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5곳의 거주민들을 만나
그 도시가 특별한 이유를 들어봤다.
팬데믹 침체가 지나고,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삶의 질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173개 도시를 대상으로 안정성, 의료,
문화 및 환경, 교육, 인프라 등을 평가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연례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에 따르면,
올해 전반적인 지수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 중 안정성 점수는
세계적으로 생활비 상승 우려가 커지고,
키이우 같은 도시에서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전역에서
의료, 교육 점수가 오른 덕분에 지수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제한 조치가 종료되면서
국제 행사와 관광지가 활기를 되찾으며
문화 및 환경 점수도 올랐다.
특정 도시가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이유는
지수의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생활하는 게 어떤지는
매일 그곳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다.
상위 10개 도시 중 몇 곳의 거주민들을 만나서,
그 도시에 터를 잡은 이유를 알아봤다.
비엔나는 안정성과 의료, 교육, 인프라 부문에서
만점을 받으며 올해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비엔나, 오스트리아
팬데믹으로 박물관과 레스토랑이 문을 닫으면서
2021년 잠시 영광을 놓쳤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가
살기 좋은 도시 지수 1위라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일이다.
안정성, 의료, 교육, 인프라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비엔나에 대해 주민들은 각 부분 점수의 총합 이상의
가치를 이 도시가 갖고 있다고 말한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콘스탄틴 필리포우
(Konstantin Filippou)’와 인접한 내추럴 와인 바
(두 곳 모두 동명의 셰프 남편과 함께 운영)의
매니저인 마누엘라 필리포우는
“(이곳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생활권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잘 보존된 역사, 믿을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
저렴한 보육 시설, 카페, 극장, 도시 경계 내에 있어
쉽게 갈 수 있는 와이너리 등으로 인해 비엔나는
스테이케이션(stay와 vacation의 합성어로
집에서 여유와 휴가를 즐기는 것을 말함)의
영원한 최적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필리포우는 “가끔 일을 너무 많이 하면서
한동안 아무데도 갈 수 없을 때도 앞서 말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갈증을 도시 안에서 채울 수 있다보니,
우리는 그 상황(바쁘고 여행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호텔 ‘다스 티그라’의
영업 및 마케팅 매니저인 리차드 보스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액티비티 덕분에
비엔나가 더욱 살기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엔나에는 쇤브룬 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비엔나 시청 등 역사적인 건물이 즐비하다”고 했다.
“또한 모차르트, 베토벤, 슈트라우스와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했다는
음악적 전통도 유명합니다.”
그는 이곳에선 도시의 수많은 박물관과
극장, 오페라 하우스를 통해 이와 같은
문화적 전통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문객들에게는 비너슈니첼과 자허토르테 같은
전통 요리를 맛보고 나슈마르크트 같은 시장을 찾아가
신선한 음식과 현지 특산품을 즐기며
비엔나의 요리 역사를 탐구해 볼 것을 추천했다.
멜버른은 문화 및 환경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전체 3위를 차지했다
멜버른,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호주에서 장기간의 봉쇄가 진행된 동안 지수가 하락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상위 10개 도시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멜버른은 호주에서
가장 높은 문화 및 환경 점수를 얻었다.
이곳 주민들이 극찬하는 특징 역시 문화와 환경이다.
장애 인권 애드보커시 ‘케어러 솔루션’의
설립자인 제인 모렐은
“멜버른에는 놀라운 음식들과 문화 예술,
이벤트 및 명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포뮬러1 호주 그랑프리와 테니스 호주 오픈 같은
주요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도심과 교외를 가로지르는 트램을 이용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쉽다고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과 와인 산지도
멜버른과 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 블로거 키미 코너는
다른 도시와 비교해보면,
멜버른 적응에 시간이 좀 더 걸렸다고 했다.
‘어드벤처 앤드 선셋’에 글을 쓰며 다른 도시 대신
멜버른 거주를 선택한 코너는
“시드니 같은 도시는 멋진 풍경과 해안, 상징적 건물이 있어
보자마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멜버른은 랜드마크의 도시가 아닌 문화의 도시라,
조금 더 파고들어야만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의 맥박을 발견하려면 화려한 골목길에서
우연히 작은 커피숍을 발견하고
인생 최고의 커피를 맛봐야 합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전문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맛보고
종종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칵테일 바를 찾아내야 하죠."
코너는 시드니보다 멜버른 사람들이
처음 온 사람들을 더 친절하게 맞아준다고 말했고,
모렐 역시 주민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이곳을 살기 좋게 해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모렐은 “멜버른 사람들은
정말 친근하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이 훌륭한 도시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밴쿠버 주민들은 해변과 산, 숲이 가까워서 밴쿠버를 좋아한다
밴쿠버, 캐나다
캐나다 도시 3곳(캘거리와 토론토 포함)이 10위 안에 들었지만,
밴쿠버가 캐나다 도시중에 우수한 문화 및 환경 점수를
바탕으로 가장 높은 순위(5위)를 차지했다.
