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창의력 가득한 꼬마 발명가로 키우려면
코리아리얼타임 2012.5.27.
By MOLLY BAKER
조지아주에 사는 제이콥과 노아 버드니츠는 다른 많은 남자아이들처럼 무언가를 만들었다 분해하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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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h Addicks for The Wall Street Journal
- The Battlefort: Brothers Noah and Jacob take a break from engineering with some recreational gun play near their cardboard-box strongh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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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블록놀이였다가 다음엔 조립식 장난감 팅커토이였다. 레고도 많이 갖고 놀았다. 하지만 이제 제이콥(10)과 노아(8)는 문 손잡이, 알람시계, 전화기 등 다른 종류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플라스틱 병, 종이상자, 스카치테잎, 덕테잎, 자물쇠 없는 열쇠, 열쇠 없는 자물쇠 등등.
이들 형제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용설명서’ 뿐이다.
엄마 티나는 상상력과 구할 수 있는 온갖 것을 동원해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드는 어린 두 아들을 ‘만물 수선공’이라 부른다.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으로는 노아가 키우는 애완도마뱀 스파이키를 위한 “크리켓네이터 5000”이 있다.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이 안에 넣으면 자동으로 칼슘 가루(새끼 도마뱀의 올바른 뼈 성장을 위해)가 뿌려져 도마뱀이 사는 통 안으로 들어가 먹이가 된다. 아이들이 직접 귀뚜라미를 만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수많은 실험과 실패가 있었다. 덕분에 집 안에 도망친 귀뚜라미들이 돌아다니기도 했다”라고 엄마는 말한다. “이런 실수들을 통해 발명에 이르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비디오게임, 휴대폰, 컴퓨터 등에 많은 시간을 쓰고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일은 하지 않게 된다고 걱정해왔다.
이제 티나를 비롯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틀이 정해지지 않은, 직접 경험해보는 작업을 통해 자녀의 창조성을 키워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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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h Addicks for The Wall Street Journal
- Noah Budnitz, 8, left, and his brother Jacob, 10, played in a hammock they created from an old infant beach tent at their home in Norcross, Ga..
장난감제조업협회의 트랜드전문가 애드리안 애펠은 몇년전 장난감회사들은 아이들이 보다 오래 싫증내지 않고 갖고 놀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조립완구류는 몇 안되는 업계 성장엔진 중 하나였다. 전체 장난감 매출액이 전년도의 217억 달러에서 212억 달러로 떨어진 반면 직접 만들면서 노는 조립식 장난감 매출은 13억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진정한 ‘만들기’는 단지 포장된 재료를 설명서에 따라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티나는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놀이경험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조립식 장난감의 경우 “실패할 일이 없다”는 것. “이렇게저렇게 해보다 실패도 하고 어떻게 할까 생각해내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2005년 테크DIY 잡지 MAKE가 처음 나왔을 때 고객은 거의가 전자제품, 금속공예, 로봇공학, 나무공예, 컴퓨터 등에 관심있는 성인이었다고 창업자 데일 도허티는 말한다. “하지만 곧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책에 나온 것들을 만든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이젠 아이들 스스로 작품을 만드는 일도 많아졌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개념은 인간에게 매우 근본적인 것이고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자다.”
MAKE 잡지는 ‘메이커 페어’라는, 아마추어 발명가와 방문객들을 위한 과학박람회도 개최한다. 첫 해였던 2006년에는 2만 명 정도가 참여했지만 작년에는 10만 명 이상이 함께 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MAKE가 인정한 50개 이상의 지역 박람회가 열리고 있으며, 작년에는 거의 모든 방문객들이 자녀를 데리고 왔다고 주최측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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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h Addicks for The Wall Street Journal
- Jacob and Noah in their work space, called the ‘Man Castle,’ which is also their dad’s workshop. They keep some materials in their ‘Invention Box.’ .
