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13회) 흉계 8
서문경은 거실 창변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서서히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정원의 나무들 위로 엷은 아침 햇살이 선연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엇다.
산뜻하고 상쾌한 가을 아침이었다.
그러나 서문경의 기분은 도무지 유쾌하지가 못하고, 좀 울적하기까지 했다. 오늘이 송혜련을 일곱 번째 아내로 맞아들이는 혼일(婚日)이어서 마냥 즐거워야 할 터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꿈 때문인 것 같았다. 간밤의 꿈의 한 대목이 묘하게도 머리에 달라붙어서 떨어져 나가지가 않았다.
어딘지 모를 벌판에 서문경은 홀로 서 있었다. 황혼인 듯했다.
그러나 사방이 어스름에 휩싸여 있을 뿐, 석양 같은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한 대의 수레가 서서히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소가 끄는 달구지였다. 달구지 위에 사람 하나가 타고 있었다.
웅크리고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보니까 내왕이 같았다.
“내왕아, 맹주로 귀양 가는 길이냐?” 하고 서문경이 물었다.
내왕이는 아무 대답 없이 코를 삐딱하게 이지러뜨리며 비시그레 웃기만 했다. 비웃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런데 달구지가 저만큼 멀어져 가는데 보니까 타고 있는 사람이 내왕이가 아니라 송혜련이었다. 송혜련이 까만 옷을 입고 앉아 있다가 이쪽을 향해서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 얼굴은 하얗고 무표정했다.
“여보, 어디 가는 거야?”
서문경이 물어도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어스름 속으로 그 달구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 하얗고 무표정하던 송혜련의 얼굴이 머릿속에 달라붙어서 사라지지가 않아 서문경은 혼자서,
“이상한 꿈인데... 아무래도 길몽(吉夢)은 아닌 것 같애.
오늘이 잔칫날인데, 그런 꿈을 꾸다니...”
입속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때 반금련이 들어섰다.
“여보, 혹시 송혜련이가 여기 와 있나요?”
“아니”
“이상한데요. 어디 갔는지 아무데도 없다구요”
“무슨 소리야, 그게?”
“글쎄 말이에요. 춘매가 여기저기 다 찾아봐도 없다는 거예요.
본 사람도 없고요. 그래서 혹시 여기 오지 않았나 싶어서 와봤죠”
“집안에 어디 있겠지. 오늘이 잔칫날인데, 가긴 어딜 갔겠어.
더구나 이 아침에... 당신이 직접 찾아보라구. 오월랑한테도 가서 물어보고...”
“예”
반금련은 대답을 하자마자 돌아서 나간다.
서문경은 간밤의 꿈 생각이 나서, 이거 무슨 불길한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나 싶어 슬그머니 표정이 굳어든다.
곧바로 반금련은 정실인 오월랑을 찾아갔다.
얘기를 들은 오월랑은, “여기 올 턱이 있어”
하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도대체 어딜 갔는지 알 수가 없네요. 오늘이 잔칫날인데...”
“나타나겠지 뭐”
오월랑은 내사 알 바 아니라는 그런 표정이다.
정실로서 남편이 새로 여자를 들여앉힐 때마다 속이 상했지만, 이번 처사엔 유독 심사가 덜 좋았다.
하인의 여편네를 건드려 가지고 아내로 삼다니,
더구나 남편인 내왕이는 귀양을 가는 신세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집안에 망조(亡兆)가 깃드는 게 아닌가 싶고, 이웃에 민망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극구 반대를 했으나,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내사 모르겠으니 맘대로 하라고 토라져 있는 터이니,
송혜련이 안 보인다고 해서 놀랄 게 조금도 없다.
그러나 오월랑은 몸종인 옥소를 불러서,
“송혜련이가 안 보인단다. 네 육촌언니라면서? 어디 있는지 너도 나가서 찾아보려무나” 하고 마치 옥소가 뭘 잘못하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 화까지 내어 이른다.
