化)해서 컴퓨터나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읽을 수 있게 한 것을 말한다. 이렇게만 볼 때 전자책은 우리에게 별로 낯설 것도 없는, 출판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T)이 융합된 디지털콘텐츠의 한 분야다. 컴퓨터로 디지털화된 문서를 읽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실제 전자책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서 차원을 넘어서 실제 독서 행위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 모니터가 아니라 종이를 넘기는 옛날 독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콤팩트디스크(CD)가 축음기 레코드판(LP판)을 몰아내고, 인터넷이 종이 신문의 영역을 상당부분 잠식한 것을 생각하면, 최첨단 IT 시대에도 종이책 위주의 독서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다소 의아해 보이기까지 하다.
지난 10여 년간의 거센 정보화 물결도 독서의 형태를 바꾸지 못하자, 우리는 어느덧 전자책이란 것이 존재하는지조차도 잊어버리고 지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자책 이야기가 쏟아지자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해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은 전자책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 규모는 연평균(2006~2009년) 17%씩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협회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전체 전자출판산업(전자책, 전자사전, 오디오북, 모바일 북, 디지털학술논문, 기타 디지털출판 등) 시장 규모는 5786억원이며, 그 가운데 전자책 시장 규모는 1323억원(단말기 시장 규모는 제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순수 전자책 콘텐츠 판매는 400억원 규모로 아직 걸음마 수준에 놓여 있다. 그나마 개인 구매는 일부 무협,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소설에 그치고 있고, 공공도서관이 주요 전자책 구매처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첨단 IT기기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다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전자책만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을까?
애플社의 아이패드가 몰고온 파장
삼성전자가 지난 2월초 발매한 6인치 전자책 단말기 ‘SNE- 60K’의 모습. 가격은 42만9000원.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해서 교보문고 등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일반책의 50~60% 수준 가격에 살 수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인터넷 관련 업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김명규(金明奎·39)씨는 자신의 전자책 이용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을 전자책으로 많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몇 가지 장르를 제외하면 도무지 읽을 만한 책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콘텐츠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자책 가격도 너무 비싸다고 봅니다. 종이책 값의 40~60% 정도 하는데 조금만 더 보태면 종이책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사기가 망설여집니다.”
김명규씨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온 단말기로는 이동 중에 전자책을 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제가 전자책을 볼 때는 휴대성이 가장 좋은 단말기가 노트북이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도 전철에서 독서를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큰 편입니다. 전원을 켜서 부팅하는 속도도 너무 늦고요. PDA라고 하는 휴대용 개인정보 단말기도 있지만, 화면이 작아서 책 한 페이지가 한 화면에 모두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전자책은 주로 사무실이나 집의 개인 컴퓨터에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씨는 우리나라 전자책 환경에 대해서 “살 만한 콘텐츠가 없고, 책값은 너무 비싸며, 노트북이나 PDA, 휴대폰 등 이동 단말기로 보기에 너무 불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공개된 ‘아이패드(iPad)’라는 태블릿(tablet) PC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면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블릿 PC란 자판 같은 외부 입력장치가 없이 화면에 접촉이나 필기를 통해 작동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미국의 IT회사인 애플(Apple)이 지난 1월 공개한 아이패드라는 태블릿 PC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세계 언론과 IT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일반 단행본만한 태블릿형 PC이기 때문에 휴대가 간편하다. 최근 유행하는 넷북(미니 노트북)보다 작기 때문에 넷북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이 더 주목한 것은 아이패드가 불러올 전자책 시장의 파장이다. 아이패드는 편리하고 강력한 전자책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것이 세계 전자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성공 사례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을 들고 있는 아마존의 창시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은 킨들의 출시로 잠자고 있던 전자책 시장을 깨웠다.
아이패드의 등장이 전 세계 전자책 시장의 최고 이슈로 떠오른 것처럼 오랫동안 잠을 자던 세계 전자책 시장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기업들이다. 시동(始動)은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Amazon)이 걸었다.
