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저한테도 베일리스&스미스의 책 2판이 있어서 약간 덧붙여봅니다. 신현실주의의 기본적인 전제와 그 약점(그러니까 국가간 협력의 존재)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이론적 시도들을 잘 정리해주셨다고 생각됩니다만, 그 뒤에 있는 대안적인 견해들에 관한 내용 역시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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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의 구조--그러니까 신현실주의 이론에서 전제하는데로 무정부상태에서 여러 국가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경계할 수 밖에 없는--는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국제정치의 구조를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사고하느냐에 의해서 국제정치의 구조는 구성됩니다.(반대로 국제정치의 구조는 그 구성원을 사회화시킵니다. 즉, 구조는 개인을 제약하고 사회화시키고 동시에 구성원인 개인은 구조를 구성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제정치와 안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이른바 '사회구성주의'이론입니다. 기존에 어떻게 구조가 구성되어 왔느냐에 의해서 행위자들의 행위가 결정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회구성주의는 현실주의나 자유주의같은 문제해결이론(problem-solving theory)에 대한 메타비판으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아...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입니...;;;)
명심해야 할 것은 구성주의 이론이 결코 신현실주의 이론과 배타적으로 대립하는 이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웬트를 비롯한 많은 구성주의 이론가들은 현실주의의 주요한 전제--행위자로서의 국가, 국가의 목표로서의 생존 등등--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도) 무정부상태인 지금의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가는 상대방의 의도에 대해서 완전히 신뢰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상대국가에 대해서 공세적으로 나가려 할 수 있습니다.
구성주의 이론이 (신)현실주의 이론과 분리되는 지점은 국제정치의 구조(structure)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신현실주의에서 바라보는 구조가 물리적 힘의 배분(power distribution)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면--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신현실주의에서 구조는 다극이냐 양극이냐 단극이냐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구성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구조는 사회적 관계의 산물로 '공유된 지식, 물질적 자원 및 관행 등 여러가지 요인들로 이루어'집니다(베일리스&스미스, 2001, p.283.) 간단히 말해서 지금의 국제관계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국제관계가 그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서 국가 행위자들이 그러한 국제관계를 학습해왔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이와 아주 다른 방식의 사회적 구조에 처한 국가들이라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국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것이 구성주의 이론의 주장입니다.
이런 구성주의 이론은 안보문제에 있어서 신현실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줍니다. 즉, 국가와 국가간의 불신과 대립을 넘어서서 상호신뢰의 관계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구성주의 이론은 국제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평화'의 가능성 또한 열어놓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뱀다리 하나. 이렇게 써놓으니 굉장히 이상주의(idealism)의 냄새가 나게 적어놨군요;;;아하하;;; 개인적으로 구성주의는 국제체제에 관한 인식과 지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관념론(idealism)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이론인 건 아닙니다. realist constructivism을 강조하는 J. Samuel Barkin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뱀다리 둘. 구성주의 이론은 한반도와도 은근히 결부되어 있는 이론입니다. 햇볕정책이 대표적이겠군요. 남과 북의 관계를 체제경쟁과 갈등에서 협력과 대화의 관계로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볼 때 말입니다.--물론 다른 여러 이론(이를테면 시장평화론)들로 햇볕정책을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만.
뱀다리 셋. 휴학생이 되니까 공짜로 논문볼 수 없게되서 불편하군요.-_-;;
뱀다리 넷. 써놓고나니 쪽팔려서 지우려고 들어오니 자은님께서 댓글을 달아놓으셨군요......-_-;;; 이래서 (길건 짧건) 게시판에 글을 쓰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인거 같습니다. 한번 보내면 더 이상 저만의 것이 아니게 되니까요.
참고문헌
베일리스&스미스, "세계정치론" 2nd edition, 2001.
Alexander E. Wendt, "Anarchy is what states make of it"
J. Samuel Barkin "Realist Constructivism"
Vincent Pouliot "Toward a Bourdieusian Constructivism in IR"
첫댓글 덧붙인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구성주의라 이것도 흥미있는 내용중 하나이지요. 사실 신현실주의에 대안적인 의견을 제시한 다고 하지만 신현실주의를 완전히 부정해 버리는 이론은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구성주의역시 신현실주의라는 틀 자체를 부정한다기 보다는 그 틀에서도 다르게 생각해 볼수 있는 여지를 가져오는 이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뱀다리에 쓰인 말대로 이상주의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