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중2때 포기한 놈과 국민학교 5학년 때 산수 포기한 두 꼴통 만나다]
[제6화] 나이트와 왠 여자
딴 세상 같았다.
현란한 나이트조명.. 귀가 찢어질 듯한 베이스 음과 빠른 비트의 음악소리..
모두 나처럼 배달해서 월급을 받았는지.. 넓디넓은 나이트장이 춤추는 사람들로 무너질 듯 했다.
"아는 웨이타 있으세요?"
"광중아! 아는 웨이러 있냐?" 터질듯한 음악소리에 광중이 귀를 잡고 내가 물었다.
"없다!" 광중의 짧은 대답은 선명히 들렸다.
"히.. 오늘 신나게 놀자! 여자두 꼬시고 히히.."
"참.. 너 당연히 여자친구 없지?"
"시끄럿!" 광중이 당연하다는 말에 불끈했다.
얼떨결에 널찍한 로열테이블에 앉은 우리에게 멀찍히 서있던 아주 젊은 웨이러가 다가왔다.
"어.. 형님..."
"엉?" 나보고 하는 소리인가?
"힉.. 뭐 형님이라고 까지 불러요?" 내가 다가온 웨이러에게 말했다.
"광중이 형!" 웨이터는 무척 놀란 듯 내가 아닌 광중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오홋! 왠 90도? 광중아 이 왜이러 왜 이러냐?"
"..."
잠시 놀란 눈을 한 광중이 미쳤는지 웨이러를 확 끌어 안았다.
"잉? 광중아 .. 너 아는 웨이러 없다면서? 너 이제 봤더니 나이트 죽도리였구나?"
"미친넘!"
"우씨..."
웨이러는 광중이를 아주 잘아는 듯 연신 고개를 숙여 댔다.
"오랜만이다.. 잘지냈냐!" 광중이가 웨이터를 아주 반갑게 바라보며 말을 건냈다.
"예! 형님!"
"형님도 잘 지내시죠?"
"형님이라고 하지마.. 쪽팔리게.. 담에 술 한잔 하자.. 그리고 다른 웨이터 불러줘라!"
깊은 악수를 마치고 광중이가 웨이러에게 말했다.
"아니예요.. 그래도 예전에 절 생각해 준 게 형님 밖에 없었는데.. 제가 모실께요.."
"됐어 임마.. 내가 노인네냐? 모시긴.."
"아니예요.. 형님.. 아니 형.. 잠깐만 기달려요.." 웨이러는 광중에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뭐냐? 쩝!"
"아냐!.. 신경 쓰지마.. 이왕 왔으니 그냥 신나게 놀자!"
"응.. 그.. 그래.." 아직 그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었다..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 광중에 대해서...
잠시 후..
한 타임 춤 추러 나가기도 전에 아까 그 웨이러가 고급양주 3병과 화려하게 장식된 고급 안주를
몇 가지씩이나 내어 왔다.
"형님.. 아니.. 형... 형에 대한 고마움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많이 드세요..."
"아냐!.. 마! 뭐하러 양주를 갖구 왔냐..."
"갖구 왔으니 어쩔 수 없지.."
"돈 낼 꺼다.. 옆에 있는 놈이.." 광중이가 날 가르키며 지껄였다.
거구같이 등치가 산만한 웨이러가 비실비실 웃으며 자리를 비켜 줬다.
힝!.. 뭐야 이건... 암튼 오늘 최고급으로 노는 구나...
후.. 근데 양주 3병.. 우...
넘 센데.. 난 작게 웃으며 크게 계산을 걱정했다.
"자! 춤이나 추러 나가자.."
"응? 그.. 그래..." (뭔가 있는 놈 같군.. 그래도 그렇치 지덜끼리 얘기 하더니 싸가지 없이 계산은 내게..
역시.. 싸가지가 없어.. 클랐다.. 저걸 어떻게 다 계산 하냐.. 흑흑..)
오홋!.. 광중이는 춤도 잘 췄다.. 웃긴 춤도 추고.. 미친 듯이도 추고.. 멋지게도 추고...