아마존은 2007년 11월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발매했다. 킨들은 판매개시 5시간 반 만에 매진되었고, 2008년에는 50만 대 이상이 팔려 미국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었다.
단행본 한 권 크기만 한 킨들은 단말기의 화면을 종이의 질감에 가깝게 표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니터상의 글씨는 ‘E 잉크사(E-Ink 社)’가 개발한 전자종이 기술을 적용했는데 글씨와 사진이 흑백으로 표현된다.
E 잉크의 전자종이는 일반 컴퓨터 모니터와 달리 백라이트(backlight)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컬러 화면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최근에 나온 애플사의 ‘아이패드’에 비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킨들은 전력 소모가 적어 한 번 충전으로 수천 페이지를 볼 수가 있고, 수백 권의 책을 저장해서 들고 다닐 수가 있다.
킨들이 성공을 거두자 세계 곳곳에서 앞다투어 E 잉크 전자책 단말기가 출시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여 종의 E 잉크 단말기가 생산되고 있으며, 2009년까지 약 3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마존의 킨들이 60~70%를 점유하고 있다.
물론 킨들 이전에도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등이 E 잉크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실패 원인을 단말기와 콘텐츠 가격이 비싼 데다가 콘텐츠 종류도 너무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킨들 출시 당시에 8만8000여 종의 전자책을 확보했는데, 2006년 소니가 전자책 시장에 진출할 때 1만여 권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양의 콘텐츠 확보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아마존은 2009년 초까지 27만5000권의 전자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니도 가만있지 않았다. 소니는 콘텐츠 열세(劣勢)를 만회하기 위해 2009년 3월 미국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인 구글과 손을 잡았다. 이로써 소니는 구글이 보유한 공공도서 50만 권을 포함 총 60만 권에 이르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소니는 아마존의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5월 펴낸 이라는 전자책 관련 보고서에서 아마존 킨들의 4대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CEO의 리더십이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는 평소 언론 인터뷰 등에서 “킨들은 결코 책과 같은 향기를 낼 수도 없고, 책과 같은 촉감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똑같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전자책을 책의 대체품이 아닌 전혀 새로운 정보전달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둘째, 기술적 단순성을 실현했다. 아마존은 미국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제휴해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에 PC 없이는 전자책 구매가 불가능했던 문제점을 해결했으며, 다운로드 후 곧바로 독서를 할 수 있게 조작 방법을 단순화했다.
셋째,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킨들 단말기를 통해 전자책뿐만 아니라 잡지, 신문, 블로그까지 볼 수 있게 했다.
넷째,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했다. 원래 아마존의 전자책 콘텐츠는 킨들에만 제공되었으나, 장기적으로 자사 콘텐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등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자책은 권당 9.99달러에 팔지만 판권(版權)은 종이책과 같은 10달러 이상으로 보장함으로써 양질의 콘텐츠를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었다. 아마존의 2009년 자체 조사에 의하면 킨들 사용자 중 40세 이상의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시장에 스마트폰도 가세
아마존의 성공은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교보문고는 지난 2월 초 6만5000권의 전자책을 확보하고 이를 삼성전자의 신형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 공급한다고 밝혔다.
전자책 관련 전문가들은 국산 전자책 단말기도 출시되고 있고, 애플의 아이패드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단말기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킨들 같은 ‘E 잉크 단말기’, 애플의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곧 출시될 예정인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은 최근 KT가 국내에 도입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휴대 전화기가 전화기에 일부 인터넷과 오락 기능을 추가해 놓은 것이라면, 스마트폰은 반대로 컴퓨터에 휴대전화기 기능을 얹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휴대전화인 이 스마트폰도 무시할 수 없는 전자책 단말기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에는 ‘앱스토어(App Store)’라는 오픈마켓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 콘텐츠 제공자(CP)는 이곳에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마음껏 올려서 판매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신문사가 자신의 신문 콘텐츠를 아이폰 소유자들에게 공급하고 싶다면 앱스토어에 자신들의 신문을 볼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등록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폰 소유자 중에 그 신문을 보고 싶은 사람은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메인 화면에 깔면 해당 신문을 볼 수가 있다.
