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 비정기걷기는 군 경계를 넘어 무주군의 마실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예향천리 백두대간 마실길>이라는 긴 이름의 코스.
그것도 1~4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날은 4구간을 걸었습니다.
몇 대의 차량으로 안성터미널까지 이동, 무진장버스로 마암마을까지 가서,
거기서 출발.
(사실, 저는 늦장 부리느라 함께 움직이지 못하고 일행보다 한 시간 정도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 뒤쫓아
다니느라 혼쭐 났습니다만.)
1. 마암마을 :
대단히 큰 마을이더군요. 마을 안에 방앗간이 있다는 것은 그 마을에서 나는 쌀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 줍니다. 세대 수도 많아 보였습니다. 사진은 ... 못 찍었네요.
2. 임도 따라 걷기 :
마암마을 회관을 오른 손에 두고 마을 뒤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갑니다. 국도 아래를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바로 이때, 박경규 팀장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동시에, 임도에서 내려오던 차량이 내게 "이쪽으로 갔어요" 라고, 앞서 간 일행의 안부를 알려 줍니다.
이래저래 아무리 먼저 가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랄까요? 아니, 많은 사람들이 낙오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서로 돕는 거겠지요.
3. 조금 더 올라가니 박경규 팀장이 앉아쏴 자세로 저를 노리고 있다가, 터덜터덜 걸어올라가고 있는
저를 몇 커트나 사진 찍습니다. 여기서부터 박팀장과 한 패가 되어 함께 걷습니다.
4. 초입은 좀 가팔랐습니다. 그런데 솔숲이 그럭저럭 괜찮아서 봐줄 만했습니다.
5. 큰 길 건너편, 햇살이 잘 드는 산허리를 온통 차지한 <무주 안성 골프장>이 건너다 보입니다.
괜히 심술이 나더군요. "해 잘 드는 곳에는 사람이 살고, 농경지를 만들어 농사를 지어야지 ..."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6.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골프장이 더 훤히 잘 보입니다. 먼 눈으로 봐서 그런지 차량은 꽤 들어와 있는데
코스에 사람(골퍼)은 별로 안 보이는군요. "골프장이 너무 공급과잉 아닌가요?"라는 박 팀장의 말씀.
경기도에 있는 골프장만 해도 수백 군데인데 무주 안성 CC 라는 이름으로는 수도권 골퍼들을 불러들이기
힘들겠지요. 7~8년 전, <골프장 건설 반대>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던 시기에 이 곳을 와 본 적 있는데,
그 후 별 다른 저항 없이 골프장은 건설되어버렸고 지금 이 풍경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이왕 지었으면 영업이라도 잘 좀 하지.....
7. 산길이어도 계속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길이 다소 아쉽습니다. 우리 <진안고원길>은 포장 도로를 별로
걷지 않는데, 이곳은 누가 이런 코스로 개발했을까요?
8. 한 모퉁이를 돌아가니 '아,' 소리가 날 정도로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지(?) 같은 밭이 나타납니다.
집 지을 땅을 찾고 있는 박 팀장, 즉시 관심을 보입니다. 사과나무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밭인데
주인집인 듯한 컨테이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대신, '집 주위에 CCTV 있어요' 라는 경고문구가 눈에
띕니다.
9. 또 한 모퉁이를 돌아가니 훨씬 더 넓은 밭이 나타납니다. 사과나무 묘목을 많이 심어놓은 밭입니다.
여기도 아늑하고 햇살 잘 드는 곳이군요. 밭 안 깊숙한 곳에서 부부가 서로 말씨름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0. 반대쪽으로 다니는 사람과 만나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가끔, 길 옆 논밭에 비료 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정도 뿐입니다.
11.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보니 우리가 입산금지기간에 산길을 다녔던 것이더군요. 2월부터 5월까지는
입산금지기간이었습니다. 산불 때문에 그런 제한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12. 임도가 끝나고, '신무마을'로 향하는 좌회전 길 모퉁이.
<예향천리> 안내말뚝이 뽑혀서 땅에 누워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시설사업만 해 놓고 사후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전형적인 관주도의 사업'입니다.
