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쌀의 할랄 인증을 보면서(1)
2016년 9월8일 눈을 의심케 하는 깜짝 놀랄만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의 농협에서 9가지 종류의 쌀을 세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JAKIM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농협중앙회에서 각 신문사로 보낸 보도자료를 요약 인용해 본다. 문항의 번호는 필자가 임의로 삽입한 것이다.
“농협 쌀, 세계최초 JAKIM 할랄 인증 취득!- 2조 1천억 달러 글로벌 할랄 시장에 우리 쌀 및 가공식품 진출 가능-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국제공항 기내식 등 할랄 블루오션 시장 개척”
1. 농협(회장 김병원)은 8일 서천군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이하 서천군농협) RPC에서 생산되는 GAP 쌀, 친환경 쌀 등 총 9개 품목에 대해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JAKIM) 해외 할랄 인증을 세계최초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 2. 농협은 이번 서천군농협의 세계최초 쌀 할랄 인증 취득으로 2조1천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할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 3. 농협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이번 농협쌀의 이슬람발전부(JAKIM) 세계최초 해외 할랄 인증으로 전세계 할랄 식품 소비자에 한국쌀의 우수성을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며,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농협 할랄 인증 쌀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앞으로 할랄 쌀을 활용한 가공 식품개발로 할랄 시장에서의 새로운 한식의 붐과 차별화 된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 4. 현재 농협은 서울우유, 두원 유자차, 풍기인삼, 농협 김치, 농협 쌀 등 70여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취득하였고, 농협홍삼ㆍ광천농협 김 등에 대한 할랄 인증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닭고기를 선호하는 할랄 문화권 소비자들을 위한 수출용 생닭과 국내 할랄 치킨 수요에 대비한 농협계육가공공장 할랄 인증을 추진하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5. 한편, 농협은 할랄 시장의 전초기지로써의 말레이시아 수출확대를 위해 오는 10월 말 말레이시아 정부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여 농식품 및 농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얼마나 눈을 감고 있으면 이런 황당한 현상이 일어날까? 필자는 이슬람권에서 20년을 살았지만 쌀을 할랄 인증 받는다는 소리는 난생 처음 듣는다. 이것은 최근에 만든 거짓말이기 때문에 못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농협에서도 세계 최초라고 하지 않는가?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다. 하람은 반대로 이슬람 율법에 금지된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곡물이나 야채류 과일류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할랄이다. 쌀은 수천 년 동안 우리가 먹어왔던 주식이다. 이것을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서 돈을 바쳤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어리석은 짓이다.
이슬람의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6대 하디스 중 아부다욷의 하디스에 보면 "알라는 그 선지자를 통해 그 책(꾸란)을 그에게 보내어 어떤 음식은 허락된 것이며 어떤 음식은 금지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특별히 명시하지 않은 것은 허락된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Sunan Abi Dawud 3800). 6대 하디스 중 이븐 마자의 하디스에도 보면 "어떤 이가 선지자(무함마드)에게 버터나 치즈나 야생 당나귀에 대해서 물었더니 "알라께서 책(꾸란)에 허락하신 것은 허락된 것이며 책에 금지한 것은 금지된 것이거늘 그 책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 것(할랄)이니라"라고 대답하셨다.(Chapters on Food Sunan Ibn Majah)" 물론 꾸란에 쌀이나 곡식이나 야채나 과일은 먹으면 안 된다고 금지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은 원래가 할랄(허용된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이미 말레이시아 시장에는 외국 쌀들이 들어와서 팔리고 있고 길이가 긴 종류의 태국 쌀, 베트남 쌀들이 잘 팔리고 있고 길이가 짧은 일본 쌀이나 한국 쌀들도 이미 팔리고 있다. 한가위, 해나루 우리농산물, 의로운 쌀, 황토쌀, 대왕님표여주쌀 등은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서 없이도 잘 팔리고 있는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것이 아무 자본 들이지 않고 이슬람 율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 꾸란에서도 금하고 있는 거짓 규정을 만들어 놓고 얼빠진 외국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한민국 농협이 제일 먼저 달려가서 돈을 바쳤다고 자랑하는 꼴이다.
도대체 왜 거짓말까지 동원해 국민들을 속이면서 할랄 지원사업에 목을 걸고 있는지 정말 답답하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양심을 속였을까? 할랄인증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싶은 영웅심 때문이었을까? 혹은 무슬림들과 뒷거래가 있는 것일까? 이유가 어쨌든 이것은 국가의 장래에 해로운 것이고, 실질적으로 수출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거짓을 동원해서라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인정받고자하는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이런 잘못된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농협이라는 거대한 기관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 이만석 목사(한국이란인교회, 한국교회연합 이슬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