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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여학생들이 모여 즐겁게 그네를 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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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화촌면에 위치한 전교생 43명의 구송초등학교는 이웃한 두 마을의 이름을 사이좋게 하나씩 따 지어졌다. 구성포리와 송정리 마을 학생들이 형제처럼 사이좋게 어울려 다니라는 뜻에서 각 마을의 머릿글자 하나씩을 따 ‘구송’이 됐다.
오늘날에도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형제처럼 어울려 지내라는 의미에서 ‘무지개 형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학년 당 평균 7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어 빨·주·노·초·파·남·보 각 색깔마다 1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이 고루 섞여 있다. 이들 ‘주황이’ ‘초록이’ ‘파랑이’들은 학교 텃밭가꾸기 활동이나 체육·체험 활동, 독서 골든벨 등의 행사 때마다 함께 하는 학교의 전통이다.
김경순 교무부장은 “평소 학년별로 이뤄지는 수업이나 기타 활동에서는 산만하고 말도 잘 안 듣던 아이들도 무지개 형제로 모이면 책임감을 갖고 단합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자발성이 매우 높아져서 교사로서 더 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무부장의 말대로 학생들은 이렇게 무지개 형제들끼리 뭉칠 때 더 적극적이다. 5~6학년 언니, 오빠들이 스스로 알아서 리더 역할을 하고, 동생들을 이끌고 도와준다. 독서 골든벨 행사를 준비할 때는 주제를 알려주면, 아이들이 경쟁하듯 도서관에 찾아가 책을 찾아보고 컴퓨터를 검색하며 독서 골든벨 준비에 열을 올린다. 무지개 형제들을 통해 서로 돕고 응원하며 가족처럼 가까워진 아이들은 서로가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구송초 학생들은 무엇보다 책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 오전 8시50분부터 9시20분까지 운영되는 구송 북까페는 학교 도서관에서 이뤄지는데, 도내 10여개가 넘는 학교를 취재하며 아침 독서프로그램을 지켜봤는데 구송초만의 인상 깊은 모습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교사들도 거의 대부분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이 각자의 머그잔을 가지고 차를 마시면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마시고 있는 매실차, 오디차 등은 지난 봄과 여름 아이들이 직접 선생님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담근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은 물론 맛도 좋아 인기 만점인 지난해 담근 매실차 30kg은 이제 1/3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매실뿐만 아니라, 오미자, 그리고 장도 담궈 볼 예정이다.
무엇보다 구송초 도서관에서 인상 깊은 모습은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독서시간이 끝나면 우르르 교실로 돌아가기 바빴지만, 구송초 아이들은 도서관 데스크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아침 북까페 시간에 읽던 책들을 빌려간다. 어떤 아이들은 며칠 전 빌려간 책을 반납하지 않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지만, 하나같이 자신들이 읽다만 페이지에 스티커를 부치고 책을 빌려 교실로 돌아간다.
방숙자 도서관 실무사에게 비결을 물었지만, 그녀도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다. “다른 학교와 달리 뭔가 특별한 동기유발 프로그램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하는 그녀는 평소 아이들과 책을 가지고 함께 했던 놀이들을 일러준다. “평소 선생님들이 책을 잘 읽어주세요. 책을 활용한 수업도 많이 하고.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책 표지를 복사해 오려서 책표지 퍼즐 맞추기를 하기도 하고, 독후 쪽지 쓰기, 독서 골든벨을 해서 아이들이 직접 책을 찾아보고 읽게 하기도 하죠”라며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책을 가지고 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구송초에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책을 통해 정보를 얻고 그것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서 전시하는 활동도 하고, ‘책방 나들이’라는 이색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책방 나들이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꼭 사서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고른 다음 읍내 서점에 가서 4만원 한도 내에서 직접 책을 구입해보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군 도서관을 찾아가 도서관 강사의 안내에 따라 시설을 둘러보고,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 자신에게 맞는 좋은 책 고르는 법 등을 교육 받았다. 그리고는 서고를 뒤적이며 자신이 갖고 싶은 책을 가격에 맞게 골라 목록을 완성해 갔다.