히.. 나도 광중이에 맞춰 신나게 미친 듯이 흔들어 댔다.
광중인 내 춤에 놀란 듯 연신 오!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시 배워 두길 잘했어.. 히.. 고등학교때 친구에게 힘들게 익혔던 나이트 춤에 대해 강한 긍지를 느끼고 있었다.
181키에 호리호리한 몸... 싸가지 없지만 눈에 확 띠는 뚜렷한 이목구비... 수많은 인파에서 광중이는 빛나 보였다.
광중이가 괜찮아 보였는지.. 전혀 모르는 여자들과 슬쩍 춤을 맞춰도 크게 싫어하지 않는 듯 했다.
모두다 왜이리들 이쁜지.. 미니스커트 여자들.. 많다 싶을 만큼 드러난 허벅지들.. 쫙 달라붙는 청바지의 여자들.. 으흐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니 광중이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광중을 형님이라 불렀던 웨이러는 연신 연거퍼 여자들을 퍼다 날랐다
평생해볼 부킹을 오늘 다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운수대통 한 날 같았다.
부킹으로 어색한 자리에 앉은 여성들은 억지로 끌려 와 팔목이 아픈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화려하게 깔린 양주와 안주를
보고는 언제 팔목이 아팠냐는 듯 미소를 띄웠다.
아니다 싶어 두어 잔 양주를 따라 주고 구라를 풀지 않았는데 광중을 쳐다보며 오히려 잘 가려 하지 않았다.
한 번씩 어디서 왔는지.. 이쁘디 이쁜 여자들은 보내라는 내게는 보내지 않고 광중에게 연신 주파수를 날려 댔는데..
광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자리로 온 여성들이 구라를 풀었다.
찌어질 듯한 음악소리에 나는 속으로 외쳤다.
"미친넘!"
한참을 흔들어 대고 자리로 돌아와 양주를 마실 때 언제부터였는지..
암튼 꽤 오랫동안 한 여자가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이트라 그런지 그녀는 가끔씩은 과감히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볼 때도 있었다.
정신없이 흔들어 재끼던 댄스타임을 한 타임 자리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한 여성이 스스로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점점.. 아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기요.."
어라.. 아까부터 우릴 엿보던 여자 아냐?
나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밟게 빛을 내며 한동안 우릴 바라보던 여자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앉아도 되죠?"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와 우리 앞에 선 그녀가 당돌하게 말했다.
"오홋!"
스스로 걸어온 여자가 내게 말을 건내고 있는 것이다.
"예?" 내게 반한 거라는 직감을 확신하며 내가 놀란 척 대답을 했다.
순간 광중이가 그 여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광중이는 그녀의 눈을 깊게 응시했다.
"예..앉고 싶으면 앉으세요.." 광중이가 내게 묻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 여성은 살짝 웃음을 보이며 우리 맞은편 빈자리에 앉았다.
"전 소희예요.. 정소희."
"그 쪽은요?" 묻지도 않은 이름을 스스로 말하더니 우리에게도 이름을 다그쳤다.
"광중입니다."
"전 곤입니다."
"곤이요? 이름이 한글자예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내게 그런 식으로 관심을 표시했다.
"이 곤입니다. 이름이 곤이구요." 난 짧게 애교를 받아들여 줬다.
그녀는 살짝 웃더니.. 우리 테이블의 양주를 들었다.
"자~! 부담 같지 마시고 한잔씩 받으세요..반갑습니다."
잉 꼭 자기 술 같이.. 부담 같지 말고?
광중이와 난 우리양주를 황송하게 두 손으로 받았다.
"부담 같지 말자!" 내가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광중에게 말했다.
"근데.. 혼자 오신 건 아닐테구.. 친구분은요?" 내가 소희라는 여자에게 짝이 안맞다고 티 나게 질문을 던졌다.
"아예.. 친구랑 둘이 왔다가.. 좀 전에 친구는 가고 전 다시 돌아 왔어요.."