13. 신무마을도 큰 마을입니다. 신무영농조합이라는 커다란 가공공장도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뭘
가공하는 걸까요. 무주군은 천마가 유명하니 아마도 천마즙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14.<반딧불이 보전>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지구상에 1,90여종의 반딧불이가 사는데
무주군에는 3종류가 산답니다. 환경보전과 먹이류를 잡아가지 말아달라는 부탁말이 씌어 있는데,
진안 시장에는 "무주에서 잡아 온 다슬기"라면서 다슬기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많지요.
15. 신무에는 멋있는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세대가 몇 가구 보였습니다.
샘 나서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16. 드디어 신무마을이 끝나고 오른 쪽으로 돌아 명천리로 향하는 길목.
여기도 커다란 <예향천리> 종합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며칠 전에 우리 사무실에 컨설팅해주러 왔던 분들은
종합안내판은 절대로 만들지 말라는 조언을 해 주고 갔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더군요. 어차피
꼭 같은 내용('현위치' 표시만 다를 뿐인)의 큰 안내판은 "지금, 여기, 이 코스"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지요.
17. 박경규 팀장은 나보다 한 발 앞서 걷고 있습니다. 원통사 쪽으로 들어갈 것인지 용추폭포 쪽으로
직행할 것인지, 잠시 판단에 헷갈려 하다가 정 사무국장이 원통사 쪽으로 들어오란다고 발길을 돌립니다.
18. 이 일대가 명천리인 모양인데, 오래된 돌무지가 길 양옆에 쌓여 있습니다.
<고요한 물소리의 숲>이라는 좀 긴 이름의 돌이 서 있고, 여러가지 사업을 많이 한 흔적이 납니다.
산길에 소나무가 많았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네에도 솔숲이 짙습니다.
우리 백운면의 내동마을숲이 큰 줄 알았더니 그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19. 솔숲 주위에는 수련관도 있고 펜션도 있고 뭔가 북적북적 사람이 많이 찾아올 것 같은 분위기.
동네 전체에 벽화가 아기자기 울긋불긋 그려져 있어 심심하지 않습니다.
19. 명천민박집은 왜 글자를 거꾸로 썼을까요?
20. 오른손편 아래로 폭넓고 깊은 물이 흐르는데, 제방 보호림으로 심었을 나무들이 꽤나 연식(?)이 높아
보입니다. 뒤 따라 가면서 사진 한 컷.
21. 왼쪽(산 쪽) 절벽에 어떤 사람들이 글씨를 잔뜩 새겨놓은 것이 보기 싫습니다. '** 김씨'를 위시한
사람들이 단 쌓고 공부했던 자리(?)였는지... 새기더라도 멋있게 새겼으면
볼 만하기라도 했을텐데 치졸한 글씨에 얕은 새김, 별 뜻도 없이 이름만 잔뜩 나열된 것이 괜히 풍광만
망쳐 놨군요. 안타까운 행위를 했습니다.
오른 손 편으로는 물소리 콸콸 내면서 꽤 깊은 개울이 흐르고 있어서 시원합니다.
22. 저 앞에 보이는 솔숲 아래를 먼저 간 일행들이 지나고 있습니다. 저도 얼른 따라잡아 일행과 함께가
되었습니다. 모두 스물두 명이 참가해주셨군요.
명천리와 사탄리가 나뉘는 길목에 섰던 안내말뚝. 여기도 뽑혀서 땅에 누워 있습니다.
23. 명천리는 물가를 빼면 농지는 모두 다소 높은 고원분지 같은 곳에 있습니다. 햇살이 아주 좋군요.
한 곳을 당도하니(판소리 '심청가'의 한 소절 같은 말투 ^^) 멋진 2층집이 보입니다.
박영복 씨가 즉시, '제로 하우스'(석유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 주택) 에 대해 한 의문을 표시합니다.
"햇볕이 들어와 따뜻해진 실내 온도를 저녁에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였습니다.
여러분 모두 함께 연구해 보시게요. 제로 하우스를 넘어 마이너스 하우스로 갈 방법을 찾아내면 더욱 좋을
것 같군요.
(나머지 일정은 좀 쉬었다가 다음 글로 올립니다 ~~)