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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의 딜레마.' 한국 축구의 심장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세계적 축구 전문지인 영국의 <월드사커>가 지난해 10월호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10개의 축구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통 방패연의 이미지와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아름다움을 전세계가 당당히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여전히 축구계의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짓지 않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에 맞서 250억원의 분담금을 축구계가 떠안아야 했던 건립 초기의 족쇄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100억원 탕감 발표에도 창단기업은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안양 LG가 서울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축구계와 서울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설 뿐 해결점은 모호할 뿐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주인찾기를 놓고 벌어지는 쟁점을 살펴보자. ▲9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돌리면 1995년 2월13일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LG·SK·일화 등 3개 구단이 서울을 연고로 하는 한 프랜차이즈 정착은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고 96년 1월1일부로 서울을 비워두되 서울로의 이전을 원할 경우 전용구장 건립을 약속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 건립으로 문제가 복잡해졌다. 과연 이전을 원하는 기업은 전용구장 건립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아니면 LG처럼 지난 90년부터 95년까지 서울에 연고했던 기업이 복귀한 경우 이같은 조건에서 면죄부를 받는 것인가. 이에 대해 연맹은 '기존 구단의 기득권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풀리지 않는 '50억원과 150억원의 진실' 안양은 지난해 9월2일 문화관광부 주관 회의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비 분담금 250억원을 협회 100억원, 서울시 100억원, 창단 기업 50억원이라고 최종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협회는 지난해 10월13일 서울시의회에서 협회가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하라는 입장에 따라 월드컵 잉여금 중 100억원을 '대납'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분납'이냐, '대납'이냐를 놓고 협회와 LG의 의견 충돌로 연고 이전은 쉽게 마무리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양은 일방적인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가 9년 전 '프로축구의 지역정착'을 위해 서울 공동화를 선언했던 연맹 이사회가 '선 이전 후 창단'으로 원칙을 바꿨다면 이는 연맹의 프랜차이즈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지난 6일 이사회는 8년간 프로축구에 헌신했던 안양 시민들에게 일말의 미안함도 표시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안양시에 일방적인 연고 이전을 통고한 LG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이 진정 K리그가 견지해온 '지역의 균형발전'인가. 지방도시는 거대도시 서울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지 의심스럽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