"아예.." 왜.. 나간 나이트를 다시 들어 왔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녀는 우리를 무작정 무대로 끌고 갔다.
그리고 신나게 흔들어 댔고.. 우리 두 머슴아도 흔들어 댔다.
그냥 무작정 흔들었다.
몇 번의 댄스 타임을 쉬지 않고 흔들어 댔다.
긴 머리에 앙증맞은 모자.. 짧은 치마.. 긴 양말.. 부티 나는 얼굴.. 황당했는데 밉지는 않았다.
어느새 새벽 시간이 3시가 가까웠다.
쉬지 않고 흔들어 댄지라 힘들어 자리에 앉아 두어 잔 홀짝 거리고 있을 때였다.
무대에 슬픈 발라드 음악이 깔렸다.
소희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홋! 부르스를 추자는 얘기?..
앤 왜 이렇게 대담한거양.. 난 두근거렸다. 부르스라 ... 재수다.. 재수..
짧은 순간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부드럽게 소희를 응시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
"광중 오빠!.."
이런.. 씨.. 소희가 광중이의 손을 잡았다.
어느 센가 그들은 한 쌍이 되어 감미로운 음악에 발을 맞추고 있었다..
근데.. 인정하긴 싫지만 둘은 잘 어울려 보였다.
광중이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고 리듬을 탔다.
리듬을 잘타다 그의 손이 소희의 허리를 감싸았다.
"저..저..저런 나쁜 넘의 새이.."
10분 정도의 시간이 마치 한 시간처럼 느껴 졌을 때 그들이 들어왔다.
"야! 오늘은 그만 가자!" 내가 광중이에게 소리쳤다.
"에이~ 짜식 삐졌구나?"
"미친넘"
"그럼 다음에 봐요.. 소희씨.. 오늘 넘 즐거웠네요.."
웨이러가 안 해도 된다는 계산을 광중이는 고생하는 네게 그럴 순 없는 일이라며.. 끝끝내 웨이터를 내게 보냈다.
웨이러는 다행이도 싸가지 없는 놈과는 달리 내게 미안해 하며 한병 값만 받아 주셨다.
"휴~ 살았다."
"웨이러들 중에도 이렇게 훌륭한 분이 계시구나.."
웨이러를 칭송하며 나이트를 나와 광중이와 보도를 걸을 때였다..
소희가 다급히 우리에게 다가 왔다.
소희는 내 피같은 양주에 얼큰히 취해 보였다.
취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 광중이 손을 살짝 잡고 광중이를 세웠다.
"광중 오빠.. 나 오늘 집에 안 들어 갈래!.." 소희는 술 취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광중에게 말했다.
"에구..이를 어쩌나" 순간 난 광중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곤아.. 먼저 들어가라.."
"엉?"
광중이는 처음처럼 소희의 눈을 오랫동안 응시하더니 손을 꽉 잡고 힘차게 앞으로 걸어갔다.
"광중이 저 자식..." 내 눈을 피해버리고 빨리 걸어가는 광중이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저자식...어디로 데려 가는 거야?.. 혹시.."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그들을 뒤따라 갔다. 몰래.. 몰래..
소희가 취했는지 광중에게 기대며 걷기 시작했다..
"어엉...둘이 넘 붙는 거 아냐.." 불안함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밤 도둑처럼 그들을 뒤쫓았다.
신림 지하차도를 건넌 그들은 뭐라고 뭐라고 애기를 해댔다.
마치 무언가를 실랑이 하듯이..
한참을 실랑이 하던 그들은.. 골목으로 걸음의 방향을 바꾸었다.
"어.. 저 골목은 모텔이 즐비한 골목인데.. 설마?.."
설마가 곤이 잡는다고..
그들은 이미 천이 길게 늘어진 모텔의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광중이를 잡으려 했는데.. 아니 그들을 잡으려고 했는데..
나의 맘이 광중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차 달리 다른 행동을 연상시키지 못했다.
"치사한 놈.. 아니 아니.. 나쁜새끼.."
