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는 엄마가 딱 40살 되던</p><p>해에 낳은 늦둥이였다.</p><p>그리고 올해 우리 엄마의</p><p>나이는 71살이다.</p><p> </p><p>그런 엄마에게 새로운</p><p>늦둥이가 생겼다.</p><p>이찬원이다.</p><p>나보다 어린 이찬원을 좋아하게</p><p>되면서 엄마는 요즘 활기차 지고</p><p>활동적이 되셨다.</p><p> </p><p>콘서트도 다녀오고</p><p>지하철 광고가 걸리면 그걸</p><p>보러 멀리다 다녀오시고</p><p>공식 카페 활동에도 열심이시다.</p><p>나와 언니 오빠에게 부탁해</p><p>안 쓰는 스마트폰 공기계를</p><p>3개나 얻어 열심히 스밍도 돌리신다.</p><p> </p><p>지난 추석이었다.</p><p>결혼하고 나가사는 언니</p><p>직장이 지방이라 따로 사는 오빠</p><p>그리고 나 온 가족이 한집에 모였고</p><p>술을 마시면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p><p> </p><p>엄마가 뜬금없이 울었다.</p><p>우리한테 고맙단다.</p><p>아니 뭐가? 구체적으로 뭐가 고마우신데</p><p>우시냐고 우리가 당황했다.</p><p>사실 우린 그렇게 효녀 효자들도 아닌데..</p><p>엄마가 말했다.</p><p> </p><p>너희들처럼 내가 미스터 트롯</p><p>좋아하는 걸 이해해주는 자식들이</p><p>주변에 잘 없단다.</p><p> </p><p>그러니까 엄마의 덕메들 이야기다.</p><p>미스터 트롯은 한동안 6명이서</p><p>늘 붙어 다니는 시스템이었다.</p><p>그래서 엄마한테는 이찬원 덕메도</p><p>있지만 주변에 임영웅 정동원 등등</p><p>다양하게 좋아하는 덕메들이 있다.</p><p>그들의 이야기다.</p><p> </p><p>"애들이 나보고 주책이래"</p><p>"밖에선 티 내지 말래"</p><p>그러면서 정말 우리가 하는</p><p>이 팬생활이 주책이냐고</p><p>시무룩해하신단다.</p><p>무슨 도박이나 마약 하는 것도</p><p>아니고 트로트 가수 좋아하는 게</p><p>왜 티 내면 안 되고 부끄러운 건지</p><p>모르겠지만 자식들 반응은 그렇단다.</p><p> </p><p>이찬원 공연 때 정말 가고 싶었지만</p><p>콘서트 티켓을 예매 못한 분도 있다고 한다.</p><p>애들한테 해달라고 하지?</p><p>라고 헸더니 어물거리며</p><p>미안해서...라고 하셨단다.</p><p>가뜩이나 거실에서 유튜브로 이찬원</p><p>영상을 보면 지겹다 싫다 핀잔만 주는데</p><p>그런 애한테 콘서트 티켓팅을 부탁할</p><p>용기가 안 난단다.</p><p>보나 마나 짜증 낼 텐데...</p><p>그런데 나도 컴퓨터 까막눈이라</p><p>속상하다고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p><p>공연하는 날 공연장 밖에서</p><p>굿즈만 사고 인터넷에서 만난</p><p>팬들과 인사만 나누고 왔단다.</p><p> </p><p>그러자 다른 분도 그러더란다.</p><p>그 돈 주고 트롯 가수 보러 가냐는</p><p>식으로 반응하는 자식들이 많단다.</p><p>속상하지만 어쩐지 떳떳하게</p><p>뭐라 반박을 못 하겠단다.</p><p> </p><p>본인들은 아이돌 콘서트 올콘 뛰고</p><p>뮤지컬 회전문 돌고</p><p>좋아하는 배우 영화 n차 찍는 건</p><p>건전한 문화 소비 생활이지만</p><p> </p><p>어쩐지 내 부모가 트롯 가수 좋아해서</p><p>공연 가고 하는 것 까지는</p><p>좀 오버스러운 주책이라 생각하는</p><p>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p><p> </p><p>임영웅 생일 카페에 놀러갔다.</p><p>사진도 찍고 굿즈도 사고</p><p>행복하셨단다.</p><p>단 젊은 누가 와 임영웅이</p><p>뭐라고 생일카페를 해?</p><p>비웃으며 지나가기 전까지는.</p><p> </p><p>그러면서 물으신다.