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우리 큰 아이 입학 후 이러저런 문제로 학교일에 관심을 갖다가, (사실은 학교 입학전부터 학교내 부설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후원회장까지 하면서 학교사정을 많이 알고 있던 터라, 그리고 후원회장 노릇을 심하게 한 터라 교장과 교사들에게 악명이 자자했지만...) 운영위원이 되면서 신문구독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고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정당한 절차와 요구를 바탕으로 학교측과 이야기하는 것에 그렇게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신문구독 문제는 주변의 학부모들도 평상시 불만으로 가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쉽고, 그래서 학부모 총회날, 저는 그 당시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신문분석한 자료와 굴렁쇠 신문사에 부탁해서 얻은 지난 호 수십부를 들고 가서 학부모는 물론 담임에게까지 전달하는 등 정말 몇 가지 일만 해도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특정 교재를 학교수업(nie던, 한자학습이던)에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말만 해도 많은 효과가 있습니다.
또 정당한 요구를 정당한 절차에 의해 건의했을 때 학교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육청과 이야기하면 빨리 처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아이들 학교 보내면서, 교장을 세 명 거쳤는데, 첫번 교장은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대충 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넘어갔는데,(이미 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두번째 교장은 뭐가뭔지 감을 잘 못잡는 사람인지 계속 이상하게 나와서 교육청과 이야기할 일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급식실 조리시설이 낡았다면 급식후원회장에게 학교발전기금 3000만원을 모금해달라며 자기가 그랬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정도의 문제는 교장과 이야기해봤자 소용 없는 일이라 당장에 교육청에 문의했고, 그 일은 없던 일로 처리되었습니다. 대신 교육청 예산에서 급식시설을 교체해주었습니다.
다만, 교장이 저의 아이 담임에게 학부모 관리 잘하라고 했답니다. 그 때는 녹음기 들고 교장실에 갔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고... 남편 말이, 교장이 운영위원활동을 아이 볼모삼아 억압하면 해직감이라면서 증거가 있어야하니 녹음기 들고 들어가서 이야기하라고 했기 때문이죠.
그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컴퓨터실 공사비용이 없네 어쩌네 매일 돈타령 하는 것에 대해서도 예산서 공개하면서 말씀하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손해가 안 가냐고요? 물론 저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교사들은 뒤에서 쑤군덕 대겠죠. 그러나 대부분 좋은 담임을 만났는지, 별 문제 없었습니다. 교장이 저를 싫어한들 교실에 좇아가서 애한테 뭐라 할 일도 아니고....
다만, 아쉬운 것은, 조선희님처럼 몇 분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해서 같이 하자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세상이 그래도 많이 달라져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동지들을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것같습니다.
지금은 작은 애가 졸업반입니다.
세번째 교장선생님은 다행히 말이 통하는 분이었고, 그래서 제가 할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이제 작은 아이가 내년에 중학교에 가면, 다시 운영위원에 출마해볼라고 합니다. 중학교 급식이 개판이지 않습니까? 중 2학년인 우리 큰 애 밥 못 먹겠다고 매일 투덜댑니다.
지금 조선희님을 보니, 조금 충전이 되는 것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그 시절 열정만큼은 못 할 것같습니.
조선희님의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빕니다... 이런 일 하다보면, 놓치기 쉽거든요...(크,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