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공포심 조장 의도의 글은 아닙니다. 뭐, '빌보의 집' 게시판이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기 위한 장소 잖아요. 확실히 기분 좋은 일상은 아니지만, 최근 제 고민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제가 본래 예민하고 겁이 많아서 괜한 상상으로 쓸데 없이 겁을 먹거나 하는 일은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요즘 들어 저희 집이 무섭더라구요. 저도 참 문제인게, 순간순간 등골이 서늘한데다가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부엌에 가더라도 '으쌰으쌰' 맘을 다지고 가야됩니다.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몇일 전에는 누군가 제 방 물건들에 손을 댄 것 같은 위화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구요.
아아..돌아버리겠습니다.
이건 순전히 '공포특급'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땐 '공포특급'이라고 유명한 귀신 이야기 모음집이 있었죠. 아, 유명한 귀신 이야기의 모음집이 아니라, 모음집이 유명한겁니다. 그걸 명절 전날, 큰집의 책꽂이에서 발견해서는 친척들 다 자는 틈에 끼어서 밤새도록 읽었다는 겁니다. 물론 그날 밤, 쉴새 없이 요광 앞에 섰던 건 말할 것도 없구요(저희 큰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답니다.). 어린 마음에 그게 깊은 두려움의 그늘로 남아 있다고 저는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이란 것 말이죠. 들은 이야긴데, 제 옆동 아파트에서 몇년 전 누가 자살을 했답니다. 무서운 얘기죠, 섬뜩합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살던 라인에 역시나 살고 있던 사람들은 그 때도 지금도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겁니다. 무서운 이야기 따위에 주제 넘게 심취해 있던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파트에서 사람이 자살을 하면, 그 동에선 귀신이 출몰, 사람들 사이에 일대 혼란이...'류의 이야기에 익숙해져있던 저는 그 라인에 살고 있는 친구를 보며 항상 신기해합니다.
제겐 유년 시절 천국 같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천국같이 아름다운 나날을 보냈습니다(물론 추억 속에서 그렇다는 거지만요.). 바로 어제 엄마께 들은 얘긴데 그 마을에서도 자살한 사람은 물론이고, 미친 사람, 뭐한 사람, 별 사람이 다 있었다는 군요. 제가 살던 가운데,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그 시절의 삶을 천국으로 추억하고 있습니다.
'죽음'이란 건 일상이라고 엄마가 그러더군요. '탄생'과 '살아감'이 일상이고 '삶'이듯, 죽음도 마찬가지라구요. 저희 주위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아갑니다. 그저 '삶'일 뿐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개개인의 탄생과 살아감과 죽음은 인간세상을 움직이는 수많은 바퀴이자 거대한 흐름의 하나라고요.
이런 글의 초점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집 얘기에, 공포특급 얘기에...
아무튼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첫댓글 오직 침묵속에 말이, 어둠속에 빛이, 죽어감 속에 삶이 있네. -'어스시의 마법사' 에아의 창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