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1시. 시골 마을의 신설 외곽도로에서 무전을 날리고 있는 이는 교통경찰관이 아니다. 그는 놀랍게도 현직 경기도 용인시의회의 이우현 의장(48·해병전우회 용인시지회 원삼분회 대원)이었다.
이의장의 '일인이색(一人二色)'이 경기도 용인 시민들 사이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낮에는 말쑥한 양복차림의 의회의장. 그러나 밤에는 신분(?)이 달라진다. 칼날을 세운 해병복 차림의 '해병순찰대원'으로 맹활약하기 때문이다.
그의 순찰구역은 원삼면 관내 44㎞일대. 매주 월·수·금요일이 이의장의 근무일이다. 이의장은 오후 8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순찰차량과 한몸이 된다. 그리고 우범지역과 유흥가 일대를 돌고 또 돈다. 그의 봉사활동은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순찰활동을 빼놓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앞으로도 낮에는 의장직을 수행하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용인시를 밝힌다는 마음으로 순찰대원 활동을 계속할 겁니다."
만취한 노인이 이의장의 순찰차를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마음이 편한하다는 게 이유다. 이들도 처음에는 자신이 탄 순찰차량의 운전자가 이의장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이의장이 '마을 지킴이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스럽다. 해병대 군복에 빨강모자를 푹 눌러쓰고 순찰차를 운전하는 이의장과 마을 이야기부터 시정까지 논의하기도 한다. 학원에 들렀다 밤늦게 귀가하는 고등학생들도 웬만하면 그를 알아볼 정도다.
"지난겨울 50대의 김모씨가 서울에서 승용차를 몰고 관내로 들어오다 미평리 언덕에서 굴렀어요. 순찰 중 전복된 차량을 발견하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죠. 다행히 생명을 건졌어요. 퇴원하고 '생명의 은인'이라며 찾아왔을 때 원삼면과 나아가 용인시의 이미지를 좋게 한 것 같아 참으로 뿌듯했죠."
중·고등학교에서 축구선수로 뛰던 그는 대학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고교 졸업과 동시 해병대 하사관으로 자원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바로 사업을 시작해 제조·유통·서비스업에까지 손을 대면서 돈을 벌었다. 이 때문에 용인에서는 '자수성가형 재력가'로 통한다. 원삼면에서 용인시 의회에 진출해서는 초선의 신분으로 부의장 직함을 달았다. 그리고 재선에서 의장직을 맡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할 만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여론이 돌았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관광 인프라는 다른 시·군에 비해 월등히 좋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로 치면 좋은 선수는 많은데 히딩크 같은 감독이 없다는 겁니다."
그는 용인을 일등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Y대 경영대학원을 비롯해 2개 대학의 특수대학원 연구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내년에는 모 대학 관광학과에 입학해 용인 관광도시의 밑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