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야생화를 대신해

[주오돈]

여름 야생화를 대신해

장마전선이 남녘 해상에 머문다는 칠월 셋째 일요일이다. 한낮이면 기온이 올라가기에 이른 아침 짧은 동선을 예상한 산행으로 얼음 생수만 챙겨 배낭을 둘러메고 등산화 끈을 묶어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반송 소하천을 따라 원이대로로 나가 대방동을 출발해 삼귀 해안을 돌아 석교로 가는 216번 버스를 탔다. 충혼탑을 거쳐 공단 배후도로를 따라간 양곡에서 내렸다.

진해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양곡삼거리 육교를 건너 웅남 주민운동장으로 향하니 산성산과 등구산에 에워 쌓인 양곡 주택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일주일 전 산성산 둘레길의 편백 누리길과 파도 소리길을 걸으며 영지버섯을 따 왔던 적이 있다. 등구산 맞은편에 해당하는 웅남 주민운동장 뒷산에는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으나 사람들이 자주 오르지 않아 길이 묵혀져 있다시피 했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고 높지도 않은 무명고지인데 더 멀리 나아가면 장복산 산등선과 이어질 테다. 부산과 장유에서 불모산터널을 빠져나온 도심 외곽 완암터널을 통과하면 마창대교로 건너가는 곳이다. 평소 산행객이 잘 다니지 않는 산기슭으로 올라 활엽수림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 영지버섯을 수색했다. 숲을 두리번거리며 헤집기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 영지버섯을 만났다.

해발고도를 점차 높여가니 돌너덜이 나오고 비탈은 경사가 심해 조심해서 숲을 누벼 등산로로 나가면서 영지버섯을 몇 개 더 찾아낸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산마루로 오르는 등산로와 합류에 방향을 돌려 하산길로 택해 내려가니 아까 지나친 웅남 주민운동장이 나왔는데 축구 동호인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 운동장을 활기차게 누비는 사내들은 일요일 아침이면 매번 모이는 듯했다.

전망이 탁 트여 맞은편은 등구산이었고 멀리 산성산의 우뚝한 산세가 드러났다. 넓은 운동장은 인조 잔디가 깔려 공을 차기에 좋은 여건이었다. 운동장 외곽은 펜스를 둘러 그물이 설치되어 산책하기 알맞아 몇몇 사람이 마음 놓고 거닐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운동장이 주택과 차도에서 떨어진 산허리라 소음과 매연으로부터 자유로워 공기는 아주 맑았다.

운동장 들머리 테니스장에는 공을 치는 이들이 보였다.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공원 녹지를 관리하는 부서 인부들이 예초기를 짊어지고 풀을 자르고 있었다. 그들은 일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공휴일과 근무 시각에 구애받지 않고 제 직분에 충실하며 땀을 흘렸다. 여름에는 한낮이면 기온이 높아져 야외 활동과 작업에 무리가 오기에 그나마 날씨가 선선한 아침에 풀을 자르는 듯했다.

산기슭 운동장에서 육교를 건너 중학교 앞으로 이동해 시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마산대학에서 출발해 온 버스는 방금 지나가 석교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충혼탑을 지난 운동장 만남의 광장에서 내렸다. 원이대로를 건너 반송시장으로 드니 과일 노점상과 떡집에서는 상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횟집 수족관에는 활어차에 실려 왔을 전어들이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헤엄쳐 다녔다.

반송시장에서 멀지 않은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로 들어서니 뜰에는 꽃대감 친구가 꽃밭을 돌보고 있었다. 연전 도청에서 퇴직한 이후 아파트단지 뜰에 꽃을 가꾸어 유튜브에 소개하면서 꾸준히 구독자를 늘려가는 친구다. 새벽에는 이맘때 여름에 피는 밀짚꽃을 소재로 한 방송을 시청했는데 그 꽃이 만개해 있었다. 친구는 시청자가 요청해온 란타나 꽃모종을 택배로 배송하려 했다.

친구와 한동안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 몇몇 지기들에게 아침에 다녀온 사진을 날려 보냈다. 양곡 앞산 숲으로 들어 찾아낸 영지버섯과 친구가 가꾸는 꽃밭 전경을 비교한 사진이었다. 나는 한여름이면 산야에 피는 야생화를 보기가 쉽지 않아 숲속으로 가 영지버섯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사실 이맘때 숲속에서는 산나리나 노루오줌이 피운 꽃을 보는 정도로 야생화가 드물었다. 22.07.17

[새신발]

꽃그림에
영지그림에
눈이 호강하네

꽃대감을 만났구나.
벌써 전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