[제7화] 배달에서 짤리다
과음한 탓인지..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 듯 엄마 앞에서 배달 하는 것이 조금은 버거웠다.
맥주시킬 건데.. 양주 값을 계산하게 되어서.. 쓰린 속을 달래며 그나마 한병 값만 받아 주신 넓은 아량의 웨이러에게 감사 드리며..
그 날 이후 그저 평범히 배달의 연속이였다.
힘든 하루이후 다음날부터 배달은 수월하게 느껴졌다.
"역시 난 배달의 기수야.. 음.. 내 천직 같군.."
"에휴.. 배달도 괜찮은데.. 평생 고민하지 말구 엄마 밑에서 배달이나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무지 무더운 날이였다.
"곤아! 잠깐 자리에 앉아 봐라" 엄마가 배달하고 돌아온 내게 말했다.
"너 있잖아.. 언제까지 배달만 할꺼니? 응?"
"예?"
엄마는 갑자기 진지해 질려구 하셨다.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세요? 배달이 어때서요? 엄마도 돕고 ..."
"아냐..계속 이럴 수는 없어.. 내일부터는 가계에 나오지 마라.. "
"엑..? 내일부터요?"
"이젠 내일부터 네가 뭘 하든 네 스스로 너를 찾아봐라.."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또각또각 음식을 해대셨다.
엄마에게 뭐라 대답해야 하는데 대꾸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또각또각 음식을 써는 엄마를 보니 난 한석봉이 처럼 글을 써야 할 것도 같았다.
아니 어머니의 말씀이 무슨 얘긴지 알아 들을 수 있을 수 있었으나..
달리 다른 대답이 내겐 없었다.
"예.. 그럴께요.."
결국.. 그날로서 엄마가계에서 짤렸다.
매정한 어무이..
[제8화] 라이벌 유성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실연에 당황해 하며 내 삶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 그냥 다음날부터는 늦잠을 잤다.
배달도 안 나가고.. 그냥 잤다..
사회가 정해준 3년의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서도 내 삶에 방향은 그렇게 힘없이 표류됐고..
여기까지 왔다.
백수까지.
어른들이 그려 논 지도대로 살아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주일을 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귀한 쌀을 축내고 있었다.
잠도 지겹고.. 무료한 시간 끝에 같은 표류자.. 백수 동료인 유성이를 신림사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유성이는 내 국민학교때부터 친구인데.. 히.. 등치는 산만한데.. 목소리가.. 얌생이 같고 말이 짧은 넘이다.
참.. 여자얘기 할 때는 무척 말 많다.
지금은 내 당구 라이벌이다.
약속시간이 좀 늦게 유성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내게 왔다.
'왜이리 늦어! 동수(동지백수)..'
"시끄러.. 곤아.. 오다가 한 껀 했다.."
"엉.. 무슨 한 껀?"
"킥킥.. 있잖아.. 오다가 길에서 무지 예쁜 여자애를 봤거든.."
"근데.. ?"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우리 국민학교 동창인거 같은 거야.. 그래서.. 어렵게 말을 걸어봤지.."
"혹시 신림국민학교 나오지 않았냐구.."
"그랬더니?"
"맞다는 거야.. 그리고는 어렴풋이 날 알아보지 뭐냐.. 킥킥.. 얘기 좀 하다가 연락처를 물어 봤지.."
"왜? 연락처는 뭐하러.."
"히..예쁘니까.. 혹시 아냐.. 그런데.. 그 애가 그만..전화번호를 앞자리 3자리 중 두개 하고 뒷자리 4개중 3개만 가르켜
주고는 가 버렸어.."
"인연있으면 또 보자면서.. 흑흑.."
"킥킥.. 에이.. 그게 뭐냐.. 쪽팔리게.. 아예 물어 보지나 말지.. 그리고 그렇게 가르쳐 준 애도 골 때리다."
유성이는 기필코 전화번호를 알아낼 거라는 다짐을 굳게 하는 것 같았다..
