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
뼈를 깎아 세운 가지와
살을 뚫어 틔운 꽃잎과
입술을 깨물면서까지 터뜨린 향기를
잇고, 붙여서 낸 벚꽃의 십 리 길
이제야 좀 쉬려 했는데
봄은 벌써 다 됐다고
돌아가자고 자꾸 재촉하니
함박눈 같은 눈물만 뚝, 뚝
나무는 제 뼈를 깎고 제 살을 뚫어 꽃잎을 틔운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렇다. 한 송이의 꽃이 피기까지는 온 우주의 연쇄적인 힘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공처럼 동그랗게 부풀었던 절정의 벚꽃이 바닥에 떨어졌다.
모든 것이 충만해질 때, 실은 그것이 작별 인사였다는 것을 우리는 뒤늦게 안다. 그럼에도 빛과 꽃과 바람의 기억으로 또 한 계절을 살아낼 힘을 얻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우리는 안다.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