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안에 숨어계신 그리스도는 같은 모습으로 가난한이들 속에 숨어계신다.”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뜁니다. 돈 한 푼 없이 살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포항교도소에서 편지가 하나 왔습니다. 덫에 걸린 짐승처럼 어쩔 줄 모르는 형제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였습니다. 15년 전입니다. 청송교도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스물 몇 살의 청년인데 철부지였습니다. 초등학교를 겨우 나왔고, 소년원을 들락거리다가 스무 살이 넘어서 10년형을 받고 청송에서 몇 년째 살고 있습니다. 베로니카가 어르고 달래서 공부를 할 수 있게 거들었습니다. 검정고시로 고입, 이어서 대입검정고시를 치르고서야 겨우 고졸 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출소헤ㅐㅆ습니다.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포항교도소에서 편지가 온 것입니다. 2년 전에 다시 감옥에 갇혔습니다. 이번에는 12년을 받았습니다. 창피해서 편지도 못하고 그냥 버텼던 모양입니다. 감옥에서 돈 한 푼 없는 법무부 자식으로 살아가려니 죽을 만큼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싸우고, 사고치고 징벌방을 들락거리다가 결국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었습니다. 낯선 포항교도소로 가서도 요주의 인물로 미지정 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공장으로 일하러 나가지도 못하고 돈도 한 푼 없습니다. 편지를 받자마자 영치금을 보내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권한이 있는 교도관에게 도와딜리고 부탁했습니다. 며칠 전에 고마움이 가득 담긴 편지가 왔습니다. 공장에 나가 일하게 되었답니다. 앞으로는 사고치지 않고 잘 지내겠다고 합니다. 고맙다고 합니다. 1월과 2월은 교도소 자매상담도 방학입니다. 그래도 매달 우리 형제들에게 영치금을 보내줍니다. 감옥에 있는 이들은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돈 한 푼 만질 수가 없습니다. 돈 한 푼 없으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마저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달에 오천 원이나 만 원이 없어 고생 고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손님은 대다수가 노숙하시는 분들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고 세상의 줄에서 가장 맨 끝에 있는 이들입니다. 줄서기 경쟁에서 밀려 뒤로 쳐진 이들입니다. 가장 약한 이들을 먼저 배려해드리면 믿기 어려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 작은 도움에 희망을 가집니다. 고마워합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처럼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마른 빵, 양초, 담요 뿐이어도 생판 모르는 곤경에 빠진 이웃을 환대 할 수 있습니다.
준봉 씨는 조그만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폐지를 줍습니다. 지난 번에 잃어버려서 새 것으로 장만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부셔버렸습니다. 그래서 카트도 없이 그냥 밥 먹으러 왔습니다. 요즘은 일하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그제야 카트가 부셔져버린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 번에도 새 것으로 마련해줬는데 또 사달라고 차마 말 할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돈을 벌어 카트를 사야 하는 데 폐지 1킬로에 40원이랍니다. 온 종일 주워도 이슬 한 병 사기도 벅차답니다.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새 카트 마련해서 준봉 씨에게 선물했습니다.
그 무렵에 다시 많은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더구나 저들 가운데에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 그러자 제자들이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일곱 개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땅에 앉으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며 나누어 주리고 하시니, 그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 제자들이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것도 축복하신 다음에 나누어 주라고 이르셨다.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마르 8,1-8).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