옥소는 옥소대로 송혜련을 찾으러 나가고,
반금련은 곧바로 이교아의 거처를 찾아갔다.
거기에도 없자, 이번에는 맹옥루한테 가보았다.
역시 헛걸음이었다.
손설아한테 가 볼까 하다가 견원지간(犬猿之間)인 그녀한테는 춘매를 보냈다. 그리고 자기는 이병아의 거처인 별채 쪽으로 잰걸음을 쳤다.
춘매는 먼저 월미의 방으로 가 보았다.
“월미야, 혹시 송혜련 아줌마 못 봤니?”
“못 봤는데... 왜?”
“아줌마가 없어졌지 뭐야”
“없어지다니? 어머나, 어떻게 된 일이지?”
월미는 화들짝 놀란다.
그 놀라는 표정이 유난스럽다. 그리고 후닥닥 손설아 마님의 거실로 뛰어 들어간다.
“마님, 마님, 송혜련 아줌마가 없어졌대요”
“뭐라구? 없어지다니, 무슨 소리야?”
그러자 춘매가 뒤따라 들어서며 말한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지 뭐예요.
그래서 혹시 여기 오지 않았나 싶어서 와봤죠”
“여기 안 왔는데...”
별안간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손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월미가 살짝 사팔뜨기인 눈을 유난히 굴렁거리면서 지껄인다.
“어딜 갔을까? 오늘 잔칫날인데 없어지다니...
그럼 잔치는 어떻게 하지? 집안을 다 찾아본 거야?”
“그랬다니까”
“참 이상한 일이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더니,
정말 그렇지 뭐야. 도대체 어딜 갔지?”
월미는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이 기울이기까지 한다.
반금련이 이병아의 별채를 찾아가 보아도 송혜련은 없었다.
집안이 온통 발칵 뒤집히다시피 되고 말았다.
잔칫날인데 주인공의 한 사람이 어디로 증발했는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으니 말이다.
설마 동산의 석실 속에 싸늘한 고깃덩어리가 되어 매달려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아무도 그곳까지는 찾아가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혼사(婚事)는 허사(虛事)가 되고 말았다.
서문경은 간밤의 꿈이 어쩐지 흉몽(凶夢)같더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구나 하고 혼자서 잔칫술 아닌 울홧술을 종일 마시고 취해서 뻗듯이 늘어져 버렸다.
송혜련의 시체가 동산의 석실 속에서 발견된 것은 이듬해 이른 봄이었다. 하인 하나가 낡은 가구를 석실 속에 가져다 두려고 들어갔다가, 목매어 늘어져 있는 여자의 시체를 보고 질겁을 했던 것이다. 시체는 이미 누군지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입은 옷과 얼굴형용과 몸매로 보아 그게 송혜련의 시체라는 것을 대뜸 짐작할 수가 있었다. 몇 달 뒤에 석실 속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 시체로 송혜련이 발견되자, 집안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서문경은 너무나 의외의 일에 어처구니가 없는 듯,
“참 싱거운 여자도 다 보겠군. 팔자를 고치게 됐는데,
자살을 해버리다니... 살짝 돌았던 모양이지. 허 나 참...”
하고 쓰디쓰게 입맛을 다셨다.
송혜련의 자살에 대해서
집안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두 갈래였다.
“비록 남편을 배반하긴 했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는 여자였다구”
“맞어, 귀양 간 내왕이에 대한 가책 때문에 자살을 한 게 아니고 뭐겠어”
“쯧쯧쯧... 팔자도 기구하지”
이런 식으로 동정론을 펴는 쪽과,
“자살을 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짓을 했지”
“글쎄 말이야. 팔자를 고치게 된 판에 제 목숨을 제 손으로 끊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구”
“자살한다고 저한테 누가 열녀라 그러겠어. 안 그래? 헤헤헤...”