"미친넘"
만났던 여자가 예뻤는지 말이 짧은 유성이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많고 길었다.
아니 이정도면 장황했다.
유성이 하구 커피 한잔 마시구..
당구를 쳤다.
참고로 난 꽉찬 50이고.. 유성인 물250이다..
오늘따라 공에 필이 오는지 한 큐에 알다마 4개를 쳐내고 곧바로 돗대를 외쳤다.
250인 유성이는 기가막힌다며 줄담배를 피워 댔다.
"아싸 이제 하나만 치면.. 쿠션.. 그럼.. 250을 꺽는구나.. 당구는 쉬워 그렇치 않냐 유성야?"
"미친 50다마.. 너 80으로 올려!" 유성이 내게 화내 듯 말했다.
결국 당구는 내가 졌다.
유성이가 25개의 알다마를 빼낼 동안 큐션은 50다마인 내게 쉽게 길을 보여 주지 않았고 250과의 맞쿠션에서 유성인 그 어렵디 어려운 큐션을 연거퍼 알다마 치듯 빼내고는 50에게는 꿈의 공인 가락구를 얍실히 쳐낸 것이었다.
"너 50맞다.. 당구는 쉬워 그치?"
"우씨.."
유성이와 헤어진 후 보라매 공원을 저녁 늦게까지 방황했다... 뭔가 생각이 정리될 것 같았는데..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 깔짝대다가 다리 아프고 배고파서 얼릉 집으로 들어갔다.
[제9화] 백수생활
이 삼주 정도 흘렸을까..
시간 감각도 별로 없고.. 구지 오늘이 몇 일인지 확인 할 필요도 없었다.
어제 저녁 아버지께서..
"특히 니 나이 때는 자기 삶에 대한 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귓가에 맴돌 뿐이었다.
바보가 되는 거 같아서 방에 있는 책을 뒤적이다가 "한 번뿐인 내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음.. 한 번뿐인 내인생이라.. 제목 한 번 특이하네.." 점심도 거르고 책을 읽었다.
오늘 다 읽을 판이었다.
책 제목에서 뭔가 내게 길을 보여 줄 것 같아서 쉬지도 않고 책 절반을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따르릉~~"
"여부쇼? "
"나다.. 유성."
"왜 또 당구 치자구 전화했나?"
"아니..이젠 50하군 안친다. 생각해보니까 250이 50한테 져도 쪽팔리고, 이겼다고 좋아하는 것도 더 쪽팔리다."
"참.. 저녁에 할일 없지 7시쯤에 신사리로 나와"
"당구도 안칠 건데 왜? 무슨 일 인데?"
7시에 유성이를 만났을 때 경환이도 나와 있었다.
경환이는 우리 신사리 동수(동지백수)인데 키크고 허우대가 좋아 유성이와 한 쌍을 이루는 동수다.
어릴 적 천재로 불릴 만틈 머리가 좋은 넘 인데 노는걸 하두 좋아해서 등신이 되기 일보직전인 넘이다.
갑자기 두 동수들은 내게 씩~웃으며 말했다.
"곤아! 드디어 해냈다!"
"엉? 뭘 해내?"
"왜 있잖아 저번에 내가 너 만나러 오다 길거리에서 예쁘게 생긴 여자동창 만났었다 구.."
"근데.. 그게 왜?"
"드디어.. 전화번호 알아냈다!"
"쿡.. 난 또 머라구.. 유성아 너도 할일 지질이 없다. 전화번호도 다 안 가르쳐 줬다며 어떻게 알아냈냐?"
"훗... 그 다음날부터 일주일 넘게 경환이하고 숫자조합을 해서 일일히 다 전화를 걸어봐서 결국 알아냈다!"
"미친넘들.."
"암튼.. 오늘 만나기로 했다.!"
"누굴?"
"전화번호 알아낸 그 여자 동창생"
"뭐? 근데.. 나는 뭣 하러 불렀어?"
"같이 볼려구"
"내가 왜?"
