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자가 만든 영화”…다큐 ‘문재인입니다’ 불매 움직임
지지자들, 딸 다혜 씨 트위터에도 답글로 불만 토로
'문재인입니다' 스틸 컷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0일 개봉을 앞둔 다큐 ‘문재인입니다’의 불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개봉하면 직접 돈을 내고 보겠다”고 밝혔는데, 지지자들이 불매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다큐 ‘문재인입니다’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직접 삽을 들고 정원‧텃밭을 일구며 고령의 반려견 ‘마루’와 ‘토리’, 반려묘 ‘찡찡이’와 함께한 퇴임 후 사계절 전원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1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한 다큐 ‘노무현입니다’로 185만 관객을 동원한 이창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다큐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인 ‘문파’다.
이들은 이 작품을 불매하려는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가 만든 영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 나오는 영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수익이 가지 않는 영화 등 세 가지 점을 꼽았다. 이런 내용의 불매 운동 취지를 담은 포스터도 제작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트위터에 이 다큐를 홍보하는 트윗을 쓰자, 답글을 통해 다큐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진영 분파 이재명 대표에 의해서 이용만 당해도 다큐에 나왔다는 자체만으로 상관없는 건가. 문 전 대통령님 다큐라면서 특정 진영의 생각만 잔뜩 투영해서 만드는 게 문제가 없나”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용자들은 “너무 보고 싶지만 문프(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을 빌미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이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님 이용해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일부 이용자는 다큐를 보기 보다는 양산의 평산책방을 방문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다큐 언론배급 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따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오늘 이 시간까지도 문 전 대통령님은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서 “혹시나 ‘이 장면을 빼달라’고 하면 영화를 재편집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나는 개봉하면 내 돈 주고 보겠다’고 공식적으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다큐 '문재인입니다' 불매운동 포스터. /트위터
◇”5년간 성취 무너졌다” 정치적 발언 빠져
제작진은 영화에서 ‘대통령 문재인’이 아닌 ‘인간 문재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문 전 대통령이 편한 복장으로 반려견과 함께 마을을 산책하거나 삽을 들고 사저 텃밭을 가꾸는 모습,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투덕거리는 모습 등 여느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일상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는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했다.
당초 선공개 영상에 포함된 ‘5년간 성취가 정권 교체 후 무너졌다’는 취지의 문 전 대통령 발언은 상영본에선 빠졌다.
지난달 1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선공개했던 다큐 편집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이 “5년간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이룬 대한민국의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 대목이 공개됐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전주국제영화제 상영회에서 공개된 최종본에선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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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공개됐던 이 발언은 다큐 제작을 위해 촬영된 영상의 일부로, 최종본에선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다큐 제작사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가급적 덜어냈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큐 ‘문재인입니다’ 시사회를 다녀온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감을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남겼다.
김 의원은 “영화는 실제로 풀꽃, 특히 잡초나 다름없는 것들에 쏟아내는 문재인의 지극함에 앵글을 맞췄다. 김정숙 여사가 잡초를 뽑아버리자, 문 대통령이 아쉬워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영화에서는 그 마음이 부풀어서 무명의 용사들, 이름 없는 여공들로 번져간다”고 했다.
그는 또 “아픈 대목도 나온다. 순수한 신뢰가 무참하게 배신당하는 비극,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라며 “문재인의 대변인이었던 저는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1년 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퇴근길에서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환영 나온 사람들은 분명 ‘예’라고 큰소리로 화답했다”며 “하지만 영화는 그 대답을 묵음으로 처리했다. 다시 정권을 찾아오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