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웃지간에 부딧치고 싸우는게 정상이라고 봐야 하는데 나는 사람갖지 않는 사람들하고 한 하늘 떠이고 못사는 성질이다. 별로 준게없이 미워나는 <좀벌레들>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였던 옛날이였다. 6층집 꼭대기에 사는게 봐로 뉘 탓인것처럼 아래층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희희락락 거리는게 믿깡져서 눈쌀을 잔뜩 찌프리고 오르내리던 어느 날이였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한족 녀편네가 이른 아침부터 재수없이 문을 잡아 두두린다. 웬일인가 문을 열고보니 간밤에 수돗물이 새서 아래집 화장실벽이 물바다 되였다고 야단이다. 무슨소리야. 내 집 화장실을 열어보니 물이 샌 흔적이란 보이지도 않았다. 그놈이 네편네의 욕쌀에 못이겨 내려가 보았더니 화장실에 물이 샌것만 사실이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아다모끼>가 요구하는 대로 돈 200원이나 <벌금>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한번이면 경종을 단단히 울렸겠건만 천만다행 조심해야 하는데 또다시 <같은착오>를 범할줄이야 어느날인가 아침부터 수돗물이 오지않아서 행여나 하고 수도꼭지를 열어놓소 출근한게 화근이 되였단다. 출근하자 말자 핸드폰이 울렸다.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귀청이 째지게 고함치는 주인은 역시 아래집 <아다모끼>였다. 집안이 또다시 물바다가 되였단다. 두말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오란다. 나는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돈 200원을 내놓았다. 그런데 워쩐걸 500원을 내 놓으란다. 아니 벽은 크게 젖지도 않았는데 수리비용이 기끈해야 100원도 안되겠는데 500원이나 ?이놈이 녀편네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직업도 방정한게 없는 주제에 내가 날마다 실수하기만 기다리는게 아니냐 ?쟁론해 봤대야 <인증. 물증.방증>앞에서 입이 열개라도 <아다모끼>를 이기는 재간이 없었다.
제기랄 재수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를 깬다더니 <아다모끼>이웃사촌을 만나서 불퇘한 일만 생기였다. 2층에 새로 이사온 주인은 어찌나 게으른지 툭하면 집안에 쓰레기와 물걸레질 한 오물을 마당에 내 버린단다. 죄는 도깨비 짖고 벼락은 내가 맞는다고 그놈이 층집밑에다 오토바이를 세워놓는 나는 먼지바람 오물바람에 분이 상투밑까지 치솟는다. 몇번이고 그러지 말라고 <정신문명교육>을 했지만 들었는지 말았는지 할수없이 사회구역 청소당번에게 고발해서 <벌금>을 시키려고 하였다. 그런데 한밤중이면 자지않고 쓰레기를 내 버리는 고약한 버릇을 직접 보지않고는 <벌금>을 시킬수가 없단다. 빌어먹을 이놈이 <좀벌레들>을 보지않고 살았으면 살이 팍팍지겠단다. 언제면 우리동네도 파가이주 할가 나는 하루가 새롭게 동네가 산산히 흩어지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사람들이 6층집 꼬대기를 싫어하는게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근심은 비가 새는것이다. 아빠트 관리가 허술해서 비가 새도 제때에 돈을 거두어서 수리할 궁리도 하지 않는게 요즘 아빠트의 민심이란다. 가뜩이나 낡은 아빠트라 해마다 파가이주 한다고 잔뜩 벼르는 층집 꼭대기에서 혼자 넓은 하늘떠이고 사는 내가 설마설마 했는데 올것이 오고야 말았단다. 