도허티는 “직접 무언가를 만들다보면 깨달음, 융통성, 자신감 등이 생기는데 그것이야말로 가치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많은 남자아이들은 10~12살 정도면 레고가 시시하게 느껴지고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대신 전자제품을 들고 엄지손가락 운동만 열심히 하는 걸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정도 연령대의 소년들을 위한 만들기 장난감이 별로 없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대조적으로 같은 연령대의 소녀들은 뜨개질, 바느질, 비즈공예, 스크랩북, 아니면 요즘 인기인 잉크젯 타투, 화장, 네일아트 등 훨씬 많은 옵션이 있다.
하지만 장난감업체 입장에서는 부모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소년과 소녀들의 서로 다른 놀이 스타일을 충족시켜줄 제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레고의 경우도 지난 12월 소녀들을 위한 ‘레고 프렌즈’ 세트에 대해 페미니스트 블로거들의 공격을 받았다. “에마의 패션 디자인 스튜디오” “버터플라이 뷰티샵” 같은 제품에 들어있는 풍만한 몸매의 사람모형들과 묶은 머리 등이 모욕적이라는 것이었다.
레고측은 프렌즈 라인은 그동안 소녀들과 부모들이 요청해 온 바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소녀들이 프렌즈 세트로 레고놀이를 시작한다해도 나중에 레고 시티 등 다른 세트로 옮겨갈 수 있다. 예전보다 남매간이나 부녀간에 같이 레고를 가지고 노는 일이 많아졌다”고 레고 홍보책임자 마이클 맥날리는 말한다.
심리학자 겸 오하이오주 로렐 스쿨의 소녀연구센터 센터장 리사 다무어는 소녀 대 소년용 레고를 둘러싼 다툼은 어떤 면에서는 레고의 진짜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모든 제품이 세트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그저 커다란 비닐백을 뜯고 마룻바닥에 쏟아놓기만 하면 된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창조력을 제한당할 수 있다.”
다무어는 체험용 놀이를 지키려는 움직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우리는 소년소년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며 노는 것을 중시한다. 기하학과 공학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 및 심적 회전능력을 발달시켜주기 때문이다.”
제이콥과 노아 같은 ‘만물 수선공’들이 DIY 작업을 계속하는 동기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대개의 경우 규칙과 안전을 중시하는 엄마를 두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DC에 사는 로버트 스칼조(12)는 엄마에게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기총을 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후 스위스칼로 V자로 생긴 나뭇가지를 다듬어 고무줄 두 개를 붙이고 하키테잎으로 만든 주머니를 덧붙여 그럴듯한 새총을 만들었다. “하키테잎을 즐겨 사용한다.”
일리노이주의 짐 다니엘슨은 엄마가 자기방에 TV를 놓지 못하게 한 후 만들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내가 직접 만들면 내 방에 놔도 되죠?”라고 물었다고. “내가 정말 하리라곤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라고 답하셨을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때 방에 프로젝터 시스템을 만들었고 친구들과 닌텐도 64게임을 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대학에 갈 때 갖고 가진 못했다. 좁은 기숙사 방에 놓으면 위험할 지 모른다고 모친이 걱정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건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니엘슨(21)은 작년 티엘 펠로우쉽을 받아 대학을 중퇴했다. 이베이 자회사인 페이팰 공동창업자 피터 티엘이 시작한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가능성있는 젊은 발명가들에게 대학을 다니는 대신 2년간 발명에만 몰두하도록 10만 달러를 제공해 준다.
펜실베니아주에 거주하는 패트릭 코렐리는 6학년때 엄마가 비디오게임을 금하자 유투브와 위키피디아로 눈을 돌렸고 가구 만드는 법, 컴퓨터 고치는 법, 자동차 “개조”법 등을 배웠다. 가장 맘에 드는 발명품은 유투브에서 영감을 얻어 친구들과 만든 공기대포다. 몇년 전 여름 4인치 PVC 튜브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눈깔사탕을 튜브 안에 집어넣고 자전거 에어펌프로 공기를 채운 후 길 건너편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다.” 이젠 고등학교 졸업반인 패트릭(18)이 회상한다. “지금까지 만든 것 중 최고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말은 앞으로 바뀔 지 모르겠다. 올 가을 피츠버그대 신입생이 되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받고 공대에 입학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