국내 한 경제 신문사의 경우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아이폰 사용자가 30만명일 때 20만명이 신문읽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기록을 세웠다. 같은 원리로 전자책 사업자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올려서 판매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역시 애플이 출시한 MP3 재생기인 ‘아이팟터치(iPod touch)’는 현재 전 세계에서 6000만 대 가까이 판매됐다. 이 두 휴대용 단말기로 오픈마켓에서 전자책 판매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14%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게임(19%) 다음으로 높은 판매율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張基榮) 사무국장은 “애플의 전자책 점유율 통계는 휴대용 단말기의 보급이 곧 전자책 산업의 부흥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E 잉크 기반의 전자책 전문 단말기가 10~20% 정도 차지하고,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30%, 나머지는 아이패드 같은 소형 컴퓨터 형태의 단말기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가 융합된 전자책 탄생할 것”
애플사가 공개한 ‘아이패드’ PC의 모습. 컬러로 표현되는 강력한 전자책 기능을 갖추고 있어 기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선두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장 사무국장의 설명.
“킨들의 주요 구매자들이 40대 이상인 것은 이들 연령대가 종이책의 형태를 디지털에서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0~30대만 해도 킨들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만 봐도 앞으로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젊은층은 아무래도 전자책 전용 단말기보다 컴퓨터 기능 등이 들어간 복합적인 형태의 단말기를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죠.”
전자책 관련업체는 크게 콘텐츠 제작업체와 유통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솔루션 기술업체, 무선망 플랫폼 서비스 업체 등으로 나뉜다.
국내의 전자책 콘텐츠 업체는 언론사와 출판사, 잡지사 등이 있고, 유통업체는 교보문고, 인터파크, 예스 24, 북센 등의 대형 서점을 들 수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는 삼성과 아이리버, LG이노텍 등이 있다.
솔루션 기술업체는 전자책 저작권 보호기술인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과 제작 툴(tool) 등을 개발하는 다수의 업체가 존재한다. 무선망 플랫폼 서비스 업체는 3G(3세대)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상에서 전자책 서점을 연 ‘바로북’의 이기수 전략기획실장은 “우리도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책 단말기에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바로북은 4만 권 정도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로맨스, 무협, 판타지, 추리 소설 등 장르문학 위주로 판매된다고 한다.
이기수 실장은 “현재 우리 바로북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휴대전화, 컴퓨터, PDA 등 기존의 전통적인 단말기들”이라며 “하지만 새로 나오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시장에 어느 정도 깔리면 우리도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국내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전자책 유통회사와 합작 형태로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출판사들이 지켜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에 대비해 언론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사는 오는 3월부터 전자책 콘텐츠몰 사이트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전자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미디어전략팀 오재경(吳在卿) 기자는 “현재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 환경에 맞추어 조선일보가 생산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한 상태”라며 “국내에서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플랫폼을 개발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미디어 환경에서는 독자들이 원하는 적절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들 콘텐츠가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산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을 한 가지 방법에만 고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를 보면 2009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출판사는 3만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에 2009년 책을 한 권이라도 낸 곳은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4조원에 이르던 종이책 시장은 현재 2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 사무국장은 “전자책이 등장한다고 해서 종이책이 완전히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종이책 시장의 규모는 꾸준하게 줄어드는 대신 전자책을 중심으로 디지털 출판 시장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아이들을 한번 보세요. 그들에게는 인터넷 자체가 하나의 책이고 거대한 도서관입니다. 그들은 책을 소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입니다. 또한 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IT기기도 5분 안에 기능을 완전히 터득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전자책은 이들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멀티미디어가 융합된 형태로 발전할 것입니다.”
