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일차이다.
이런 식으로 9일차까지 간다고?
너무 스토리가 뻔한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무슨 글쟁이도 아니고 신춘 문예소설에 출품할 것도 아닌데...ㅎㅎㅎ
아직은 모두 썽썽하다.
숙소의 컨디션이 좋았기도 하지만 아마도 맴버들의 관계가 좋았기(?) 때문은 아닐까?ㅎㅎㅎ
신입(?)이 의외로 잘 걷는다.
다리 힘도 좋지만 걷는 내내 입심도 좋아서 입이 쉬는 것을 보지 못했다.ㅎㅎ
오늘은 1일차 걸었던 종점인 요양원에서 출발해서 금계까지 20.3km로 다소 긴 코스를 걸어야 한다.
김 회장이 좀 걱정이 되는지 금계 민박집 숙소 여 사장의 전화 목소리가 좋았다고 은근히 희망을 갖게 한다.ㅎㅎ
거기에 헛된(?) 희망을 걸고 걷는다.ㅎ
요양원을 퇴소하는 세 사람!
표정은 첫날에 비해서 조금 찌그러져 있는 듯 보이지만 크게 염려 할 정도는 아닌 것같다.ㅎㅎ
날씨는 걷기에 최적으로 맑고 청명하다.
중군마을이라는 곳을 지난다.
중군마을 어원은 임진왜란 당시 군사 요새지로 전투군단을 전군, 중군, 후군, 선봉부대로 편성했는데,
이 중에 중군이 주둔해서 마을 이름을 중군이라 불렀단다.
중군의 상징으로 성문도 만들고 문루도 복원해 놨다.
감나무에 먹음직스런 감이 주렁 주렁...
이 때만해도 감이 참으로 가을 정감을 물씬 넣어주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더 깊은 지리산으로 들어갔을 때는 그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ㅎㅎ
이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뒤돌아 인증샷을 한다.
여기서 뭣 때문에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에도 없다.ㅎㅎ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을 생각해서 지친 모습으로 담기가 부담스러웠나?ㅎ
아직 완전한 단풍은 아니지만 가을 산길을 걷는 모습도 아름답다.
둘레길은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푹신 푹신하여 신발에 닿는 느낌이 좋다.
전혀 생각지 않는 곳에 멋진 소나무가 있다.
마을의 당산으로 섬기는 듯 보호수로 관리하고 있었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한 구간을 더 지나 점심을 먹자고 더 걷는다.
근데 금방 돌면 나올 줄 알았던 식사장소가 생각지도 않게 멀다.
그것도 고갯길을 힘들게 걸어야 하는....
가방을 뒤져 봐도 간식꺼리가 없어서 더 당황케 한다.
옆에 있는 감이라도 따먹고 싶은데 아직 덜 익었다.ㅎㅎ
앉아서 쉬면서도 눈길은 점심 장소 광고판에만 눈길이 간다.ㅎ
이렇게 걸어야 하나?
힘들 때만 생각난다.ㅎㅎ
저 표정을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스틱을 들어 올릴 힘도 없어 보인다.ㅎㅎ
여기 재 이름이 배너미재인데 홍수기에 물이 여기까지 차 올라 배를 타고 넘었다는데...
그런 배가 홀쭉하다.ㅎㅎ
배너미재를 넘어 겨우 점심 식사장소를 찾았다.
'상순이 쉼터'
이효리 남편 '이상순'이는 아니겠지?ㅎㅎ
호두를 까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어 점심을 요구했더니 민물새우탕을 만들어 준다.
막걸리에 먹는 점심은 참 맛있었다.
힘들었기에 더
아줌씨가 우리를 막 대하는 말투이다.
아마도 우리가 자신의 아래로 봤던 듯.
뭐 전부는 아니더라도 황 박사 정도는 그렇게 볼 수 있었겠다 싶다.ㅎㅎ
민증을 까니 58년 개띠란다.ㅎㅎ
우리가 다 오빠들이라고 하니 그제야 수구리 한다.ㅎㅎㅎ
순박한 시골 아지매의 점심을 맛있게 먹고 멀리 보이는 등구재를 향해 다시 걷는다.
등구재 오르는 길에서 보이는 지리산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
햇빛이 너무 쎈 역광이라서 아름다운 풍경이 조금 가린다.
다랭이 논이 참으로 신비하다.
한길이 넘는 돌들을 쌓아서 수없이 많은 다랭이를 만들었는데 그 수고가 대단하다.
지금같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등구재의 경사도가 생각보다 심하다.
다른 사람은 네발로, 나는 두발로 끙끙거리며 오른다.
등구재 꼭대기에 멀리 분당에서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과 같이 와 있다.
상당히 힘든 곳인데 어찌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어린이들 앞이라 힘든 기색도 못하고 태연한 척 인증샷도 담았다.ㅎㅎ
저들의 표정이 할아버지들이 왜 이렇게 힘들게 걷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ㅎㅎ
꼭 이렇게 해야하나?
나는 뭤땜시 걷고 있는 것이지?ㅎㅎ
등구재 꼭대기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이 참으로 평온하고 아름답다.
어느 집 마당에 걸려있는 곶감이 그 정취를 더 멋지게 해준다.
잠시 왜 걸어야 하나?하는 의문을 접게 한다.ㅎㅎ
인월-금계 구간의 가장 멋진 포토 존이다.
뭐 자기들이 삼총사나 되는 듯한 포즈이다.(시켜서 한 것이지만...ㅎㅎㅎ)
나는 잘 담아 주었는데, 나를 잘 담아주지 못했다.ㅎㅎ
다시 가서 담아 올 수도 없고 참....ㅎㅎ
지리산의 멋진 풍광이 위치하는 금계의 민박집에 도착했다.
그 목소리가 좋다는 여 사장님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를 하며 숙소에 들어간다.ㅎㅎ
내일은 비가 내린단다.
비가 와도 걷는다?
아니면 다른 우발계획으로?
밤새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세다가 아침을 맞는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힘들게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작가님도 표현을 적절히 힘들게 ㅎㅎㅎㅎ
상순 아줌씨의 푸짐한 넋두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네요~~~
아울러 작가님의 기억력도 썽썽한걸보니 치매는 저리가라요....
치매! 어느날 한꺼번에 오는 건 아닌지...
지금도 까막 까막 합니다.ㅎㅎ
무어라 표현할 지. . . . .
참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내가 못하니 대신 해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나도 글을 읽고 있노라면
같이 걷는 것 같네요.
좋은 경험이외다.
이런 글을 써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걷는 것은 힘들고 남이 걷는 것은 좋습니다.ㅎㅎㅎ
@주창일 그 말은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힘들게 걸었던 곳을 편하게 읽으니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