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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만들어 먹는 호텔 빙수
입력 2021.08.06 03:00
‘얼음을 갈아 과일⋅연유⋅팥 등을 올려 먹는 한국 디저트.’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빙수(Bingsu 또는 Bingsoo) 정의다.
얼음을 갈아 무언가를 뿌려 먹는 것의 역사는 오래됐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중국에서 즐겨 먹던 ‘프로즌 밀크(얼린 우유)’ 제조법을 베니치아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300년경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도 이런 형태의 디저트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얼음 가루에 시럽을 뿌려 먹는 일본의 ‘가키고리’, 과일
시럽을 얼려 젤라토를 올려 먹는 이탈리아의 그라니타, 얼음 위에 열대 과일, 팥, 연유 등을 뿌려 먹는 필리핀의 할로할로 등 다른 나라는 특정 고명을 얼음 위에 올린다. 하지만 한국 빙수의 특징은 “못 올리는 게 없다”는 것. 팥⋅떡⋅아이스크림⋅과일⋅초콜릿⋅케이크 등 모든 것을 올려 먹는 푸짐함. K빙수의 차별성이다.
◇프랑스 디저트가 한국 빙수로
메종 드 라 카테고리
“프랑스 유학 시절 즐겨 먹던 디저트 ‘피치 멜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한국의 빙수는 얼음 위에 여러 가지를 올려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창의적인 변주가 가능해요.”
서울 청담동 ‘메종드라카테고리’의 복숭아 빙수에는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프랑스 디저트 ‘피치 멜바’가 통으로 올라가 있다. 마침 올여름은 건조하고 더워 예년보다 복숭아가 싸고 달다.
“복숭아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껍질도 잘 벗겨지고 당도도 더 올라오죠.”
폴인팬케이크의 공식 인스타그램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카페 ‘폴인팬케이크’의 펌킨 브륄레 빙수도 프랑스 디저트 크림브륄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빙수를 먹기 전 위에 있는 설탕 막을 숟가락으로 톡 깨트려 먹는다.
◇할매 입맛 사로잡은 쑥과 흑임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름이면 빙수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빙수는 곱게 간 얼음에 팥소만 끼얹어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서울 빙수 맛집
작가 김연수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중 ‘뉴욕제과점’에서 주인공은 팥빙수의 단아한 맛을 찬양한다.
최근 유행하는 할매(할머니) 입맛을 가진 이들에게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다. 흑임자와 쑥 가루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흑임자나 쑥 가루를 뿌려 팥과 함께 떠먹는다. 최근 외식업계 트렌드인 ‘비건(채식)’과도 맞닿아 있다. 우유 대신 아몬드 우유를 얼리면 된다. 그런데 집에서 우유를 얼려 가루를 뿌려 먹으면 이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나지 않는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쑥빙수와 비건빙수를 개발한 김동우 셰프는 “빙수 얼음에도 고기처럼 밑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빙수를 섞기 전, 먼저 얼음 가루와 고명을 떠서 먹기 때문에, 그냥 우유만 얼리면 밍밍해요. 여기에 생크림과 설탕을 같이 넣고 얼리죠. 그렇다고 이 셋만 들어가면 너무 느끼해, 청량함을 위해 물을 같이 넣고 얼립니다.”
빙수는 더 이상 여름에만 먹는 디저트가 아니다. 작년 겨울 신세계백화점 내 새로 오픈한 ‘호라이즌 카페’의 대표 디저트도 빙수였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조진경 셰프는 “작년 가을에 개발한 땅콩빙수처럼 최근 국내 디저트 업계에서는 계절감을 담은 빙수를 개발하는 게 주요 과제”라며 “빙수로 사계(四季)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동우 셰프가 알려주는 호텔 빙수 만들기
―쑥 빙수
1우유와 물을 3대 1 비율로 넣고, 생크림과 설탕을 적당량 넣고 믹서기에 갈아 얼린 후 다시 믹서기에 간다. 2쑥과 인절미 가루, 팥, 연유 등을 올린다. 3생초콜릿과 떡, 인절미 등을 올려 먹는다.
☞조진경 셰프가 알려주는 카페 빙수 만들기
―복숭아 빙수
1복숭아 음료나 우유를 얼려서 믹서기에 간다. 2그 위에 연유를 뿌린다. 3잘 익은 복숭아를 살짝 물에 데쳐 껍질을 깐 후 썰어서 올린다. 4딸기나 라즈베리 시럽, 크림치즈 등을 곁들인다.
음악과 음식, 넷플릭스 등 OT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넘 맛있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