앞으로 전자책은 단말기와 이동통신이 융합하고 여기에 텍스트, 그림, 소리, 영상이 융합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장 사무국장은 “올해부터 전자책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동통신 3사가 이동통신망을 독과점하는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도 전자책 산업도 발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그동안 비용 때문에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하던 1인 출판사들도 본격적으로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그는 “종이책 시장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해왔다면, 전자책은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겨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
▣ e-book 실제 활용하기
전자책을 읽으려면 모니터가 딸린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전자책 단말기는 전용단말기형, 휴대폰형, 컴퓨터 겸용형 등 크게 3가지 종류로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전자책 전용단말기 모델은 삼성전자의 ‘SNE-60’, 아이리버의 ‘스토리’, 네오럭스의 ‘누트2’ 등이 나와 있다.
최근에 나온 삼성 전자북 단말기는 무선 다운로드 기능이 있어 교보문고가 보유하고 있는 6만5000권의 전자책을 다운로드할 수가 있다. 3월부터는 서적 유통회사인 인터파크가 이동통신사인 LGT와 손을 잡고 전자책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인데 역시 무선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구입했다면 실제 전자책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이 단말기에 있는 전자책 마켓에 들어가 클릭 몇 번으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선 기능이 없는 구형 단말기인 경우는 개인 PC로 전자책을 구매하고 나서 옮겨 담아서 보아야 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폰의 경우 오픈마켓인 앱스토어에 다양한 전자책 프로그램이 있다. 이 가운데 몇 개를 선택하면 무료 또는 유료의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들. 왼쪽부터 아이리버 ‘스토리’, 삼성 ‘삼성ebook’, 소니 ‘리더터치’, 아마존 ‘킨들’.
오랜 잠에 빠져 있던 국내 전자책(e-book)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초부터 관련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자책이란 도서(圖書)나 신문 등을 디지털화(化)해서 컴퓨터나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읽을 수 있게 한 것을 말한다. 이렇게만 볼 때 전자책은 우리에게 별로 낯설 것도 없는, 출판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T)이 융합된 디지털콘텐츠의 한 분야다. 컴퓨터로 디지털화된 문서를 읽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실제 전자책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서 차원을 넘어서 실제 독서 행위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 모니터가 아니라 종이를 넘기는 옛날 독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콤팩트디스크(CD)가 축음기 레코드판(LP판)을 몰아내고, 인터넷이 종이 신문의 영역을 상당부분 잠식한 것을 생각하면, 최첨단 IT 시대에도 종이책 위주의 독서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다소 의아해 보이기까지 하다.
지난 10여 년간의 거센 정보화 물결도 독서의 형태를 바꾸지 못하자, 우리는 어느덧 전자책이란 것이 존재하는지조차도 잊어버리고 지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자책 이야기가 쏟아지자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해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은 전자책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 규모는 연평균(2006~2009년) 17%씩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협회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전체 전자출판산업(전자책, 전자사전, 오디오북, 모바일 북, 디지털학술논문, 기타 디지털출판 등) 시장 규모는 5786억원이며, 그 가운데 전자책 시장 규모는 1323억원(단말기 시장 규모는 제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순수 전자책 콘텐츠 판매는 400억원 규모로 아직 걸음마 수준에 놓여 있다. 그나마 개인 구매는 일부 무협,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소설에 그치고 있고, 공공도서관이 주요 전자책 구매처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첨단 IT기기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다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전자책만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을까?
애플社의 아이패드가 몰고온 파장
삼성전자가 지난 2월초 발매한 6인치 전자책 단말기 ‘SNE- 60K’의 모습. 가격은 42만9000원.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해서 교보문고 등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일반책의 50~60% 수준 가격에 살 수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인터넷 관련 업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김명규(金明奎·39)씨는 자신의 전자책 이용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을 전자책으로 많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몇 가지 장르를 제외하면 도무지 읽을 만한 책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콘텐츠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자책 가격도 너무 비싸다고 봅니다. 종이책 값의 40~60% 정도 하는데 조금만 더 보태면 종이책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사기가 망설여집니다.”
