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북쪽에 위치한 나포면의 십자뜰
누렇게 익은 벼가 가득하다. 들녘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갈대도 서서히 은빛으로 물들고 있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을거란 예보에 언제쯤
집을 나설까 망설이다가 2시쯤 우산 하나 챙겨
들고 내가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인 이곳으로
왔고 금강 하류의 가을 풍경 속을 걷고 있다
지난 여름의 폭우와 폭염을 이겨내고 잘 익은
벼를 보며 마치 내가 주인이라도 되는 양 맘의
풍요를 느끼며 드넓은 황금빛 들녘에 서서
저 먼 곳까지 시선을 오래 두게 된다. 가까이에
있는 금강의 둑길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농로길
감나무에 몇 개 매달린 잘 익은 감을 보고선
문득 견물생심이 발동하여 감나무를 몇 차례
흔들어 보지만 녹록지 않다. 물론 주인이 따로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가끔씩
지나쳐 가는 차도 있고 탁 트인 곳이라 왠지
들킬 것 같은 소심증 작동으로 짐짓 젊잖게
행동을 멈추고 둑길로 올라서서 금강을 바라
본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강물이
마치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해를 가린 커다란 구름 때문인지 강물은 검은
듯 푸르고 푸른듯 검다. 왼쪽의 검푸른 금강
오른쪽 십자뜰을 번갈아 보며 초가을 오후를
한가로이 걷는다. 머잖아 찾아올 철새들의
군무가 펼쳐질 드넓은 강물 위로 한마리 새가
강을 가로질러 멀어져 가고 꽃을 찾는 철 늦은
하얀나비는 바람에 날리듯 눈앞에서 금세
사라져 간다. 풀숲에서 튀어나오다가 놀란듯
바삐 되돌아가는 메뚜기의 작은 몸짓이 왠지
애처로워 보인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그 중에 생명이 짧은 것들이 너무 많다. 매미
소리 사라진지 벌써 오래전이고 짧게 왔다가
갈 이 가을도 그러한 것 중에 하나일 것이다
청춘의 시절도 강물처럼 흘러갔고 중년의
세월도 스쳐가는 가을바람처럼 빠르게 느껴
질 때는 이미 메마른 겨울바람 부는 언덕에
우두커니 서서 비라보는 스산한 들판의 풍경
아니런가.. 오래전부터 싹 튼 허무한 마음은
지금껏 철옹성처럼 자리를 잡았나 ㅎㅎ힘
빠지는 소리는 방구석에서 혼잣말로 할 것을.
강둑 아래 곱게 피어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
모스를 뒤로 두고선 발걸음을 되돌린다..
첫댓글 잠자다 깨서 뒤척이다가
친구의 글과 사진에
많은 위로를 얻는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작품이고 애간장을 녹인다.
가을임에 틀림없다...
회자정리 친구,
우리들
언제쯤 볼 수 있겠지?
지난 추석 연휴 때 북한산 둘레길
진관사 한옥마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네. 주말을 택해 가끔 서울
올라가긴 하는데 기껏 하루 내지 이틀이기에 이곳 쥐친 만나긴 쉽지 않은 것이 물리적 거리감이란 현실.
무르익어 가는 가을날을 놓치기 싫어 군산시와 김제시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만경강의 정취를 느끼려
한두 시간 후쯤 출발하리라. 하늘
구름 친구여 바쁨 중에도 틈 내어
짧은 호시절을 줄기시라. 만남을
쉬이 기약할 수 없을지라도 서로의
근황을 이곳을 통해서 나누어 봅세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라~
잠을 잘 자야되는데
왜 뒤척이고 못 잤나
혹시 친구도 가을을 타는 가벼
잘 지내고 언제 함 보세
@회자정리
친구도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가?
아무쪼록
건강 챙기시고
잘 지내고
언제 짬내서 한번 봄세~~`
@회자정리
@초원의 뜰 초원의 뜰 다녀갔는가^잘 지내리라
10월의 중순으로 접어들었으니 낯
선 땅 이곳으로 온 지 어느새 5개월이 훌쩍 지나갔구려~배낭 들쳐메고 동분서주타 보니 그럭저럭 살 만하여라 ㅎ오늘은 한국에서 여섯번째로 긴 강^만경강 하류를 걷고 왔노라^보았노라 무심히 흐르는 강가의 풍경을- 옆쪽 사진으로 보는 새창이 다리가 어언 90여 년의 세월
을 버티어 온 흔적들을. 물론 무관심이겠지만 나는 아니 바쁜 객이라
별무심한 것들 조차 지대한 관심을
표하노라 ㅎㅎ그리하여 무심결에
닿은 곳이 만경강 낙조 전망대- 이른 시간이라 낙조야 볼 수 있었겠냐만 캔커피 안주 삼아 끽연을 즐겼으니 뭘 그리 더 바랬으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포구까지 구경코 싶었지만 되돌아올 길이 너무 멀었기에 반환점으로 삼아 발길을 돌렸다네~
본 지 오래 됐으니 어쨌건 만남의 여건을 성숙시켜 가봅세^/^
궁금해서 연락해 봐야겠다
생각은.하면서도
선뜻 누르지 못했는데. . .
이곳에서라도 소식을 접하니
무지 반갑다 회자정리 친구님~!
무탈하게 잘 지내고
서울오면 얼굴좀 보여주라
나도야 글타요~ ㅎ 나 역시 이곳에 오고서도
60쥐친 누구에게도 전화 한 통 못했다네-
산다는 게 쉽지 않어. 남의 눈치 코치 살피듯이. 10월 마지막 주말엔 제주 서귀포 올레길
걷고 있으리^ 봄비 사랑 어서 옵서예 ㅎㅎ
그럽세 11월에 얼굴 좀 봅시다^예!
@회자정리 난 생 첨 본 꽃- 뚱딴지꽃 ㅎ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 제대로
찍진 못했지만 갈대숲 한켠에 자리
잡고선 벌과 나비를 진하게
유혹터라~
@회자정리 노오란 뚱딴지꽃 예쁘긴한데
밭에 두세개 심어.놓으면
2~3년만에 온밭을 뚱딴지 세상으로
만들어 농부들에겐 웬수같은~
검정비닐을 씌워도 뚫고 나오고
모조리 캐버린다고 고생해도
어느새 뚱딴지세상으로 만드니. . .
뚱딴지 밉다
아주 싫은 넘이다
낙조전망대^ 만경정에서 내려다 본 강가엔 넓게 자리잡은 갈대들이 물들기 시작하여 가을바람에 은발을
휘날리고 있더라~~물론 아직은 갈빛 젊은 갈대가 더 많았지만.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연히 보게 된 안도현의 시- '만경강 노을' 이라는 시의
표현 왠지 맘에 와 닿더라.. 나도
오늘밤엔 그럴싸한 시 한 수 만들어
내고야 말리라^ 흠 ㅎㅎ 흠 잡힐 일
이 생기고야 말겠군.
친구,
시 한 수
올려주시길~♡
@하늘구름1 아직도 여전히 시심이 작동칠 않소이다 ㅎ
시는 하늘구름1 친구가 지금처럼 만들어
내길 바란다네^~^
무르익은
탐스러운 가을의 정취가
발자취 글에서 사진에서 가득 느껴집니다
댓글을 하도 오랜만에 달려하니
이 서먹함을 어쩌리오 ㅎ
환절기 건강 잘 챙겨요 친구님~
나 역시 서먹코도 가슴 한켠 먹먹하요ㅎ
나 또한 미소한줌 친구 글에 답글 충실치
못했지만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연을 어어
갈 수 있었음 하오^감기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