</p><p>아이돌들도 이런 거 많이 하지않니?</p><p>우리는 하면 안 돼?</p><p> </p><p> </p><p>또 누군가는 그러신다.</p><p>병원 대기실.</p><p>대기실 티브이에서 사랑의 콜센터가</p><p>틀어져있는데 누가 봐도 젊은</p><p>남녀가 화면을 보며 저놈의 트롯</p><p>틀면 나온다고 지겹다고 비아냥대더란다.</p><p>그때가 올해 4월이었다.</p><p> </p><p>티브이 조선하고 계약이 묶여</p><p>사랑의 콜센터도 티브이조선에서만</p><p>하는 프로란다.</p><p>계약 때문에 공중파도 미스터 트롯</p><p>서바이벌 끝나고 1회성으로</p><p>불후의 명곡, 라디오스타 등 몇 번</p><p>나간 게 다란다.</p><p>그 뒤 론 쭉 티브이조선만</p><p>나오는 중이란다.</p><p> </p><p>"젊은 사람들은 어차피 티브이조선</p><p>찾아서 안 보는데 왜 틀면 나온다고</p><p>짜증 내는 거야? 자기들이 보는 공중파나</p><p>TVN에는 일절 나오질 않는데?"</p><p> </p><p>아줌마는 속상해하시며 결국 그건</p><p>집에서 노상 트롯 프로그램을 보고</p><p>틀고 즐기는 부모들의 행위가</p><p>지겹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p><p>아니냐고 하셨다.</p><p> </p><p>결국은 엄마 할머니 아빠 할아버지들이</p><p>보는 그 트롯이 자기들한텐 싫고</p><p>지겹고 듣기 싫으니까 하는 소리라는 걸</p><p>본인도 아시는 거다.</p><p> </p><p>다행히 우리 남매들은 그렇게</p><p>까진 반응하지 않았다.</p><p>그냥 딱 엄마가 이찬원을</p><p>좋아하시는구나 그렇구나 그 정도</p><p>그 이하도 아니다.</p><p> </p><p>그런데도 엄마는 고맙다고</p><p>우셨다.</p><p>기분이 이상했다.</p><p>슬펐다.</p><p>왜 엄마들의 취향과 엄마들의 팬심은</p><p>늘 아무렇지 않게 무시 당하고</p><p>폄하 대상이 되야 하는걸까?</p><p> </p><p> </p><p>작년 이찬원이 공중파</p><p>매니저와 나오는 프로그램에</p><p>나왔을 때 시청자 의견란 같은 곳에</p><p>저런 애가 왜 나와?라는 댓글들이</p><p>달렸나 보더라.</p><p>누가 봐도 인기 프로고 유명 연예인들이</p><p>많이 나오는 프로다.</p><p>그런데 왜 트롯 가수가 나오냐는</p><p>반응인 거겠지.</p><p>엄마는 또 에구구 하시며</p><p>눈치를 보셨다.</p><p> </p><p>10대 20대 30대의 니즈엔 트롯가수는</p><p>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고</p><p>40대 이상의 니즈는 알고 싶지도</p><p>않은 것이고 40대 이상 그들의 니즈는</p><p>그런 핫한 인기 프로에선 충족이</p><p>되면 안 되는 것이다.</p><p>소위 말하는 젊은 ‘내가’ 관심 없어하니까.</p><p> </p><p>다들 그걸 무서워한다.</p><p>내가 하는 팬질이 젊은 팬들에게</p><p>안 좋게 보여 내 가수가 욕먹는 것.</p><p>그런데 어쩔 수 없다고</p><p>어떻게 해야 욕을 안 먹는지</p><p>모르겠단다.</p><p>아이돌 앨범이 판매량이 좋고</p><p>음원차트 순위가 좋으면</p><p>팬덤이 탄탄하고 그럴 만한 거지만</p><p>트롯 가수가 그러면</p><p>유난이고 쟤가 뭔데 차트에 있냐는</p><p>식이 되니까.</p><p> </p><p>열심히 투표하고 스밍해서</p><p>1등을 만들어도</p><p>눈치도 없게 차트에 껴있는</p><p>걸림돌 취급을 당한단다.</p><p> </p><p>많은 우리의 부모님들이</p><p>그런 손가락질 속에 팬질을 하신다.</p><p>젊은 애들처럼 인터넷이 익숙지도 않고</p><p>퀄리티 좋게 뭘 할 줄도 모르니</p><p>본인들이 나름 열심히 노력한 결과도</p><p>젊은 사람들 보기엔 우습고 유치할 거란 걸</p><p>아신다. 그럼에도 끓어오르는 열정을</p><p>주체를 할 수가 없어 그 마음을 표현해야</p><p>하는 것이다.