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더위야.
^요즘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개미 같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너무 많다.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칼(?) 가는 아마추어 골퍼들로 북새통이다.
^벌써부터 가을 필드를 겨냥해 스윙을 가다듬느라 비지땀을 쏟는 눈치다.
^그러나 스코어 향상의 지름길인 퍼팅 연습에 매달리는 골퍼는 그리 많지 않다. 골프는 홀에 가까이 갈수록 정확성이 생명인 스포츠다. 하지만 이 단순한 명제를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올해 40대 초반으로 구력 8년에 핸디캡 10인 주말 골퍼 K씨의 퍼팅 연습에 관한 얘기를 하나 할까 한다.
^그는 골프입문 만 3년차 때까지만 해도 ‘80대 벽’을 한 두 번 밖에 깨지 못한 전형적인 90대 보기 플레이어 수준의 골퍼였다. 그런 그가 이제는 완벽하게 80대 벽을 깨고, 지금은 70타대 스코어를 거뜬히 치는 싱글 골퍼의 초입단계에 와 있다. 같은 시기에 골프에 입문한 동료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K의 비결은 뭐였을까. 바로 퍼팅이었다. 그가 90대 골퍼였을 때를 돌이켜보면 3퍼팅을 밥 먹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라운드에 1개 하면 많이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퍼팅을 잘하게 됐을까.
^K에 따르면 ‘군용모포(軍用毛布)’ 덕분이었다.
^그가 이렇게 퍼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사건이라면 ‘사건’이 있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고 K도 그랬다.
^비기너 시절 핸디(캡)를 받아도 전반 9홀을 못 버티고 ‘민족자본(?)’을 꺼내야 하는 심정이란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그가 택한 방법은 언젠가 어느 싱글 골퍼로부터 흘러 들었던 ‘군용모포’였다.
^K는 그 싱글 골퍼가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모두 군용모포로 깔아 그린처럼 만들고 퍼팅 연습을 했다는 얘기를 떠올리곤 어느 날 골프장을 나서자 마자 곧바로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K에 따르면 97년쯤으로 시즌이 거의 끝나 가는 11월말이라고 하니까 모르긴 몰라도 ‘납회모임’에 나갔다가 된통 혼쭐이 나지 않았나 싶다.
^K가 굳은 결심하고 남대문시장의 군수품을 파는 노점상에서 구입한 군용모포는 모두 5장이었다. 당시 값은 장당 3,000원씩 모두 1만5,000원. 아무리 값싼 퍼팅 연습매트를 사더라도 7~8만원은 줘야 하고 좀 더 지갑을 거덜내면 족히 15만원 이상은 투자해야 하는데 1만5,000원이면 거저였다.
^그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모포를 거실 바닥에 쫙~~~ 펼쳤다고 한다. 그러나 비좁은 집에서 모포 5장을 모두 펼쳐 방 하나를 그린으로 만들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모포를 펼치지 않고 접는 방법이었다. 그에 따르면 모포의 길이는 가로ⅹ세로=1.5m로 각각의 모포를 가로(또는 세로)로 2번을 접은 뒤(가로 폭은 약 30cm 정도가 됨) 두 장을 잇대어 놓으니까 길이 3m 짜리 멋진 퍼팅 연습매트가 됐다는 것.
^일명 ‘모포 퍼팅 연습기’의 장점은 첫째 보관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라고 K는 강조했다. 연습이 끝나면 똘똘 말아서 옷장이나 실내 창고에 넣어두기가 그만이다.
^둘째 그린 스피드를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다. 두번 접어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번만 접게 되면 볼의 구름이 무척 빨라지고 세번 접게 되면 가로의 폭은 줄어들지만 느린 그린에서 퍼팅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K는 이후 ‘모포 퍼팅 매트’의 예찬론자가 돼 버렸다. 그리고 K가 한 일은 먼저 3m짜리 모포 퍼팅 연습기 한쪽 끝에 지워지지 않게 화이트로 출발점(50원짜리 크기보다 작게)을 동그랗게 그리고, 2m 지점에는 정 가운데를 기준 삼아 좌우로 볼이 지나갈 3개의 라인을 7cm씩 간격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이어 볼이 모이는 지점엔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점을 찍고 그 점을 중심으로 홀 사이즈보다 작은 80mm짜리 점선 원을 그렸다고 하니 그 정성이 무척 대단하다.
^얼마나 퍼팅에 한이 맺혔으면 이런 열성을 보였을까. 그렇다면 K는 어떻게 연습했을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