"헤.. 그게.. 전화번호 알아 낼려구 수십 번을 전화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전화가 그 동창여자애 집 번호가 맞지 뭐냐..
그런데 전화를 그애 아버지가 받은 거야.. 누구냐구 묻길래 무서워서 곤이라고 했당.. 쩝!.."
유성이 어렵사리 사건의 진상을 불었다.
"참.. 너도 동창이잖아" 경환 동수가 수작을 합법화 하는데 거들었다.
"미친넘들 왜 거기다 내 이름을 팔아!"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골 때리게 길가다 헌팅(?)한 동창 여자아이를 만나게 됐다.
[제10화] 일단 같이 만나다
"어.. 재야? 저 애는.. 아는 앤데.."
그랬다. 우리가 먼저 들어가 기다리는 호프집에 8시가 되서야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내가 아는 여자였다.
그 어릴 적 기억에 남을 만큼 쳐다봤던 얼굴이 하얀 아이..
"안녕?" 그녀가 유성을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안 나올려구 했는데.. 전화번호 알아내는 정성이 지극한거 같아서 나왔어.."
그녀의 이름은 정숙이라 했다.
이름은 몰랐는데..
그리고 내 동수(동지백수)들과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정숙아 인사해라. 애는.." 유성이 정숙에게 날 인사시키려 할 때였다.
"니가 곤이니? 니가 전화했었다며?" 갑자기 정숙이라는 여자아이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어?..어엉.. 그래.. 전화했지.."
얼렁뚱땅 대꾸를 해준 나의 눈은 가재미가 되어 동수들을 야려 댓다.
"근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어?"
"어?..어... 울 아빠가 곤이라는 애한테서 전화 왔었다고 해서.. 아니..그게..."
"너랑 나랑은 같은 반도 아니였었는데..."
어색한 분위기를 동수들이 한껏 구라를 풀며 분위기를 업시켰고.. 업 된 분위기에 맥주도 많이 마셔 댔다.
정숙이는 성격이 무척 활발했다.
무슨 말도 그렇게 많고 잘 웃어대는지...
아무튼 이름하고 성격은 별 상관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아직도 예전 그대로 하얀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TV에 나오는 연애인처럼 얼굴이 하얗고 깨끗했다.
국민학생인 꼬맹이가 본 모습 그대로를 그녀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경환이의 구라에 까르르 넘어가며 웃는 그녀의 해맑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니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첫 만남이지만 동료 백수들의 기재에 마셔 가는 호프는 일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근데 너는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했어? 아니 왜 전화했었어?"
한껏 벌어진 구라판 중에 정숙이가 내게 오랜만에 말을 건냈다.
"어..어.. 실은... 졸업앨범에서 알아냈어.. 네 전화번호.. " 갑작스런 질문에 얼렁뚱땅 대답을 했다.
"전화는 왜 했었는데..?" 정숙이는 내 대답이 시원치 않았는지 해맑은 웃음을 잠시 접고 진지한 얼굴로 내게 되물어 왔다.
"어..그..그냥.. 심심해서.."
"심심해서?"
"어..그..그래..심심해서.."
"어.. 그랬구나.. 그냥 심심해서 해 본 거였구나... "
그렇게 말을 흐린 정숙이를 나는 바라 보았다.
그때 정숙이도 나를 반짝반짝 빛날 만큼 눈동자에 광채를 내며 나의 눈을 응시했다.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나도 모르게 땔 수 없었다.
"야.. 오늘은 첫만남이구 하니까.. 고만 마시구 그만 가자.. 자.. 나가자.."
갑자기 유성이가 대화에 끼어 들며 첫만남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 울 동수들은 얼릉 들어가고.. 정숙이는 내가 바래다 줄께.. 바이바이~"
호프집을 나와 괜찮다는 정숙이의 말을 무시한 체 유성은 정숙이를 바라다 준다며 그녀를 잡고 사라지고 있었다.
근데.. 집에 들어가기가 아쉬웠는지.. 뭔지.. 유성이가 무지 얄밉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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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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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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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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