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9년에 즈음한 성명>
기후정의 시대 ‘탈탈 시발[始發]’ 선언
언놈이 씨부려도 탈핵 탈송전탑이 미래다!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경찰은 다시 ‘정권의 몽둥이’가 되었습니다. 고공농성 중이던 노동자를 곤봉으로 내리찍어 머리에 피가 흘렀습니다. 건설노조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모욕했던 공권력은 자신들이 죽인 양회동 열사의 분향소를 다시 군화발로 짓밟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정권의 ‘사냥감’이 되었고, 경찰은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권 경찰이 되겠다며 경찰 폭력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놈들은 간 데 없고, 수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죽게 했던 폭력 경찰이 돌아왔습니다. 피 흘리며 끌려 내려오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며 온몸이 욱신거리는 고통이 되살아납니다.
2014년 6월 11일, 경찰 2,000명과 밀양시 공무원, 한전 직원, 정부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밀양 주민들을 짓밟았습니다. 새벽 6시부터 사이렌을 울리며 등장한 그들은 소 잡는 칼로 주민들이 지키던 농성장을 찢고 쇠사슬을 묶은 할머니의 목에 절단기를 들이밀었습니다. 18년의 투쟁 가운데, 공권력이 약자의 편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나, 그 날은 해도해도 너무했습니다. 나뒹굴던 세간살이만큼이나 주민들 역시 패대기 쳐졌고, 고요했던 산속은 비명과 통곡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옆에서는 사람들이 실신해 헬기로 실려가고 있는데 경찰은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날 하루만 주민과 연대자 19명이 응급후송 되었습니다.
그렇게 9년, 밀양 주민들은 행정대집행 뒤에 모두 세워진 높이 100m 송전탑을 하루에도 수십번 마주치며 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람만 불면 송전선이 떨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립니다. 마을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났는데 이 문제의 모든 책임을 갖고 있는 한전과 정부는 마을공동체 파괴조차 인정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괴물같은 송전탑만 농부의 논에 꼽아두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당시 밀양경찰서 서장이었던 김수환은 대통령을 경호하는 경비대 대장, 종로경찰서장 등 요직으로 승진을 거듭하더니, 작년 여름 경찰 서열 3위인 치안감으로 승진했습니다. 고향 주민들을 짓밟은 공로로 그는 이제 언제 경찰청장이 되어도 이상할 것 없는 자리까지 올라갔습니다. 경찰들이 밀양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대가로 특진과 포상을 받는 동안, 밀양 주민들은 수많은 재판으로 처벌받아야 했습니다.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은 벌을 받고, 짓밟은 자들은 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윤석열 정권의 수하인이 된 경찰은 이런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의 산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송전탑반대투쟁은 희망과 미래를 말하고자 합니다. 언놈이 씨부려도 아침 해는 뜨고, 어둠은 걷힙니다. 윤석열 정부의 폭력은 누구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며, 누구에게도 본보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정의는 그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지지 않는 마음을 지닌 우리 밀양주민처럼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 평화와 평등을 외치는 시민들의 저항과 실천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핵발전 최강국 국가를 만들겠다 했습니다. 탐욕의 시대가 만들어 낸 절멸의 위기, 전지구적 기후 위기를 핵발전의 육성과 수출로 극복해 내겠다 말하고 있습니다. 탐욕의 시대를 끝내기는 커녕 탐욕에 눈이 멀어 절멸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몽둥이로 때려잡아 지지율을 올려보려는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소가 이미 있는 지역에 또 다시 핵발전소를 짓고, 노후 핵발전소들의 수명을 연장하고, 고준위 핵폐기장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세계최대 핵발전소 밀집 기록을 우리나라 핵발전소 지역 끼리 1, 2등 다툼을 하고 있고, 사고 시 위험은 방사능처럼 보이지않게 누적되고 있습니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 몸에서는 계속해서 삼중수소가 주민들의 검출되고 있습니다. 지역 환경과 주민들의 몸은 방사능 피폭으로 이미 크나큰 고통과 아픔을 격고 있습니다. 밀양과 같은 송전탑 경과지 지역은 어떻습니까.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대량의 전기를 공장으로, 대도시로 실어나르기 위해 초고압 송전탑이 지어졌습니다. 이미 765kV 초고압송전탑이 지나가고 있는 강원도 홍천은 울진 핵발전소 추가 건설로 인해 또 다시 500kV 초고압송전탑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송전탑을 막아내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집회를 하고, 벌써 556번째 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과 정부는 송전탑 건설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만들고, 보낼 송전선이 부족하니 초고압 송전탑을 또 만드는 고통과 희생의 고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수십개의 핵발전소와 수십개의 초고압송전탑으로 둘러쌓인 마을과 일상을 자신의 미래로 그리지 않습니다. 밀양은 그래서 괴롭습니다. 하지만 저 송전탑이 뽑히는 미래를, 그 끝에 있는 핵발전소를 멈출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불평등한 전기 생산, 수송 체계를 평등하게 바꾸는 길이 누구나 평등하게 에너지를 사용하고 존엄하게 사는 삶입니다.
언놈이 씨부려도! 탈핵 탈송전탑이 미래입니다. 밀양 행정대집행 9년을 맞아 “기후정의 시대, 탈탈 시발[始發] 선언”을 다시금 외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밀양이다를 함께 외쳐준 친구들, 기후정의를 실천하는 동지들, 정의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시민들, 그리고 우리와 같이 견디고 버티고 있는 친구들에게 밀양이 가겠습니다. 탈핵 탈송전탑의 기후정의를 함께 만들고 행동해주세요!
송전탑은 뽑힌다! 탈핵 탈송전탑이 기후정의다!
2023.6.8.
행정대집행 9년을 즈음하여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