김명규씨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온 단말기로는 이동 중에 전자책을 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제가 전자책을 볼 때는 휴대성이 가장 좋은 단말기가 노트북이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도 전철에서 독서를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큰 편입니다. 전원을 켜서 부팅하는 속도도 너무 늦고요. PDA라고 하는 휴대용 개인정보 단말기도 있지만, 화면이 작아서 책 한 페이지가 한 화면에 모두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전자책은 주로 사무실이나 집의 개인 컴퓨터에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씨는 우리나라 전자책 환경에 대해서 “살 만한 콘텐츠가 없고, 책값은 너무 비싸며, 노트북이나 PDA, 휴대폰 등 이동 단말기로 보기에 너무 불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공개된 ‘아이패드(iPad)’라는 태블릿(tablet) PC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면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블릿 PC란 자판 같은 외부 입력장치가 없이 화면에 접촉이나 필기를 통해 작동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미국의 IT회사인 애플(Apple)이 지난 1월 공개한 아이패드라는 태블릿 PC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세계 언론과 IT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일반 단행본만한 태블릿형 PC이기 때문에 휴대가 간편하다. 최근 유행하는 넷북(미니 노트북)보다 작기 때문에 넷북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이 더 주목한 것은 아이패드가 불러올 전자책 시장의 파장이다. 아이패드는 편리하고 강력한 전자책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것이 세계 전자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성공 사례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을 들고 있는 아마존의 창시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은 킨들의 출시로 잠자고 있던 전자책 시장을 깨웠다.
아이패드의 등장이 전 세계 전자책 시장의 최고 이슈로 떠오른 것처럼 오랫동안 잠을 자던 세계 전자책 시장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기업들이다. 시동(始動)은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Amazon)이 걸었다.
아마존은 2007년 11월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발매했다. 킨들은 판매개시 5시간 반 만에 매진되었고, 2008년에는 50만 대 이상이 팔려 미국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었다.
단행본 한 권 크기만 한 킨들은 단말기의 화면을 종이의 질감에 가깝게 표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니터상의 글씨는 ‘E 잉크사(E-Ink 社)’가 개발한 전자종이 기술을 적용했는데 글씨와 사진이 흑백으로 표현된다.
E 잉크의 전자종이는 일반 컴퓨터 모니터와 달리 백라이트(backlight)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컬러 화면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최근에 나온 애플사의 ‘아이패드’에 비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킨들은 전력 소모가 적어 한 번 충전으로 수천 페이지를 볼 수가 있고, 수백 권의 책을 저장해서 들고 다닐 수가 있다.
킨들이 성공을 거두자 세계 곳곳에서 앞다투어 E 잉크 전자책 단말기가 출시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여 종의 E 잉크 단말기가 생산되고 있으며, 2009년까지 약 3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마존의 킨들이 60~70%를 점유하고 있다.
물론 킨들 이전에도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등이 E 잉크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실패 원인을 단말기와 콘텐츠 가격이 비싼 데다가 콘텐츠 종류도 너무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킨들 출시 당시에 8만8000여 종의 전자책을 확보했는데, 2006년 소니가 전자책 시장에 진출할 때 1만여 권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양의 콘텐츠 확보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아마존은 2009년 초까지 27만5000권의 전자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니도 가만있지 않았다. 소니는 콘텐츠 열세(劣勢)를 만회하기 위해 2009년 3월 미국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인 구글과 손을 잡았다. 이로써 소니는 구글이 보유한 공공도서 50만 권을 포함 총 60만 권에 이르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소니는 아마존의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5월 펴낸 이라는 전자책 관련 보고서에서 아마존 킨들의 4대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CEO의 리더십이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는 평소 언론 인터뷰 등에서 “킨들은 결코 책과 같은 향기를 낼 수도 없고, 책과 같은 촉감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똑같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전자책을 책의 대체품이 아닌 전혀 새로운 정보전달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둘째, 기술적 단순성을 실현했다. 아마존은 미국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제휴해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에 PC 없이는 전자책 구매가 불가능했던 문제점을 해결했으며, 다운로드 후 곧바로 독서를 할 수 있게 조작 방법을 단순화했다.
