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사람 구경하기 힘든 오지에서 살아서 그런지 꽃을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처음에는 참 낯설었습니다. 지천에 깔린 게 풀이고 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도시에 살아 보니 꽃집이라도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상가에 꽃집이 있으면 습하고 갑갑한 지하 공간이 생화의 향기로 가득 채워집니다. 비록 “피었다 진 여름”과 “피다 만 겨울”이 뒤엉켜 있기는 하지만, 꽃집은 잠시나마 “밑동 잘린 꿈과 함께/ 계절들이 차례로”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많은 꽃들의 기억을 간직한 채 “하얗게 바래”갈 꽃집을 상상해보다가, 덕분에 도시도 살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형심 시인〉
Víkingur Ólafsson – Bach: Concerto in D Minor, BWV 974 - 2.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