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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면서 겪는 경험을 억지로 설명하면 대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⑴. 견해를 정리하는 시기. 말을 따라 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경계를 따라 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이 하나의 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공부라는 사실을 설법을 듣고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공부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바로 잡는 것이다. 세계는 마음의 세계[삼계유심(三界唯心), 만법유식(萬法唯識)]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고, 이 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부처가 되는 것이다. 보는 것고 마음이요, 듣는 것도 마음이요, 냄새 맡는 것도 마음이요, 맛 보는 것도 마음이요, 느끼는 것도 마음이요, 생각하는 것도 마음이다. 그러면 이 마음을 어떻게 체험할까? 생각으로 알아차리는 것은 가짜이다. 생각은 마음이 그려낸 그림이기 때문에, 마음이 그리는 그림이 그리고 있는 마음 스스로를 그려낼 수는 없다. 마음은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⑵. 손 쓸 수 없는 막다른 곳에 꽉 막혀 있는 시기. 생각으로 분별하여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면, 마음을 어떻게 알아차릴까? 생각은 마음을 체험하는 일에 있어 아무런 할 역할이 없다. 마음을 체험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은 어떻게도 손을 쓸 수가 없다. 마음을 깨닫는 것은, 생각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 스스로가 자기 스스로를 체험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체험하는 일에는 어떤 정해진 길도 방법도 없다. 어떤 길과 방법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생각이 분별하고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다. 생각이 손을 쓸 수 없는 막다른 곳에서 나아가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부딛혀야 비로소 마음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생각이 어떻게도 할 수 없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마음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깨달음을 향한 믿음과 목마름에만 의지하여 끈기 있게 설법을 듣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 ⑶. 문득 생각이 놓여지는 견성의 경험이 찾아오는 순간. 생각이 손을 놓고 있는 답답하고 꽉 막힌 상황에서 깨달음에 대한 목마름만을 붙잡고 선지식에 의지하여 설법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때가 되면 문득 막힌 것이 확 무너져 뚫리면서 의심이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생각이 놓여지는 견성의 경험이고, 공(空)의 체험이라고도 한다. 견성의 경험은 무엇을 붙잡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견해가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견성의 경험은 단지 확 트여 막힘 없이 통하여 마음에 장애가 없는 것이다. 생각의 개입 없이 모든 일들이 즉각 즉각 체험되어서 주저함이 없다. 생각은 필요한 경우 필요한 만큼만 이루어지므로, 생각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의심과 답답하고 꽉 막힌 불확실한 어둠이 사라지므로 밝고 편안하며 푹 쉬는 안락함이 있다. 그러나 계합한 자리에 홀로 푹 침잠하여 있으면 편안하기가 그지 없으나, 다가오는 경계에 끄달림은 아직 남아 있어서 인연을 접해서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끊임 없이 혼자 있고 싶어하고 계합한 자리에 머물고 싶어한다. 아직 힘들여 공부하여야 하는 상태인 것이다. ⑷. 견성의 자리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시기. 견성의 체험이 오면 생각이 문득 놓여지고, 지금까지의 지식이나 견해가 사라지며, 텅 빈 허공 속에 자리잡은 것처럼 의식적으로는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지만, 편안한 안정(安定)이 찾아오며 의심이 사라진다. 하지만 아직도 자꾸만 생각으로 정리하고 확인하려는 습관이 남아서 불쑥 불쑥 생각으로 정리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때 생각의 요구에 결코 따라가서는 안된다. 이제 이 편안하고 의심이 사라진 안정 속에 푹 머물러 이 길에 익숙하게 되어야 한다. 아직도 무언가 미흡함이 남아 있다고 여겨지면, 지금 체험한 이 길에서 여전히 지금처럼 공부에 관심과 애정을 놓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여전히 선지식의 설법을 듣고 때로는 선어록이나 경전도 열람하면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⑸. 통밑이 쑥 빠지면서 지혜가 확실히 자리잡고 공부가 사라지는 순간. 공부를 놓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어느 예기치 못한 순간, 마치 온 우주가 한 점에 쑤욱 모여서 마침내는 그 점조차도 사라지고 아무 흔적도 남지 않고 말쑥하게 되는 듯한 체험이 온다. 이제는 생각의 힘은 조그만 찌꺼기도 남아 있지 않고, 반야의 힘이 아주 세어져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 이제는 남아 있는 분별심의 습이 모조리 사라져 버려서, 힘들여 공부라는 것을 붙잡고 있는 일이 없다. 말쑥하고 가볍고 한결같이 분명하여서, 법에도 마음에도 깨달음에도 부처에도 공부에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눈길 한 번 움직이고, 말 한 마디 듣고, 생각 한 번 일으키고 하는 순간순간의 하나하나가 한결같이 다름이 없어서 아무 특별한 일이 없다. 본래 둘 없는 하나이어서 의심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의심을 일으키는 순간 즉각 이 하나가 확인될 뿐이다. ⑹. 끝 없는 향상(向上)의 한 길. 이제 더 이상 찾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그저 끝 없이 이 한 길에 익숙해져 갈 뿐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오직 이 하나가 진실할 뿐이다. 시간과 장소가 따로 없이 당장 이곳 이 하나뿐이다. 오직 이것뿐이다. |
첫댓글 _()()()_
감사드립니다... _()()()_
감사합니다_()_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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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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