셋째,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킨들 단말기를 통해 전자책뿐만 아니라 잡지, 신문, 블로그까지 볼 수 있게 했다.
넷째,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했다. 원래 아마존의 전자책 콘텐츠는 킨들에만 제공되었으나, 장기적으로 자사 콘텐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등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자책은 권당 9.99달러에 팔지만 판권(版權)은 종이책과 같은 10달러 이상으로 보장함으로써 양질의 콘텐츠를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었다. 아마존의 2009년 자체 조사에 의하면 킨들 사용자 중 40세 이상의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시장에 스마트폰도 가세
아마존의 성공은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교보문고는 지난 2월 초 6만5000권의 전자책을 확보하고 이를 삼성전자의 신형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 공급한다고 밝혔다.
전자책 관련 전문가들은 국산 전자책 단말기도 출시되고 있고, 애플의 아이패드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단말기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킨들 같은 ‘E 잉크 단말기’, 애플의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곧 출시될 예정인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은 최근 KT가 국내에 도입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휴대 전화기가 전화기에 일부 인터넷과 오락 기능을 추가해 놓은 것이라면, 스마트폰은 반대로 컴퓨터에 휴대전화기 기능을 얹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휴대전화인 이 스마트폰도 무시할 수 없는 전자책 단말기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에는 ‘앱스토어(App Store)’라는 오픈마켓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 콘텐츠 제공자(CP)는 이곳에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마음껏 올려서 판매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신문사가 자신의 신문 콘텐츠를 아이폰 소유자들에게 공급하고 싶다면 앱스토어에 자신들의 신문을 볼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등록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폰 소유자 중에 그 신문을 보고 싶은 사람은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메인 화면에 깔면 해당 신문을 볼 수가 있다.
국내 한 경제 신문사의 경우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아이폰 사용자가 30만명일 때 20만명이 신문읽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기록을 세웠다. 같은 원리로 전자책 사업자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올려서 판매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역시 애플이 출시한 MP3 재생기인 ‘아이팟터치(iPod touch)’는 현재 전 세계에서 6000만 대 가까이 판매됐다. 이 두 휴대용 단말기로 오픈마켓에서 전자책 판매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14%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게임(19%) 다음으로 높은 판매율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張基榮) 사무국장은 “애플의 전자책 점유율 통계는 휴대용 단말기의 보급이 곧 전자책 산업의 부흥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E 잉크 기반의 전자책 전문 단말기가 10~20% 정도 차지하고,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30%, 나머지는 아이패드 같은 소형 컴퓨터 형태의 단말기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가 융합된 전자책 탄생할 것”
애플사가 공개한 ‘아이패드’ PC의 모습. 컬러로 표현되는 강력한 전자책 기능을 갖추고 있어 기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선두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장 사무국장의 설명.
“킨들의 주요 구매자들이 40대 이상인 것은 이들 연령대가 종이책의 형태를 디지털에서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0~30대만 해도 킨들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만 봐도 앞으로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젊은층은 아무래도 전자책 전용 단말기보다 컴퓨터 기능 등이 들어간 복합적인 형태의 단말기를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죠.”
전자책 관련업체는 크게 콘텐츠 제작업체와 유통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솔루션 기술업체, 무선망 플랫폼 서비스 업체 등으로 나뉜다.