주민들이 이 도시에 대해 가진 애정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문화와 환경이다.
주민이자 이곳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토니 호는
“밴쿠버는 숲과 바다, 하늘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의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면
버스와 자전거, 기차, 보트 등을 통해
아름다운 ‘잉글리시 베이’에서
도시 정상인 ‘그라우스 마운틴’까지
하루 만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밴쿠버의 다문화적 구성을 반영해
에티오피아 인제라에서 티베트 모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식을 찾을 수 있는 식문화의 다양성도 좋다고 했다.
“음식 문화의 폭이 커지고 있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인 그는
도심에서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는 수많은 공원과 해변도 높이 평가했다.
호는 “우리 아이가 평생 동안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곳들”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업가들도 해외에서 오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이민 정책 덕에 이곳을 찾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로켓플랜’의 CEO인 조 톨츠만은
“크로아티아에서 온 이민자이자 기업가로서,
나는 비즈니스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활기차고 수용적인 도시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기에 밴쿠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사람들입니다.
창업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밴쿠버의 비즈니스 커뮤니티는
매우 포용적이고 많은 지원을 제공하죠.”
비즈니스 외에도 이곳의 풍경은
언제나 따뜻한 휴식이 되어준다.
톨츠만은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한쪽에는 바다가 있고 건너편에는
산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은 오사카가 다른 비슷한 대도시보다
더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오사카, 일본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상위 10위 안에 든 오사카는
안정성, 의료, 교육 부문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생활비가 가계 소득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사카의 저렴한 물가는
주민들에게 큰 장점이 되고 있다.
밴쿠버 출신으로 이곳에서 살고 있는 셜리 장은
“오사카의 주택 임대료는 일본이나 세계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제가 내는 집세는 수도, 인터넷, 관리비를 포함해
매달 700캐나다달러(약 67만원) 정도입니다.
아파트는 작지만 신식이고 깨끗합니다.
밴쿠버에서 이 정도 집을 빌린다면
1200캐나다달러(약 115만원) 이상은 들 겁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현지인들에겐 큰 매력이다.
이곳 거주민인 제임스 힐스는
“외식을 하면 지갑이 크게 얇아지는 영국과 달리,
오사카는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레스토랑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를
매일 먹는 여유를 누릴 수 있죠.”
거주민들은 이곳이 다른 비슷한 대도시보다
더 안전하다고 했다. 장은 “한밤중에도 혼자서
집에 걸어가도 매우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방이나 지갑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곳에 둬도
도난당할 염려가 전혀 없다고 했다.
안정적인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주민들이 꼽는 장점이다.
오사카 관광청의 마케팅 전문가인 조나단 루카스는
“도시와 주변 지역에 광범위한 전철망이 구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도시를 벗어나 교토, 나라, 고베와 같은 다른 멋진 지역을
하루만에 쉽고 빠르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는 상위 10개 도시 중
문화 및 환경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클랜드,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작년보다 25계단 이상 오르며,
오사카와 함께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2022년 9월까지 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재개방이 지연된 게 작년 낮은 순위의 주 원인이었다.
오클랜드는 완벽한 교육 점수와 함께
상위 10개 도시 중 문화 및 환경 점수도 가장 높았다.
문화와 환경은 오클랜드 거주자들이
이곳 생활의 장점 중에 가장 크게 공감하는 요소다.
‘마이 모멘트 앤드 메모리즈’에 블로그 글을 쓰는
주민 메간 로렌스는 “오클랜드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차로 20분 내에 아름답고 한적한 해변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집 바로 앞에 멋진 바다가 있고,
바다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죠.
도시 주변에는 아름다운 자연 수풀이 우거져 있고
쉽게 그곳에 갈 수 있다보니,
제가 도시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이곳에선
‘2023 FIFA 여자 월드컵’을 비롯한
세계적 수준의 이벤트도 즐길 수 있다.
여행사 ‘AAT 킹스’에서 일하는 주민 그렉 마렛은
“최고의 콘서트와 쇼,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집 앞에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는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열리는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 전시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그는 정박해 있는 요트와 범선으로 인해 ‘돛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은 오클랜드 항구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곳을 처음 온 이들에겐
‘오클랜드 해양 박물관’을 방문해
오클랜드의 해양 역사와 ‘아메리카 컵’에 출전한
뉴질랜드의 역사를 탐구해 볼 것을 권했다.
로렌스는 뉴질랜드가 비교적 젊고 문화적으로 다양하며
전 세계 음식을 수용하기 때문에 레스토랑과 슈퍼마켓
모두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을 정말 살기 좋게 만드는 요인은
사람들의 친절함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뉴질랜드인들은 친절하고
기꺼이 도와주며 길을 걷다가 마주치면 항상
반갑게 인사한다”고 말했다.
“저는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