</p><p> </p><p>그런데도 우린 또 그놈의 트롯 지겹다</p><p>라고 아무렇지 않게 부모님 앞에서</p><p>내뱉는다.</p><p> </p><p>고맙다며 우는 엄마의 눈물에</p><p>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p><p> </p><p> </p><p> </p><p> </p><p>[펌]</p><p> </p><p> </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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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혼뮤하러 와서 여시 연어하다가 맘아파서 끌올.. 인정머리 없는 새끼덜....ㅠㅠ
난 울엄마가 뭐든 건전한 것에 열정 쏟았음 좋겠는데 그렇게 살면 행복하고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저런 사람들은 내로남불 오져
난 우리 엄마가 덕질하면 표도 다 구해주고 할 자신 있는데...
난 우리엄마가 덕질하면 서포트 잘해줄자신있어
내가 그동안 겪은 노하우 다 전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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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제발 국내 연옌 좀 좋아했으면 좋겠다.. 외국 가수 좋아하니까 플미표 진짜 혐오하는데 그거라도 구해다주고싶어짐.. 기회가 넘 없으니까.. 진짜 엄마가 덕질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보면 안먹어도 배부르다는게 무슨말인지 알겠던데...
나는 엄마가 누구 좋아하는 것 자체만으로 넘 좋던데
나더 울 엄마가 덕질하겠다면 진짜 다 해줄 자신있는데 ㅠㅠ
와 미쳤다...... 울엄마도 뮤덕이라 공감가 진짜 개빡치겠다 나이 3040 먹으면 본인들도 자동 탈덕 하실건가봐요 ㅎㅎㅎㅎㅎ
내가하면 주류고 남이하면 아류냐
진짜 함부로 잣대 들이미는거 멍청해보임
왜 좋아하는거까지 눈치를 봐야함 ㅠ
나두 울엄마가 뭔가 덕질하면 진짜 열심히 지원해 줄 수 있어....
나... 잘해주고 싶은데... 엄마 김호중덕질 중이라.. 도저히 서포트 해줄 맘이 안남 ㅠ 왜하필...
ㅅㅂ 아니 진짜 지들이 하면 우아한 문화생활이고 어른들이하면 주책임? 존나 싫다 이중좆대 ㅉ… 난 울엄마가 덕질한다고 하면 진짜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싶은데.
에휴... 덕질도 나이든 사람이 하는걸 한심하게 생각하는건지 아님 젊은 층이 주류가 아닌게 고까운건지... 맨날 욕하는것도 아줌마가 덕질한다고 머라하잖아 ㅠ 그래봤자 인터넷에서 이상한 소리 해대면서 까질하는거보단 긍정적인 마음으로 덕질하는게 더 이로울듯..ㅜ
본인의 취향이 있고 그거에 열정을 쏟을수 있다는거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트롯가수면 얼마나 건강해
진짜 복에겨운것들
난 차라리 우리엄마가 트롯가수 누구 좋아했음좋겠어
맨날 취미없이 무료하게 있는거 보기 그래.. 가수 누구라도 좋아하고 공연따라다니고 하면서 활기차게 살았음좋겠어
솔직히 난 트로트 듣는건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른들 덕질하고 좋아하시는거 보면 보기 좋아ㅋㅋ 그리고 그 가수들 전참시나 여기저기 나오는거 보면 나도 재밌음ㅋㅋ 특히 이찬원 요리레시피 따라하면 맛있더라ㅠ
부모님 기죽이지좀마ㅠ 존내싫다 주책이라니? 행복해하시면 오히려 더 좋아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엄마가 덕질이 행복하잖아? 그럼 나도 편해져 팩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