이런 투로 비아냥거리며 못마땅해 하는 축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자살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목을 매달아 죽어있는 그 정황이 틀림없는 자살이기 때문이었다.
서문경의 지시에 따라 송혜련의 시체는 동산의 숲 한쪽에 매장되었다.
관(棺)이 땅에 묻힐 때 월미는 사람들 속에 섞여 서서 찔끔찔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숲의 어떤 나뭇가지에는 동아줄 올가미가 걸려서 비바람에 썩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송혜련을 살해한 월미가 석실을 나와 동산을 내려가다가 치마 속 허리춤에 찼던 올가미를 꺼내어 숲을 향해 공중으로 힘껏 던져버렸던 것이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그 올가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계속 114회~~
첫댓글 어느 부인이 퇴근해 온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자기 일과를 보고했다.
1, 여보! 아침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 옷 벗고 이리 앞으로 누우세요.]
2, 병원에서 나와 근육 좀 풀어주려고 요 앞 안마원에 들렸더니 안마사가 뭐라 그런 줄 아세요?
[ 다리를 활짝 벌리고 몸을 똑바로 쭉 펴세요. ]
3, 집에 오는 길에 채소 리어카가 있어서 오이를 사는 데 빌어먹을 장사꾼 놈이 이러지 뭐예요,
[ 굵고 짧은 게 좋아요? 아니면 길고 가는 게 좋아요? ]
4, 속이 상해 기분 좀 풀려고 노래방에 갔더니 웨이터가 마이크 캡을 가져와서 이래요, 정말 재수 옴 붙
었다니까요.
[ 씌우고 할래요? 아니면 그냥 할래요? ]
5, 노래 부르노라니 이가 아프더라고요. 치과에 갔죠, 이번은 치과 의사가 응큼하게 이러는 거예요,
나, 원, 참!
[ 활짝, 더 크게 벌리세요. ]
6, 치과에서 나와 감기 몸살 약을 지러 약국에 들렀더니 약사가 뭐라 그런 줄 아세요?
[ 세게 할까요? 약하게 할까요? ]
7, 머리하려고 약국 옆 미용실에 갔더니 총각미용사가 이러는 거예요.
[ 길게 할까요? 짧게 할까요? ]
8, 약국서 나와 여권사진 찍으려고 골목길 사진관에 갔더니 빌어먹을 사진사가 이럽디다.
[ 박자마자 뺄 수도 있습니다. ]
9, 그만 돌아다녀야겠다싶어 집에 왔더니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새더라고요. 그래서 고치는 사람을 불렀
지요. 원, 세상에 그 자식이 뭐란 줄 아세요?
[ 물이 넘쳐 엄청 질퍽거리네요. ]
10, 점심 먹고 나서 금반지 맞춰 둔 것이 생각나 경찰서 앞에 금은방에 갔지요.
금은방 주인이 손가락을 잡고 이러는 거예요, 정말 돌겠더라고요.
[ 아파도 참으세요, 살살 조금씩 넣을 깨요.]
11, 제가 요즘 태극권 배우는 것 아시지요. 금은방 3층에 태극권 도장에서 운동하는 데 사범이 자세를
잡아주면서 그랬어요.
[ 허리를 비틀고, 양다리를 힘껏 조이세요. ]
12, 금은방 옆집이 댄스강습소예요, 3시 강습을 받는데 이번에 춤 선생이 이래요.
[ 다리를 쭉 뻗고, 엉덩일 좌우로 살살 돌리세요.]
13, 거기서 나와 은행엘 들렸죠, 적금을 하나 가입을 했더니 담당직원이 그러더라고요.
[ 제발 빨리만 빼지 않도록 해주세요. ]
14, 테니스 코트에서 강습을 받는데, 코치가 이래요.
[ 그만 끝낼까요? 더 계속 할까요? ]
@곡즉전
15, 속도 상하고 지쳐서 집에 좀 일찍 들어왔어요. 이웃집 돌이 엄마가 돌이를 데리고 놀러왔더라고요.
