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청362-1.hwp
4장
(1) 원문
道沖而用之, 或不盈. 淵兮, 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湛兮, 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도충이용지, 혹불영. 연혜, 사만물지종. 좌기예, 해기분, 회기광, 동기진. 담혜, 사혹존. 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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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沖) : 비다. 공허하다. 깊다. 가운데. 중앙.
혹(或) : 혹, 혹은, ∼듯하다. 있다, 늘, 언제나
영(盈) : 차다. 채워지다. 그릇에 가득 차다. 차고 넘치다.
연(淵) : 못, 소, 물건이 많이 모이는 곳, 깊다.
사(似) : 같다, 유사하다. 닮다, 잇다.
종(宗) : 마루. (일의) 근원. 근본. 사당. 종묘.
좌(挫) : 꺽다, 창피를 주다, 묶다, 격박하다.
예(銳) : 날카롭다. 예민하다. 예리하다. 창끝.
해(解) : 풀다, 가르다, 흩뿌리다.
분(紛) : 어지러워지다, 어지러워진 모양, 섞이다. 엉클어지다.
화(和) : 화하다. 조화시키다. 서로 응하다. 합치다. 모이다.
광(光) : 빛. 빛나다. 광택. 경치. 명예. 영화(榮華).
동(同) : 함께. 같게. 한가지. 같다. 같이하다.
진(塵) : 티끌. 흙먼지. 속세. 먼지.
담(湛) : 즐기다, 빠지다, 탐닉하다, 술에 빠지다, 맑다.
수(誰) : 누구. 어떤 사람. 묻다. 찾아 묻다.
상(象) : 코끼리. 모양. 그림. ~같다.
제(帝) : 임금. 하느님. 천제(天帝) 혹은 상제(上帝): 하늘의 임금 또는 창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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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도는 비어 있어 그것을 쓸 수 있는데, 늘 채워지지 않고 비어 있다. (빈 곳이) 너무나 깊어서 마치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 (그 도는) 날카로움을 꺾고, 엉클어진 것을 풀며, 빛을 조화시키고, 티끌과 같게 한다. (또한 도는) 너무 맑고 투명하여 (보이지 않지만) 마치 늘 있는 것 같다. 나는 (도가)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지만, 만물을 다스리는 상제보다도 먼저인 것 같다.
(3) 해설
4장은 도의 기능과 그 이유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도의 기능을 네 가지로 말하고 있다. 날카로움을 꺾고(挫其銳), 엉클어진 것을 풀며(解其紛), 빛을 조화시키고(和其光), 티끌과 함께 한다(同其塵). 그리고 도가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비어있으며, 그 빈 곳으로 만물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자는 만물의 근원이며 만물을 다스리는 상제보다 먼저인 것 같다고 말한다.
바람은 공기의 이동이다. 공기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비어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물이 이동하기 위해서도 빈공간이 있어야 한다. 바위 등의 물체를 옮기기 위해서도 물체 없이 빈 부분이 있어야 한다. 바위는 그 빈 부분이 있어 풍화(風化)와 암석화(巖石化)의 순환과정을 반복한다. 지구상의 물도 고체(얼음), 액체(물), 기체(수증기와 구름)로 바뀌면서 순환하고 풍화와 암석화를 돕는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단단해져서 모양을 갖추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부서지거나 녹아서 부드러워진다.
이것은 물리적인 세계에서 이루어진 자연현상이다. 암석화 과정에서 바위는 날카로워지겠지만, 풍화과정을 거치면서 날카로운 부분은 꺾여서 무디게 된다.(挫其銳) 태풍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는 자연을 엉클어 놓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엉클어진 것을 풀어서 원상회복시킨다.(解其紛) 햇볕 등의 빛은 사물에 닿아 다양한(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그것들이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는 무색이다.(和其光) 아무리 큰 바위, 산, 별이라도 풍화과정을 거치면서 결국은 먼지가 되어 우주 속으로 흩어져 버린다.(同其塵)
자연의 순환과정 전체를 들여다보면 사물들은 날카로워졌다가 무뎌지고, 엉클어졌다가 풀린다. 그리고 빛과 먼지처럼 무색이거나 아무 형체도 없다가도 여건이 되면 색체를 띄거나 형체를 갖추게 된다. 물리적인 세계는 있는 그대로 두면 스스로 이러한 순환과정을 반복하면서 조정해간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정신적인 세계는 다르다. 서양의 현대철학자인 화이트헤드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은 부정(否定, negative)을 통한 상상(想像, imagination)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사고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고 예술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편 사물이나 사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단점을 지닌다고 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의식이 가져오는 단점은 있는 그대로의 전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만물을 있는 그대로의 전체를 받아들이면 만물유전(萬物流轉)으로 끝없이 순환해서 만물에 차이가 없다. 순환과정 전체를 두고 보면, 서원반(逝遠反)을 거치면서 그 사물은 그 사물이 아닌 것으로 변해 있다. 그리고 날카로움과 무딤, 엉클어짐과 풀림, 오색찬란한 화려함과 무색, 크고 단단한 강함과 미세한 약함에 차이가 없다. 이렇게 차이가 없다는 입장에 있는 것이 도의 관점이다. 따라서 도의 관점은 만물을 낳는 어미로서의 마음이라서 만물을 다스리는 천제보다도 더 근원적인 것 같다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세상을 바라보면 날카로움과 엉클어짐이 많고, 오색찬란함과 크고 단단함을 선호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내면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국가와 개인. 그리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핵과 공해, 인간성 상실과 인구팽창에 따른 문제 등은 국가와 개인들이 모두 화려함과 강함을 추구하는 한 해결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화려하고 강해야 잘난 사람으로 여기는 한, 권력, 명예, 지위, 재산 등을 지니기 위해 날카롭게 대치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대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사회질서를 어지럽혀서 꼬이게 하며 종국은 전쟁과 내란으로 치닫게 된다.
노자는 12장에서 다섯까지 색깔은 눈을 멀게 한다(五色令人目盲)는 말을 한다. 그리고 67장에서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다고 하면서 그 중 하나로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는다(不敢爲天下先)는 점을 들고 있다. 화려함과 강함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남 보다 잘났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크게 생각해보면 모든 색은 무색에서 나왔으며, 모든 단단하고 강한 사물은 부드러운 먼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자연의 순환과정 전체에서 보면 어느 과정을 잘났다거나 못났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말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려고 한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보다 많이 부족한 일을 하면서 여유 있게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 사회에 쓰이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이 사람은 출세 성공을 위해서 능력을 기르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할 뿐이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대인관계나 일에 있어서도 날카롭게 대립하지 않는다.(挫其銳) 자신이 이권이나 좋은 자리를 가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어난 분란을 해결할 수 있다.(解其紛) 자신을 빛나게 하지 않고 남을 빛나게 하기 때문에 조화시킬 수 있다.(和其光) 위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름도 없는 티끌처럼 조용히 지낸다.(同其塵)
(4) 문제제기
자연에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있기 때문에 모든 종족이 강해지기 위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연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하면 잘못이 아닌가?
2. 출세성공의 기준인 권력, 명예, 지위, 재산, 집안, 학벌 등의 차이에 무덤덤하다 고 하더라도, 최소한 도의 깊이를 알고 실천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차이를 인정 해야 되지 않는가, 만약 인정한다면 화광동진(和光同塵)에 위배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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