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로 떠나는 청소년 사목현장 2 - 구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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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가 무슨 말을 하리오!”
청소년!! 이 말을 들으면 나는 어쩐지 빚진 자의 마음이 된다. 빚을 갚아야 하는데, 항상 미안하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곳 구산성지에서 매년 여름방학 때 “청소년 순교자체득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오는 80여 명의 학생들이 무려 4박5일의 긴 순교자 캠프에 참여한다.
“청소년 순교자체득학교”는 순교자와 신앙선조들에 대한 교육, 체험, 기도의 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날 낮에는 신앙선조들이 어떤 생활을 하셨는지, 어떤 형벌을 받으셨는지, 선교사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었는지를 체험하며, 저녁에는 성시간으로 마무리 한다. 둘째 날에는 주요기도문(12단)을 암송하고, 다음날에 실시할 순교체득을 위해 ‘순교입교식’을 한다. 예를 들면, 박해시대에는 성모패를 가슴에 달고 헝겊으로 기워 덮어 외교인이 모르게 하고, 기도할 때는 그 위에 손을 얹고 기도했던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셋째 날은 캠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교를 체득하는 날이다.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온종일 십자가의 길과 묵주기도를 바치며 순교의 길을 걸은 후 마지막에는 자원하여 포도청에서 갖가지 고문(주뢰, 곤장, 백지사)을 받고 순교한다. 그리고 저녁 늦게 마무리 프로그램으로 천국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넷째 날, 천국에 들어간 청소년들은 하느님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지내며 그동안 체득한 모든 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섯째 날에는 체득학교에 입교할 때 내주었던 문제지와 그동안 배웠던 교회사 문제를 “금징을 울려라”를 통해 풀면서, 다시 한 번 배운 것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이 밖에도 순교자체득학교에서의 모든 음악은 성가나 복음성가 만을 들려주어, 성지 안에서는 대중음악을 전혀 들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오직 하느님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워하지만, 점점 흥미로워하고 진지하게 임하며 마지막에는 감동을 받아 변화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순교자체득학교에 들어올 때의 모습과 나갈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매번 보게 된다.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청소년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구산성지에서는 앞으로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순교자와 신앙선조들의 삶을 깊이 체험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더욱 질 좋은 프로그램과 시설(영성마을)을 준비하려 계획하고 있다.
청소년이여, 부탁하오니 그때까지 늙지 마소서! 조금이나마 빚을 갚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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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성지 전담 정종득(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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