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중대 도서관에 대해 이런저런 comment가 많아서,
중앙인 coummnity에 올라와 있는 리모델링 설계자의 후기를 올린다......
좀 기니까 읽고 싶은 사람은 걍 함 읽어 봄서 중대 도서관 리모델링 작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많은 고민속에 나왔을 창작의 소산을
요즘 우리를 휩쓸고 가는 물량주의의 마음으로 보지 말고
설계자의 마음을 느낌서, 소담하게 산길을 걷는 마음으로 더듬어 보면 어떨까 싶다........
그 편이 우리의 마음을 좀더 넓게 해주지 않을까........
FYI..........
뱀다리 : 글은 쩜 긴 편이니 긴글 읽는 거 싫어라 하는 이는 읽다가 올린 사람 욕하지 마라......(난 분명히 미리 말했다......)
중앙도서관 - overlap
건축학부 교수 김인철
건축되는 하나의 사실은 지구상에 같은 곳이 없는 유일한 장소를 만드는 사건이다. 장소는 시간과 함께 기억을 만든다. 기억의 축적은 장소의 의미가 된다. 건축이 장소의 의미를 방기하는 것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작
대학마다 건축을 가르치는 학과가 있고 교수가 있으나 대학의 건축을 작업하는 교수의 경우는 현실적인 여러 문제로 매우 드물다. 교육의 목표가 실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면 학교의 건물을 교수가 설계하고 제자들이 참여하거나 지켜보며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건축학, 건축공학은 모두 건물 만드는 일을 다루는 학문이다. 실무와 이론은 나누어질 수 없다. 낡고 협소한 도서관을 보수하고 증축하는 계획을 재단에서 결정했는데 설계를 맡겠는가를 묻는 공대 학장의 요청은 의외였다. 새로이 학교를 맡게 된 박용성 이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라고 했다. 재단에서는 외부의 건축가가 아니라 교내의 건축과 교수에게 설계를 맡길 방침이어서 건축학부가 소속된 공대에 추천을 부탁했다는 설명이었다.
조사
도서관의 외관과 내부는 이곳 저곳 덧대거나 덧칠되어 있어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수평적인 매스에 7층 높이의 타워를 두어 기념성과 상징성을 이루고 있는 건물은 경사진 지면과 닿는 부분을 회랑과 발코니로 연결시키고 있다. 건물의 형태는 구조체와 외피를 분리하고 수직과 수평으로 분할되는 그리드 패턴을 강조하는 모양인데 창과 외벽은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장방형(62m x 46m) 평면의 중앙에 통로와 회랑이 있는 중정을 두어 공간의 중심으로 삼았다. 도서관은 현대건축의 규범인 모더니즘에 충실한 틀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기록
도서관은 1955년에 설계가 시작되었고 1956년부터 3년의 공사를 거쳐 50년 전인 1959년에 완공되었다. 개관식에는 임영신 총장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는 기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개관 당시의 중앙대 도서관은 국내 최고의 대학도서관이었다. 설계자 차경순(1916~1974)은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여명기에 활동한 원로 건축가이다. 구 상업은행본점, 반도조선아케이드 등이 대표작이었고 중앙대와는 이미 1953년의 약학대학(파이퍼 홀)의 설계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건물은 나이가 들어 쇄락해진 모습이지만 새로운 건축에 대한 그의 의지는 여전히 유효해서 시대의 기록으로 남아야 하는 가치를 지닌다.
흔적
도서관은 문화재청의 근대건축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었으나 원형의 훼손이 심해 목록에 오르지 못한 건축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료와 디테일들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산조차 끊어진 자재들이 있었고 시공의 방법들도 낡은 기법이어서 오늘의 눈으로 보면 투박하고 촌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투박한 촌스러움은 경박한 것이 아니어서 건축가의 의지가 작용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도서관의 건축적인 의미는 그렇다 하더라도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서관으로 기능하며 쌓아온 의미의 무게와 그곳을 거쳐 간 학생들이 간직하고 있을 기억의 총량은 쉽게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을 치워버릴 것이 아니라 살려서 새것으로 다시 기능할 수 있게 한다면 새로움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장소
시간의 흔적과 회상의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부족한 공간의 확장과 환경의 개선이 시간의 기억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려면 지나간 시간의 모습을 유지한 채 새로운 모습이 겹쳐져야 했다. 저층부의 형태와 주출입구의 캐노피를 원형대로 둔 것을 두고 새로운 도서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그것은 앨범속의 시간과 현재의 사진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도서관은 책을 주제로 하는 기능적인 완성과 함께 캠퍼스의 중심에 서서 학교의 역사와 동문의 추억을 상징하는 기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장소는 비어있는 터가 아니라 만들어지고 다듬어져서 의미로 형성되는 공간이다. 단과대학별로 독립된 공간이 운영되고 있으나 전공에 관계없이 교내의 모두가 모이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불편했지만 낯익은 옛 모습을 아래에 남기고 위에 새로이 얹어지는 모습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가벼운 감각을 만들었다. 기존공간은 골격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채광과 환경조절의 기능이 강화된 유리의 벽을 입혔다.
빛
옥상에 증축되는 열람실은 곡면의 지붕으로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곡면이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틈은 천창과 같은 기능으로 내부의 깊은 곳까지 빛이 들어오는 효과를 제공한다. 책을 읽기에 적합한 조도를 얻으려면 인공조명을 동원해야 하지만 주간의 조도는 자연광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지붕의 곡면이 경사와 수직으로 교차하며 이어져 내려오는 유리의 외벽은 동서남북의 조건에 맞추어 적정한 채광이 되도록 백색 스트라이프의 밀도를 조정해 프린트했다. 다양한 폭으로 배열된 백색의 띠는 내부에서의 조망은 확보되지만 외부에서 보면 내부가 가려지는 주렴과 같은 기능을 한다. 중정을 채워서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자는 재단의 의견은 생명체의 허파를 도려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비스듬히 절반을 막는 것으로 반영하고 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대나무를 심었다.