투명인간 이야기를 담은 ‘프래니’와 국어사전 등을 산 4학년 김가연 학생은 “내가 읽을 책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책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생겼다”며 “학교도서관에 없는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차봉춘 3학년 담임교사는 “아이들에게 갖고 싶은 책을 고르도록 하니까 더 애착을 갖고 책을 찾아 본다”며 “아이들이 꼭 자신들이 산 책을 다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책을 고르면서 책과 독서에 대한 경험과 애정이 쌓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들이 고른 책도 교실에서 돌려 읽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책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책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나의 책’이라는 애착을 갖게 해주는 이런 프로그램이 비결이 아니었을까.
배움이 즐거운 HAPPY구송
구송초등학교의 슬로건은 ‘배움이 즐거운 HAPPY구송’ 이다.
학교는 교과활동의 성과를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매일 1~2교시는 블록타임으로 쉬는 시간 없이 80분간 진행된다. 예·체능 수업 등 40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흐름이 끊어질 수 있는 교과나 수업들을 담임교사가 이 시간에 배치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도교육청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다른 학교들에도 소개된 ‘단기 계절학교’도 특별한 수업 방식이다. 체험 중심의 교과나 집중이수가 필요한 수업이 이 계절학교에서 이뤄진다. 학기가 마무리되는 방학전 1주일 동안 진행되는 계절학교는 음악, 실과, 미술, 체육 등 다양한 교과를 소위 ‘융합’해서 진행한다.
지난해 여름 진행된 여름 단기계절학교에서는 ‘행복의 바다에 빠지다 : 자연을 닮은 우리들’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바다와 나무, 흙, 바람 등 자연을 즐기고 활용하는 법을 알아갔다. 첫날에는 고성군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해조류, 물고기를 체험하는 활동을 했다. 둘째 날은 나무를 이용한 새집, 책상, 전시대 만들기 체험을, 셋째 날은 흙을 이용해 도예와 타일 굽기 등의 체험활동을 했다. 오후에는 요리와 달빛도서관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밤에는 바람을 이용해 풍등을 띄우고 자신의 바람(소원)을 빌었다. 마지막 날은 평가와 전시회를 진행하고 방학식을 진행했다.
작은 학교는 늘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서대식 교장의 철학에 따라 학생들은 늘 내마을 체험활동을 비롯해 마을과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기관을 찾아 나눔활동도 진행한다. 또 지역사회의 다양한 재능기부도 받고 있다. 인근 부대 장병들이 송정교회에 마련된 아동센터를 찾아 주말 강사를 도맡아 아이들의 주말 놀이와 공부를 도와준다.
서대식 교장은 “작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긴밀해질수록 학교는 마을의 중심이 된다”며 “지역의 자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적 자원들을 활용해 구송초만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송초에서의 생활은 아이들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처음 입학할 당시만 해도 화를 내거나 욕을 하고, 친구들과 싸우기 일쑤였던 용일영 학생(3학년)은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일영이는 “예전에는 짜증도 많이 나고 화가 많이 났는데. 이제 나도 ‘형’이 된 만큼 사소한 것에 화를 내지 않는다”며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줬다”고 말했다. 일영이는 매주 진행하는 ‘발표 조회’를 통해 친구들에게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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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시간 아이들이 서로발표하려고 의자위에 까지 올라가 손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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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며 보람을 느끼는 교사들
구송초에서는 학생 평가서에 많은 신경을 쓴다. 생활에 치여 학교 참여나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던 부모님들에게 매 분기마다 아이들의 활동 내용을 포트폴리오 자료로 고스란히 모아 간단한 평가 등을 덧붙여 부모님께 보낸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쓴 글, 그림, 공작품 등을 부모님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교사들의 노력은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묻어 나온다. 6학년 담임 반원호 교사는 “아이들과의 교감과 어울림을 스스로 즐기기 시작하면 작은 학교에서의 보람은 더 커진다”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를 마음속에 담아간다는 조벽 교수의 말처럼, 아이들 마음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담길지 늘 고민한다. 아이들과 모든 것을 함께하고 교감하는 작은 학교는 마음과 열정을 쏟은 만큼 큰 기쁨과 보람을 준다”고 말했다.
▶ ‘작은학교 희망찾기’ 기획취재는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