국내의 전자책 콘텐츠 업체는 언론사와 출판사, 잡지사 등이 있고, 유통업체는 교보문고, 인터파크, 예스 24, 북센 등의 대형 서점을 들 수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는 삼성과 아이리버, LG이노텍 등이 있다.
솔루션 기술업체는 전자책 저작권 보호기술인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과 제작 툴(tool) 등을 개발하는 다수의 업체가 존재한다. 무선망 플랫폼 서비스 업체는 3G(3세대)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상에서 전자책 서점을 연 ‘바로북’의 이기수 전략기획실장은 “우리도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책 단말기에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바로북은 4만 권 정도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로맨스, 무협, 판타지, 추리 소설 등 장르문학 위주로 판매된다고 한다.
이기수 실장은 “현재 우리 바로북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휴대전화, 컴퓨터, PDA 등 기존의 전통적인 단말기들”이라며 “하지만 새로 나오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시장에 어느 정도 깔리면 우리도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국내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전자책 유통회사와 합작 형태로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출판사들이 지켜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에 대비해 언론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사는 오는 3월부터 전자책 콘텐츠몰 사이트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전자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미디어전략팀 오재경(吳在卿) 기자는 “현재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 환경에 맞추어 조선일보가 생산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한 상태”라며 “국내에서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플랫폼을 개발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미디어 환경에서는 독자들이 원하는 적절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들 콘텐츠가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산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을 한 가지 방법에만 고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를 보면 2009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출판사는 3만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에 2009년 책을 한 권이라도 낸 곳은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4조원에 이르던 종이책 시장은 현재 2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 사무국장은 “전자책이 등장한다고 해서 종이책이 완전히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종이책 시장의 규모는 꾸준하게 줄어드는 대신 전자책을 중심으로 디지털 출판 시장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아이들을 한번 보세요. 그들에게는 인터넷 자체가 하나의 책이고 거대한 도서관입니다. 그들은 책을 소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입니다. 또한 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IT기기도 5분 안에 기능을 완전히 터득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전자책은 이들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멀티미디어가 융합된 형태로 발전할 것입니다.”
앞으로 전자책은 단말기와 이동통신이 융합하고 여기에 텍스트, 그림, 소리, 영상이 융합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장 사무국장은 “올해부터 전자책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동통신 3사가 이동통신망을 독과점하는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도 전자책 산업도 발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그동안 비용 때문에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하던 1인 출판사들도 본격적으로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그는 “종이책 시장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해왔다면, 전자책은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겨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
▣ e-book 실제 활용하기
전자책을 읽으려면 모니터가 딸린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전자책 단말기는 전용단말기형, 휴대폰형, 컴퓨터 겸용형 등 크게 3가지 종류로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전자책 전용단말기 모델은 삼성전자의 ‘SNE-60’, 아이리버의 ‘스토리’, 네오럭스의 ‘누트2’ 등이 나와 있다.
최근에 나온 삼성 전자북 단말기는 무선 다운로드 기능이 있어 교보문고가 보유하고 있는 6만5000권의 전자책을 다운로드할 수가 있다. 3월부터는 서적 유통회사인 인터파크가 이동통신사인 LGT와 손을 잡고 전자책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인데 역시 무선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구입했다면 실제 전자책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이 단말기에 있는 전자책 마켓에 들어가 클릭 몇 번으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선 기능이 없는 구형 단말기인 경우는 개인 PC로 전자책을 구매하고 나서 옮겨 담아서 보아야 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폰의 경우 오픈마켓인 앱스토어에 다양한 전자책 프로그램이 있다. 이 가운데 몇 개를 선택하면 무료 또는 유료의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첫댓글 넘 길고 어려워 읽다 말슝 암튼 바쁘요이래 할꺼 다 하모 술 마실 시간이 워딧대유 ...
아전자북의 이모저모를 학실히 알게 해주는 글이네요곧 책읽어 주는 싸이트나 전자북도 등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