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가운데엔 잎 나기 전에 꽃봉오리를 여는 식물이 적지 않다. 그런 꽃들은 잎이 무성할 때 피어나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공연한 생각에 아쉬움을 남긴다. [잔인한 계절 4월]의 상징처럼 피어나는 목련(木蓮) 꽃은 크고 화려한 탓에 잎 없이 피어나는 여느 꽃들에 비해 그 아쉬움이 훨씬 크다. 심지어는 슬픔의 이미지를 담은 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한꺼번에 우우 피었다가 지나치게 빨리 낙화한다는 것도 목련의 이미지에 처연함을 더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 마주하고 피어나는 목련 꽃에는 [별다른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꽃송이들이 한쪽 방향으로 틀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따뜻한 남쪽이 아니라 찬 바람 불어오는 북쪽을 바라보고 피어난다. 목련이 여러 별칭 가운데 북향화(北向花)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그런 까닭에서라고 한다.
꽃이 북쪽을 향해 피어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목련은 여느 식물과 달리 겨울에 꽃봉오리를 맺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목련 꽃봉오리는 뽀얀 솜털을 가득 덮은 채 겨울을 난다. 겨울잠을 자는 듯 고요하지만, 이미 맺힌 꽃봉오리는 조금씩 자라난다. 작은 꽃봉오리이지만, 햇살 닿는 남쪽과 북쪽 꽃잎의 자람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남쪽의 꽃잎이 더 튼튼하고 잘 자라게 마련이다. 매우 작은 차이지만, 서너 달이나 계속되는 자람의 차이는 꽃봉오리가 열리는 4월에 이르러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꽃봉오리를 열게 되면, 남쪽의 꽃잎은 튼실하기 때문에 꼿꼿이 설 수 있지만, 북쪽의 꽃잎은 남쪽의 꽃잎의 힘에 밀려 비스듬히 눕게 된다. 결국 목련 꽃이 북쪽을 항해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쪽의 꽃잎을 축으로 하여 북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환하게 피어난 목련 꽃이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은 전설에서 그런 것처럼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에 안간힘 쓰는 듯한 애절한 분위기다. 게다가 그토록 탐스러운 꽃송이의 화려한 개화에도 불구하고 잎이 하나도 돋아나지 않았다는 게 슬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화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더 슬퍼 보인다는 이야기는 목련 꽃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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