겨울에 떵떵 얼어들었던 지붕이 새봄을 맞아서 갈라 터졌는지 아직 우기도 오지 않았는데 비가 좔좔 새기 시작했다. 방수(防水)를 하는 전업대들을 불러다 예산해 보았더니 아이보다 배뿍이 더커서 내 혼자 힘으로는 당초 어쩔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결에 낡은지붕을 몽땅 벗겨던지고 새 유장지를 펴자고 입이 다슬게 동원했는데 모두들 끔쩍도 하지 않는단다.다른 집들은 몰라도 5층짐은 엎은 갑품이라 무조건 돈을 내라고 호통쳤겠는데 괘씸하게도 설에 북경으로 간게 죽었는지 살았는지 상기도 바라 오지않았단다. 이래서 <아다모끼들> 하고는 한 하늘을 떠이고 못산단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누군가 식전회의를 한다고 사람들을 불러냈다. 알고보니 언제 왔는지 <아다모끼>가 회의를 소집할줄이야 두말이면 잔소리란다. 당장 집집마다 풍겨놓은 돈을 내란다.아다모끼는 해석이 필요없단다. 그녀는 선자리에서 자기부터 돈을 내고 한집 한집 받아내기 시작했다. 돈을 거두면서 그녀가 하는말이 이웃이란 날마다 머리를 맞대고 사는게 아니냐 머리를 들고 보지 않으면 머리를 숙이여도 보이는게 이웃이란다. 하필이면< 내 집>이 비가 샌다는데 왜서 낑낑 갑자르는가 마디마디 조리있게 말하는 그녀의 설복에 모두들 머리를 끄덕이였다. 사람들은 두말없이 돈을 냈다.돈만 낸개 아니라 저마다 잘아는 수리공들을 불러 들이면서 열성을 보이였다. 그일이 있은후에 사람들은 <아다모끼>를 우리동네 조장으로 선거했다.<아다모끼> 덕분에 그새 떵떵 얼어붙었던 이웃동네가 화가애애하게 살맛나게 변해갔다.
<아다모끼>의 친근한 노력은 한송이 아름다운 꽃송이로 피여났다. 사람들은 서로돕고 이끌면서 인사도 곱게하고 친근하게 하며 화목하게 보냈단다. 2층에 살고있는 <오물단지>도 <아다모끼>의 눈총이 무서웠는지 이신자칙해서 마당도 쓸고 창문도 닦으며서 퍼그나 살갑게 굴었다. 그렇지만 한번 바자턱에 똥눈 개를 계속 똥눈개로 치급한다고 나는 아무리 <오물단지>를 곱게 보려고 해도 곱게 보여지지 않는다. 그놈이 똥누는 개버릇을 개를 떼주랴 한참 벼르던 어느날이였다. 저녁에 술을 잔뜩먹고 튀근하면서 나는 오토바이 손잡이에다 공무원가방을 그대로 걸고 올라온게 불찰이 생기였다.밤새 걸려있던 공무원가방을 누군가 얼싸좋다 벗겨갔단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가방속에는 돈은 얼마 없는데 여러가지 중요한 증권들과 서류들이 많았다. 마음착한 도독놈이 돈만 가지고 서류는 그대로 버렸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헤벌떡 거리며 집주위를 샅샅히 훝어도 공무원가방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한참 풀이 죽어서 파출소로 가려는데 누군가 내 앞에 공무원가방을 쑥 들이밀지 않는가 웬일이요 머리를 번쩍들고 쳐다보니 하느님 맙소사 2층집 <오물단지>가 아닌가 새벽에 마당에 널린 오물을 쓸려고 나섰다가 새까만 가방이 그대로 매달려 있는걸 발견하였다. 뭐라고 감사드릴가 나는 그만 뜨거운 그 무었이 울컥하고 솟구쳐서 눈시울이 붉어진다.나는 <오물단지>의 두손을 마구 잡아 흔들었다…이웃이 사촌보다 낳다는 말을 새삼스레 느끼게 뒤였다...나는 이사갈때 찰떡을 사다가 집집마다 돌렸단다. 이사가던 날 <아다모끼>와 <오물단지>가 앞장서서 이삿짐을 거들어주는 장면을 바라 보노라니 시골에서 도시로 떠나올 때 동구밖까지 두줄로 늘어섰던 고향의 친인들이 얼굴이 새삼스레 떠오른다.나는 내 평생에 그처럼 그리운 얼굴들을 죽었다 깨여나도 다시는 못보리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들이 내 곁에 있는줄을 누가알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