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직하고 나서 천안 출장가서는 하루 잠자며 술을 마셨다.
금요일 10시에 끝나 후배 장학사의 차를 타고 광주에 오니
1시쯤이다. 윗분께 전화만 하고 쉰다.
토요일에는 회진에 다녀왔다.
40학급 가가운 큰 학교의 교장을 하시다가
6학급의 먼 곳 교장으로 가신 선배 학교에 축하겸 위로다.
신기동 교무부장이나 김형석 행정실장이 반가웠다.
이권호 선생님의 조카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싱싱한 자연산이라는 회들이 맛있다.
운전이 신경쓰였지만 술을 참지 못하고 마셨다.
고흥 최과장님과 초도 윤교장, 순천 지장학사를
장흥읍까지 태우고 오는데 혼났다.
진영이가 며칠 전부터 산에 가자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연락할까 하다가 그만둔다.
떠난 이가 구차하게 맴돌며 귀찮게 하는 것만 같아서다.
황사 예보가 있는데다 감기에 걸린 한강이에게 한번만 권해보고
그냥 나온다. 9시에 증심사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아빠께 전화하니 증심사 주차장에 내려줬단다.
그도 지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내가 내린 것도 모른다.
거기서 또 헤매다 만나 길을 오른 시각이 벌서 10시다.
김밥을 두 줄 사고 술은 망설이다 그냥 둔다.
엊그제 오르며 편하다고 느낀 바람재 쪽으로 길을 잡는다.
잘 따라 온다. 앞서 가다 기다려 준다.
샘에서 물 한모금, 바람재에서 숨을 돌리고 동화사터 쪽으로 오른다.
동화사터 위에서 지친 진영에게 김밥 몇 개를 먹게 한다.
중봉을 지나 서석대 아래에 닿으니 12시 40분 쯤이다.
김밥을 펴며 맥주가 그리운데,
'선생님 맥주 드실래요?'한다.
아침에 아빠께 허락맡고 냉장고에서 넣았단다.
웬 떡이냐다.
사진을 찍고 서석대 위에 오른다.
입석대-장불재-너와나 목장으로 내려온다.
만연산을 지나 읍내까지 가려는데, 발가락이 아프다는 진영이가
그의 부모에게 전화하여 그의 엄마가 수만4구로 차를 가지고 왔다.
힘들어도 쉬자는 말도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는 말도 못했을
것을 생각하니 참 내가 못됐다.
나를 도울 일이 없을까 내게서 눈을 떼지 않던 그 아이에게
난 참 잔인하다.
218번을 타고 오는 동안 내내 잠잤다.
버들마을 앞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