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려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신자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9일 약 4만5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거행했다. 그리스도의 부활 선포가 울려 퍼졌다. 바티칸 정원 및 환경국이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수천 송이의 화려한 꽃으로 대성전 앞뜰을 장식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창욱
이번 주님 부활 대축일에 두드러진 모습은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앞뜰에 설치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이콘을 공경하는 장면이었다. 해당 이콘은 요한 복음이 베드로 사도를 예수님 부활의 증인으로 묘사한 내용을 기념한 것이다. 4월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4만5000명의 신자들은 부제 두 명이 제대 옆에 모셔진 ‘왕좌에 앉으신 임금, 사제, 예언자이신 그리스도 판토크라토’ 이콘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루카 24,34)를 노래했다. 교황은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아케로피타(acheropita) 이콘을 모시고 부활절 미사를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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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2023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예수님과의 첫 만남으로 돌아갑시다. 기억하며 걸읍시다”
2000년 대희년부터 시작된 전통
그리스도 아케로피타 목조 이콘의 위아래에는 그루지야 출신의 이콘 화가가 지난 2007년에 부활에 관한 베드로 사도의 다음의 글을 그리스어로 새겨 넣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아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셨습니다.” 이콘을 덮은 두 개의 패널은 각각 부활에 관한 바오로 사도의 말을 형상화한 4개의 정사각형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 둘레에는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맨 마지막으로는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1코린 15,3-5.8 참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작품은 로마귀금속협회의 금 세공 장인 단체의 작품이다. 2000년 대희년 이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뜻에 따라 2006년(2005년만 예외)까지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아케로피타 이콘이 부활절 미사 때 제대 옆에 모셔졌다. 동방 교회에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이콘은 현재 스칼라 산타(Scala Santa) 성지인 산 로렌초 알 라테라노(San Lorenzo al Laterano) 성당의 오라토리움에 보존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부활하신 그리스도 아케로피타(acheropita) 이콘
파스카 성야 미사 때 축성된 성수를 뿌리는 예식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축성된 성수를 회중에게 뿌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는 기쁨이 파스카 성야를 통해 우리에게 왔습니다. 부활하신 분의 빛으로 변화되고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들과 친교를 나누며 물의 표징으로 세례를 기억하고 성찬의 잔치에서 새로운 생명에 참여합시다.” 교황은 32명의 추기경, 15명의 주교, 300여 명의 공동집전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본기도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 오늘 외아드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열어 주셨으니 저희가 주님의 부활 대축제를 지내며 성령의 힘으로 새로워지고 생명의 빛을 받아 부활하게 하소서.” 예고했던 것처럼 교황은 이날 강론을 하지 않았다.
전 세계 신자들로 가득 찬 성 베드로 광장
평화를 위한 기도, 병들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위한 기도
신자들의 기도에서 영어로 다음과 같이 주님의 도우심을 청했다. “부활하신 주님의 선물이자 민족들의 열망인 평화가 죽음의 씨앗을 뿌리는 증오와 무기의 굉음을 이기고 모든 민족이 사랑에 바탕한 새로운 문명을 알게 하소서.” 이어 아랍어로 기도를 바쳤다. “병든 이들,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이 파스카 신비를 통해 위로를 체험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을 체험하게 하소서.”
부활 성야 강론의 핵심을 담은 첫 트윗
교황은 미사를 거행하기 직전 9시30분에 올린 트윗 메시지에서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의 핵심을 언급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여정에 나서려면 우리는 항상 갈릴래아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과의 첫 만남에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가슴 뛰는 기억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교황은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교황 강복 전에 교황 전용차(포프모빌)를 타고 광장 곳곳과 비아 델라 콘칠리아지오네를 돌며 미사에 참례한 많은 신자들을 축복하고 인사를 나눴다.
교황이 신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교황 전용차를 타고 성 베드로 대성전 앞뜰로 향하고 있다.
꽃장식, 새 생명의 상징
올해도 1985년부터 그랬던 것처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거행을 위해 제대 주변에 네덜란드 화초 재배자들이 기증한 꽃장식을 설치했다. 이 작업에는 바티칸 정원 및 환경국 직원들과 함께 슬로베니아 나클로의 생명공학 대학 플로리스트 교수들이 협업했다. 이는 네덜란드 출신 가르멜 수도회 소속 티토 브란드스마 복자의 시복으로 시작된 전통이다. 성 베드로 광장과 제대를 이어 늘어선 약 3만8000개의 구근 화초의 꽃들은 네덜란드의 유명한 꽃밭을 연상시키는 1만5000송이의 튤립을 비롯해 같은 양의 노란 수선화, 3000송이가 넘는 하늘색의 히아신스와 장미, 600송이의 푸른 무스카리(포도 히아신스)가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늘 그렇듯 바티칸 시국을 대표하는 색상인 노란색과 흰색이 주를 이룬다. 꽃은 항상 새로운 시작, 새로운 희망, 새로운 삶을 나타내는 주님 부활 대축일의 장엄함을 상징하는 풍요로움을 연출한다. 제대와 대성전 입구는 6000송이의 그랜디플로라 아발란체 장미(장미의 품종), 500송이의 홍학꽃, 세 가지 색으로 어우러진 500송이의 참제비꼬깔, 500송이의 국화, 자주색 찔레꽃 등 화려한 구성으로 장식됐다. 꽃장식 가운데 다양하게 구성된 100여 송이의 진달래와 125그루의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모습이 눈에 띈다.
크리스타타 레프리제 맨드라미, 아발란체 장미
총 길이 465미터, 면적 약 170제곱미터의 면적에 꽃이 장식되고 제대 주변, 계단, 발코니에 수십 개의 꽃이 배치돼 있어 화단은 전체적으로 다양한 색상이 어우러진 놀이동산처럼 구성됐다. 올해는 닭벼슬이라고도 불리는 꽃 크리스타타 맨드라미 1500송이로 화단을 새롭게 꾸몄다. 불멸과 인내를 상징하는 이 독창적인 꽃은 파스카 신비를 완벽하게 상징한다. 세 가지 다른 색상(짙은 빨간색, 분홍색, 주황색)을 연출한 새로운 품종 크리스타타 레프리제 맨드라미 1500송이도 화단에서 돋보인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는 주인공은 “장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랜디플로라 아발란체 장미 6000송이로, 이 품종은 가시가 거의 없는 긴 줄기, 꽃의 풍성함 및 뛰어난 지속기간이 특징이다. 아발란체 장미는 꽃을 활짝 피웠으며 그 모습은 화려하고 위풍당당하다. 새로운 시작의 상징인 아발란체 흰색 장미는 고대 분홍장미부터 연분홍 장미, 자홍색 장미, 복숭아색을 띄는 오렌지색 장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