돌이가 물총을 갖고 거실을 뛰어다니더니 나무라는 저를 겨누면서 이렇게 외치더군요.
[ 얏! 쏜다. 정말로 쏜다! ]
16, 앞 동 순이네 집에 김치 좀 갖다 주려고 초인종을 눌렀더니 순이 엄마가 문을 열어주더군요.
그런데 건넌방에서 지병이 심한 순이 할아버지가 이렇게 신음을 질러요.
[ 어이구, 나 죽는다. 어이쿠, 나 죽는다. ]
@곡즉전 푸하하하하하하하
전에 이병아한테 여우귀신 씌우더니ㅡ
이번에는 웬지 송혜련귀신 나올것같은~ %%~~^#~
''나 혼자서는 못죽어~
억울해~ ~ ~'' 으 시 시 ~~
~~~옴마야 ~~~
송혜련이 비련의 주인공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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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 왜 일부종사를 못하고,
재혼하는 남여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그x이 그x이야...
腐敗되어가다 발견된 송혜련의
屍身이 떠올라서
깜빡 추천도 안하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ㅡ꾸~욱 ~
※조회수 20이 넘어가는데
추천1은 또 뭐 람,,,
왜 웃는지 이해가 안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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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년전에 유행하던 edps,예비군 훈련 받으러 가서...
17번도 있습니다.
일과보고 끝나고 저녁먹고나서 부부가 정답게 바둑을 두었습니다.
결과는 부인 승!
갑자기 남편이 소리쳤습니다.
[ 에~잇~! 한판 다시 합시다.]
우스워 웃는데 왜웃냐고 따지면......(대장금버전)
@골드훅 네,그냥 웃으면 됩니다.ㅋㅋㅋ
@음유시인
마지막
18번이 백미지만
그건 내일 소개 할께요.
하하하
월미가 맹주땅으로 내왕이를 찾아 갈줄 았알더니
웬걸, 간도 컸넹
우찌 아무러지도 않게 그대로 산담
탄로 나지 않을까 조바심이 생긴다요
추천은 꾸욱~
이제 슬슬 내왕이 찾으러 갈겁니다.ㅎㅎ
@음유시인 이형 오랬만에 옳은말씀 하시네요 히히
@골드훅
옛날 이니 어수럭 한가~
지금 같으면 수사들어갈텐데~
추천꾸욱~
그 당시 관리들이 뇌물 잔뜩 먹어서 어영부영..
@음유시인 오늘 왠일이래?
돌아다니며 옳은 말씀을? ㅋㅋ
@골드훅
@음유시인 징그러요
@음유시인
@골드훅
@골드훅
월미는 어떻게 될까요?
추천눌렀습니다
월미의 앞날은 음유시인님이
잘 아십니다
넘덥다 더워ㅡㅡ꾹 찍어
오늘은 어쩔수 없는 불금입니다
뜨거운 불금 보내십시요
월미 추천 합니다
지기님게서 금일봉 주시리라 믿습니다 ㅡㅡㅎ
그러면서 꾹ㅡㅡ
개근 안하시고 지기님 금일봉을 원하십니까?
지기님 글 못보셨어요?
요즘 라면으로 연명하신다는데
라면이나 맛있는거로 두어박스
보내드리고 담에 뵐때 제가
따땃한 약주한잔 올리겠습니다
@골드훅 아니 서문경이 보물상자 벌써 날라갓나요
한동안 편안하게 사실터인데
또 라면을 드신다니ㅡㅡㅡ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라도 열어보세요
@양진마 지난번 지기님돕기 바자회 했는데 양진마형님이 안 오셔서
행사가 흐지부지 됐답니다
반성 하십시요 어흠~~~
@골드훅 에구ㅡㅡ유구무언 입니다ㅡ
서서히 죄값을 치르네요.
네 사필귀정 이겠죠
추천
늦게 오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