구조
기존의 1700석에 1700석 정도를 늘려 3401석 규모의 열람공간을 확보하고 수장고의 체적을 확장하려면 한 층을 증축해야 했으나 구조안전진단의 보고서는 부정적이었다. 철근 콘크리트의 물리적 내구성은 충분했지만 몇 곳에서 부분적인 결함이 발견되었고 지진에 대한 안전치는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았다. 기둥과 보를 철판으로 보강하고 콘크리트 벽을 추가로 설치해서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했다. 증축되는 4층 열람실은 경량구조인 철골의 틀을 짜서 구조의 문제와 공간의 개방감이 동시에 해결되도록 했다. 새 도서관의 면적은 700평이 더해져 3,800평으로 확장되었다.
환경
책이 쌓여 있고 사람이 오래 머무는 도서관의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려면 냉난방뿐만 아니라 공기의 흐름이 적절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기존공간의 낮은 층고는 기계적 장치를 설치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특별한 조치를 해야 했다. 도서관의 정적을 흩트리는 보행의 소음과 외부의 소란을 차단하려면 딱딱한 바닥을 바꾸고 낡은 창틀과 얇은 유리도 다시 만들었다. 화재 등의 재난에 대비하는 시설도 미비해서 보완해야 했다. 무장애공간이 되도록 시설을 보강했고 서가를 비롯한 육중한 가구와 집기들도 다이어트가 필요했으므로 모두 부담을 주지 않는 디자인으로 교체되었다.
노출
서고의 천정을 만들지 않고 콘크리트를 노출시킨 것은 협소한 공간과 환경의 체적을 확대하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천정을 철거했을 때 드러난 콘크리트의 느낌이 가리기에 아까울 만큼 좋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흔적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전 합판이 귀했던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녹아있는 질감이었다. 시멘트의 화학적 작용이 끝난 안정적인 상태는 그대로 노출시켜 이용하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설계가 확정되기 전에 시작된 철거작업으로 인해 기억을 회상하는 소재로 남기려한 부분들이 대부분 사라지게 되어 아쉬웠으나 천정에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경관
도서관과 관련 없는 기능들로 사용되던 타워는 새 도서관의 휴게공간으로 이용된다. 4층의 지붕인 5층의 바닥은 옥상정원이 되고 6, 7층은 흑석동과 한강너머 멀리 남산이 보이는 전망대가 된다. 타워의 유리에 줄무늬를 프린트하지 않은 것은 서울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만들려 한 것이다. 타워의 cau조형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철거를 원했지만 그 것 역시 시간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것이 각인된 기억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조형적인 해석을 떠나 그것은 곧 사실의 하나로 인정되는 감각의 관성으로 흡수될지도 모른다.
풍경
새로운 도서관으로 바뀌게 될 캠퍼스의 풍경은 하루 24시간 깨어있는 모습이 될 것으로 상상했다. 낮에는 빛을 모으고 밤에는 빛을 뿜어내는 빛의 상자가 되기를 기대 했다. 내부공간은 회색의 모노톤으로 마감해 도서관의 주인공인 책과 책 읽는 학생들의 배경이 되도록 했다. 새 도서관이 백화점의 화려함이 아니라 수도원의 장서각과 같은 분위기로 면학의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면 굽 높은 구두와 짧은 치마가 운동화와 작업복의 모드로 바뀌는 대학문화의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장소는 장소에 걸 맞는 문화를 요구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후기
리모델링의 특성은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예상치로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 80억 원을 예정했던 예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 결국 거의 곱절이 되었다, 2학기 개강에 맞추어야하는 절대공기로 현장의 분위기는 전시작전을 방불하게 했다. 새 도서관은 거듭된 증액을 수락해준 재단의 의지와 새로운 디자인을 소화해준 본부의 이해, 그리고 까다로운 설계자의 요구를 수용해준 시공사의 성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설계와 감리의 실무를 맡은 아르키움의 수고도 컸다. 어느 대학의 도서관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는 아직 이를 것이다. 도서관의 평가는 물리적인 조건이 아니라 그곳에서 생산되는 지식과 지혜의 총량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아......글구 여기는 사진 올리는 공간일텐데, 무식하게 글 올려 미안하다......사과를......
특례를 허용한다.
감사.......^^--__
오오 역시 관대한 센옹
중앙중도 쩐다,이곳에서 장차 한국을 이끌 동량들이 무수히 배출되길,,,
지식의 요람인 도서관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와 옛것과 새로운것의 조화를 추구한 설계자의 고뇌를 느낄수 있었다.
건축쪽에 관심좀 있는데 흠....... 설명이 맘에 드네..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았다. 중대의 건승을 기원한다.
괜찮네. 좋다.
마지막 문장이 정말 인상적이네. 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바란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말 낮 이 아니라, 낯 이라 나와있나요??
ㅋㅋㅋ 수정했음...놀라운 관찰력...........^^b
삭제된 댓글 입니다.
무슨 건물이 천억이나 하냐?
무슨 학교에 천억짜리 건물을 짓냐? 고급호텔 들어서나?
자기 학교 교수진과 학생에게 자부심이 있으니까 저런게 가능하겠지. 훈훈하네
도서관 괜찮네
도서관은 이번에 새로짓는 명지대와 리모데링한 중앙대 도서관이 굉장히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라귀여운태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