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 속에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겨울밤 맹추위에도 게임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Vampire가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순간마다
Gambler가 원위치 시키는 상황이 반복됐다.
어둠이 깊어지자 별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고,
강물은 제 소리를 지우며 은은히 흐르고 있다.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길 잃은 나무들도 조용하다.
지켜보던 Bat가 Virus room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베리아 B.Rotifer에게 긴급한 연락이 왔다.
상황을 설명하는 Bat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손오공과 Gambler의 계략과 함정에 빠졌네.
게임에 패배하면 주인은 지옥에 끌려갈 듯하네.
Gambler가 승부를 내지 않는 것은 이상하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Rotifer가 말했다.
"Gambler가 게임을 조작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Bat는 Rotifer의 제안을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게임장에 들어선 Bat가 둘 앞에서 말을 건넨다.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데 다시 날짜를 잡으시죠.
그때 오공님과 저도 참관하는 것으로 하고요."
게임에 지친 Vampire가 응답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좋습니다. 오공님에게 상황을 전달하겠습니다."
Gambler가 새벽이슬을 맞으며 정문을 나서자,
condor가 눈을 찡긋하며 낮게 속삭였다.
"Nice(니케), Have a Nice Day!"
<Bellagio Las Vegas Hotel 914-live>
화가 난 손오공이 Gambler에게 고함을 쳐 댔다.
"게임을 진작 끝낼 수 있었는데 계속 무승부로
끌고 갔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Gambler가 차분하게 내용을 설명했다.
"제가 주위를 둘러보니 Bat를 그자에게서 떼어
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 기회에 Vampire와 Bat 뿐만 아니라 주변에
기생하는 무리들을 일망타진(一網打盡) 하시죠.
그러면 염라대왕께서도 크게 만족하실 겁니다.”
손오공은 그럴 듯한 계책(計策)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착잡했다.
‘이 녀석도 나를 우습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염라대왕에게 현역 복귀를
요청할 거야. 저승 세계를 싹 바꿔 놓을 테다.'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며 Gambler와 작전을 짠다.
창밖이 난분분(亂紛紛)하다.
바람이 바람난 듯 제멋대로 불고 있다.
'그래 그놈을 만나서 이번에 끝장을 보는 거야.
이것은 위기일까, 기회일까……‘
상념(想念)에 빠져든 손오공이 바람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