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 쌓인 새벽 두시의 퇴근 골목길, 쏟아지는 새파란 달빛" 이보다 어찌 더 "외로움"을 서경적 이미지로 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 ? 그러한 소름끼치는 지독한 외로움의 서곡으로 이 시는 이웃의 한 가난한 젊은이를 위한 격려의 다독임으로 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파란 가로등만 졸고 있는 그 겨울의 눈 쌓인 골목 어귀에서 가난한 삶의 질곡을 벗어나려 버팀 질 해 대는 방범대원과 메밀묵 장수의 고독한 노래는 차라리 외로운 육체노동자를 극한의 두려움으로까지 내몰고 가난을 따뜻하게 다독이는 연대이자 유대감이요 고독한 잔상의 메타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어머니! 외쳐보지만 가난했기에 떠나와야 했던 고향집 어머니는 그리움으로만 뇌어보는 내 외롭고 지친 가난한 노래에 그칠 뿐입니다. 까치를 위해 남겨 둔 집 뒤 새빨간 감 하나는 또 어떠합니까? 다만 횡하고 스칠뿐인 한 자락 쓸쓸한 바람소리는 가난한 내겐 오로지 내적으로 연소되어 결코 지워지질 않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 잉태하고 말 뿐입니다. 정녕 가난은 사랑을 눈 먼 큐피트라도 만들어 줄 수 없다는 말인가요?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의 이별을 감내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그녀의 뜨거운 숨결과 등 뒤에서 흐느끼던 그 울음은 화자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심지어는 모정에 대한 그리움마저 초월하는 진정한 사랑의 소리로 전이되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3.
"누구든 가난을 훔치려 들지 않을 것이므로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려야 한다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요?"라고 섹익스피어는 토로한바 있습니다. 시인은 바로 여기에 着目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가난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버려야만 하는가요?"라고 이 세상 젊은이들을 향해 외치는 이 시대 진정한 민중시인인 신경림의 또 하나의 역설적 일침이 시의 부제대로 이웃의 한 젊은이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저주파처럼 은은한 쾌감으로 심장을 파고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시로써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시로 하고 있을 뿐"이라는 그의 강단한 시혼이 진득하게 베어 흐르는 대표적 명시가 아닐까 한다. 그는 진정한 우리시대의 가난한 사랑의 시인이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悳泉>
첫댓글 그 시에 그 감상글입니다.
이 짧은 감상 글에 가난과 외로움을 펑펑 쏟아냈군요.
공감하며 잘 감상합니다.
건강 건필하세요.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