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순산 VS 난산
순산과 난산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문가 선생님 4인에게 순산과 난산에 대한 잘못된 설과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1 “고령 임신이라고 꼭 난산은 아닙니다”
박문일(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일반적으로 고령 임신일 경우 진통시간이 길어지고 난산이 많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통시간은 워낙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꼭 나이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만시 평균 진통시간은 예상 외로 30대가 20대보다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0대 임신부가 난산을 겪어 제왕절개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대 임신부와 별 차이 없이 자연분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튼튼한 고령 임산부의 경우 힘들지 않게 순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즉, 순산과 난산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 진통시간이 30대가 더 짧은 것은 체력이나 의지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된다. 나이가 들어 초산을 하는 경우는 20대에 비해 마음의 준비나 출산에 대한 지식으로 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들은 고령 임신이라고 꼭 난산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다.
2 “엉덩이가 크다고 아이 잘 낳는 건 절대 아니에요”
서란희(일신조산원 원장, 조산사), 이정자(한국조산사협회 조산사)
예부터 듬직한 며느릿감으로는 어깨가 둥글고 엉덩이가 큰 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 엉덩이가 크면 그만큼 아이를 쑥쑥 잘 낳을 거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것. 실제로 엉덩이가 크면 대체로 골반이 클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30여 년 간 2만여 명의 아이를 받아본 경험으로 이러한 설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아이 잘 낳고 못 낳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실제로 골반이 크더라도 아기가 나올 때 통과하는 골반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순산과 난산은 달라진다. 언뜻 보기에는 몸이 왜소하고 가냘퍼 보여 아이를 잘 낳지 못할 것 같은 산모도 의외로 순산을 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오히려 몸이 크면 살이 찐 경우가 많아 마른 체격의 산모보다 난산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3 “순산과 난산은 엄마와 태아의 입장에 따라 달라져요”
김상우(분당차병원 한방부인과 전문의)
순산과 난산이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는 의학적인 용어가 아니고 속어라 볼 수 있다. 출산을 마치고 건강한 아기를 안은 엄마에게 “순산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면 의외인 듯한 얼굴로‘이토록 고생했는데 내가 순산한 걸까?’하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와 아기 모두가 건강해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순산이냐 난산이냐는 출산한 엄마의 주관에 좌우되는 부분이 많다. 순산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아기의 입장에서의 순산과 엄마의 입장에서의 순산. 분만 소요 시간이 길어져서 엄마가 고생한 출산이라도 아기가 무사하고 건강하게 태어났다면 결과적으로 순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엄마 측에서 보면 가볍고 쉬운 출산을 순산, 심한 통증을 느끼고 고통스러운 출산을 난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주관과는 달리 아기도 엄마도 모두 건강하고 이상 없이 출산을 마치는 것을 순산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이 가볍고 용이해도 아기가 미숙아거나 태어나서 곧 울지 않는 상태라면 순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 민간요법에 숨은 순산의 진리
순산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들이 있다. 의학적으로는 근거 없는 말도 많지만 예부터 전해오는 생활의 경험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 민간요법에 숨은 순산의 진리를 알아본다.
1 만삭 때 돼지고기를 먹으면 순산한다
분만을 할 때 진통으로 인해 토하는 경우도 있고 체력 소모도 많다. 이때 단백질, 지방 등이 풍부한 비계가 많이 든 돼지고기나 고열량의 영양분 높은 음식을 먹어주면 체력 회복이 된다는 속설이지만 실제로 순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2 아기 쉽게 낳은 사람의 옷을 빌려 입는다
순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심리적인 편안함. 순산한 사람의 옷을 빌려 입는 것은 산모의 마음을 편안히 하는 심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날달걀을 먹으면 아이를 빨리 낳는다
진통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몇 시간 동안 힘을 써야 한다. 이럴 때 날달걀은 에너지원이 된다. 또한 날달걀의 미끄러운 성질을 이용해 아이가 미끄러져 쉽게 나오라는 주술적 의미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